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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플라뇌르’의 산책을 마치며(3)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73)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5.17 16:10 의견 0

필자는 각 장마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왜 공동체가 해법인가 공동체는 소통과 합의, 협력과 공존이 가능한 집단이다. 현재는 개인의 능력으로 따라가기 힘든 인지부조화 시대이다. ‘유리 감옥’에서는 컴퓨터가 무어의 법칙대로 빨리 발전하는 데 비해, 인간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기어가고 있다고 비유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선형의 세계를 사는데, 기술은 ‘지수적인 곡선’을 그린다. 그래서 인간은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렇게 급속도로 빨리 발전하는 시대에는 빠른 도덕적, 사회적 혁신도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아래는 기술의 발전과 속도에 대한 예시이다.

“월마트는 고객이 클릭 후 0.01초 안에 반응이 오기를 기대한다는 걸 발견했다. 반응시간이 0.5초 길어질 때마다 구매가 2퍼센트 포인트 이상 줄어든다는 걸 알아냈다.”.... ‘늦어서 고마워’중에서

기술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기술은 이제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한다. 조지 오웰은 ‘1984’를 통해 ‘빅브라더’의 출현을 예 견했다. 그리고 빅브라더의 빈틈없는 감시와 통제가 인간의 자유를 통제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지능력은 탁월하다. ‘늦어서 고마워’에서는 현재 관리 책임을 갖고 있는 주체가 사람도, 윤리도, 신도 아닌 알고리즘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로봇의 부상’에서도 빅데이터, 스마트 알고리즘의 활용은 대기업이 사회적 관계에 관한 정보와 통계를 대량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하면서 각 영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Life 3.0’에서는 사회가 지혜를 얻는 것보다 과학이 지식을 모으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슬픈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위해서 만든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통제하고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좀 더 깊이 현 상황을 살펴보면 ‘빅브라더’보다는 ‘리틀 피플’이 존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Q84’에서 인간의 내부에 침투해 서 인간을 조종하는 ‘리틀 피플’의 존재를 가공해 낸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오히려 인간을 첨예하게 분석해서 인간을 분석한 대로 움직이게 한다. 정확한 예측을 통해 예언자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기업들은 사람들의 두뇌를 스캔하고,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두려움과 희망, 취약점과 욕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남기는 디지털 발자국을 면밀히 추적한다. 그래서 브랜드 워시(brandwash 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완전히 새롭게 창 조하려는 시도) 시켜 버린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적절하게 융합해서 수립한 행동경제학도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서 ‘넛지’를 개발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모순적인 표현을 옹호하면서 인간이 시스템 속에서 조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필자는 넛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부정적인 견해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부정적인 경우는 인간의 자유에 제한과 침해를 우려한다)

종합해 볼 때 새로운 시대는 기술로 인해 인간의 내외부를 통제하고 조종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회에서 과연 인간은 주체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에서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대개 현시점의 이데올로기와 사회 시스템에 얽매여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피엔스’에서는 인류 발전에 기여한 3대 혁명 중 하나로 과학혁명을 꼽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양면적인 성격이 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기술이 베풀어주는 이기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레이 커즈와일 처럼 기술을 무한히 신뢰하면서 특이점이 도래하기를 고대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특이점 시대의 인간은 포스트 휴먼(posthuman 유전공학의 발달로 변화한 인간형), 트랜스 휴먼(transhuman 기술을 통해서 지적, 육체적 능력이 진화한 인 간으로 포스트 휴먼으로 가는 중간 단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우리는 부정적 시각화(negative visualization 부정적 시각화는 스토아 철학에서 유래한 것인데, 중대한 결정 앞에서 앞으로 벌어지게 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을 말한다)를 떠올리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거대한 혁명과 혁신 시대의 파고가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폭풍전야에 개인으로 파편화된 조각들의 모임은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니얼 퍼거슨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터넷 네트워크가 전통적인 사회생활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로 연결해 큰 뗏목을 만들어야 거대한 풍랑을 극복할 수 있다. 뗏목을 위해서는 각자가 주체로서 살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밑바탕은 기본소득이어야 한다.

‘유토피아 플랜’에서는 기본소득을 강조하면서 그 자원이 세계적으로 충분함을 강조한다. ‘2012년 런던과 뉴욕의 금융시장끼리 오가는 전송 속도를 높일 목적으로 가설한 광섬유 전선은 1000분의 5.2초를 단축하기 위해 3억 달러를 소요했다.’ 금융시장의 연결 속도를 찰나만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입한 것이다. 현재 자원을 배분하고 사용하는 상황을 살펴보면 기본소득을 제도적으로 정착 시킬 수 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