전체 메뉴

디지털 격차를 줄이자!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64)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4.30 12:31 의견 0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노인의 지혜가 후손들에게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너무 노후돼 교체해야 할 수준이다(물론, 심리적인 부분이나, 인생에 관련한 부분에서 어른들 말씀은 좋은 조언일 수도 있다). 오히려, 후손들에게 부담일 때도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특히 디지털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인간과 미디어의 상호작용 90%가 스크린을 통해서 촉진한다고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랩톱 등이 그 기기이다. 현재 10대나 20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세대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가 원래 것인 양 살아온 세대이다. 피터 힌센의 ‘뉴 노멀’에서는 이들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주면서 뭐냐고 물어보면, 이들은 “카메라요!”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즉, ‘디지털카메라’에 비교할 수 있는 아날로그 카메라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이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잔소리’가 많아진다. 그리고 그 잔소리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은 깊어지고 오해를 차곡차곡 벽으로 세운다. 로버트 퍼트 냄의 ‘나 홀로 볼링’에서는 세대 간 격차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함에 있어서 큰 장애 요인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세대 간 격차가 줄어들면, 사회적 자본이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매력 자본’이라는 책에서는 "다문화 사회에서 새롭게 구성하는 조직은 20세기 사고로 다룰 수 없다."라고 하면서, 매력 자본은 경제자본, 인적 자본, 사 회 자본에 이은 제4의 자산으로 새로운 역량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만 하더라도(필자는 40대 초반이다) 부모님과 대화하다 보면(필자의 부모님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시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름을 깨닫는다. 카카오톡만 겨우 사용하시면서, 즐거워하시는 어머니 세대를 보면 앞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하실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든다. 관련해서 최근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소개하겠다.

필 자 : (웃으면서) 제 책 사신다면서요 사셨어요

어머니 : (역시 웃으면서) 사려고 했는데, 인터넷으로 살 수가 없네.

필 자 :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터넷으로 어떻게 구매하는지 모르시는 거죠

어머니 : (아쉬워하면서) 그렇지.

아들을 엄청 사랑하는 어머니, 그러나 아들이 출간한 책을 구매하기 힘드셨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할인 혜택까지 있는데, 그 방법을 활용하실 수 없었다. 이후에 아버지께서 서점에 가셔서 직접 주문하시고, 멤버십 카드도 만들었다고 하셨다.

디지털 격차가 크면 클수록, 세대 간 격차도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통합과 융합의 가치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큰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 노령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격차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생산성을 떨어지게 한다. 왜냐하면,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스마트 실증 단지 시범운영이 실패한 원인이 사용자 문제였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기계가 있다 한들, 사용자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ICT 발전이 이뤄지고, 국민이 그 기술에 더 익숙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GDP 수준도 높아진다고 한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생활과 경제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덕분에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지만, 가상 공동체에 더 많이 머물수록 우리 삶을 사적인 영역에만 갇히게 한다. 아울러 사이버 공간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모은다는 사실은 테크놀로지 접근도에 따라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디지털 격차를 메우는 것에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즉 생활, 경제는 물론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캠페인을 제안한다. 말 그대로 아래 세대가 디지털 디바이스에 취약한 세대에게 교육을 하는 것이다. 어르신들과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것이 미래 사회를 생각할 때 생산성 있는 일이다. 동시에 청년들과 고령층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만남은 연결이고 연결은 곧 소통을 낳는다. 그리고 소통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다. 단순히 노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그리고 이러한 공동체를 위한 노력은 가족, 마을, 교실, 일터, 종교 공동체 등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주체이자 옹호자로서의 힘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