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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시극단 연극 낭독회

김혜령 기자 승인 2017.03.18 12:03 의견 0
서울시극단은 3월 31일부터 4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창단 20주년 기념작으로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 원작의 <왕위주장자들>을 무대 위에 올린다. 이에 앞서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연극 <왕위주장자들>의 낭독회가 3월 17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펼쳐졌다.

 

특별히 노르웨이 대사관의 윤 헤틀랜드(Joon Hetland)씨가 참여해 ‘헨리크 입센 <왕위 주장자들>의 역사적 배경’을 강의했다. 15분의 짧은 특강이었지만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13세기 노르웨이와 호콘 호콘손 왕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관객들이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연극  낭독회에서 만난 23명의 출연진 <p class=(사진: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413" /> 연극 <왕위계승자> 낭독회에서 만난 23명의 출연진 (사진: 김혜령 기자)

 

13세기 노르웨이는 다음의 3가지 문제로 권력 갈등이 심하던 시기였다.

 

우선 왕위 계승자에 관한 문제였다. 당시 법에는 “왕위계승자는 선대왕의 아들이거나 왕의 핏줄이어야 한다”는 조항만 있었을 뿐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당시의 왕들은 수많은 후궁을 들여 이로 인해 왕자가 많아지면서 왕위계승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졌다.

 

다음으로는 바이킹 시대를 마감한 후 토지와 직위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약탈을 통한 부의 축적에서 토지와 직위가 부와 권력의 수단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러자 귀족들은 더 많은 토지를 소유하길 원했고, 자신들에게 부를 약속해주는 왕을 지지했다.

 

또 왕과 교회의 권력다툼에 관한 문제였다. 교회는 많은 토지를 소유해 여기서 나오는 세금을 수입원으로 삼고 있었다. 심지어 교회는 왕의 명령 없이 관리를 독단적으로 선출할 정도로 힘이 강했다. 따라서 누가 교회 수장이 되는가가 아주 중요한 당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가난한 자를 대변하는 비르케바이너 가문과 교회와 결탁한 부자 세력인 바글러 가문. 그 사이에 있는 호콘 왕과 스쿨레 백작의 갈등이 연극 ‘왕위 주장자들’ 속 갈등의 핵심이다.

 

호콘 왕과 스쿨레 백작을 연기한 유성주 배우와 김호근 배우 <p class=(사진: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413" /> 호콘 왕과 스쿨레 백작을 연기한 김주헌 배우와 유성주 배우 (사진: 김혜령 기자)

 

후계자가 정리가 안 된 채 스베레 왕이 죽임을 당한다. 이에 그의 아들 호콘은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은 왕이라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스쿨레 백작과 다른 왕위 주장자들은 이를 거부한다. 드디어 왕의 자격을 얻은 호콘은 스쿨레와의 동맹을 위해 그의 딸을 왕비로 선택하지만 스쿨레 백작은 호콘을 인정하지 않는다. 니콜라스 주교는 둘 사이 끼어들며 욕망과 의심의 씨앗을 뿌린다. 결국 스쿨레 백작은 왕위에 대한 욕심으로 호콘과 갈등하며 자신의 독립왕국을 세운다.

 

낭독회에서 돋보인 것은 단연 배우들의 호흡이었다. 무대와 의상, 조명의 도움 없이도 드라마틱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끼리 어우러지는 빠른 호흡은 80분의 낭독회 내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1막의 ‘신의 선택’ 장면 이후 23명의 배우 모두가 짧은 대사를 빠르게 주고받는 리드미컬함에서 연출과 배우들의 노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 완성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했다.

 

유성주 배우(스쿨레 백작)와 김주헌 배우(호콘 왕), 유연수 배우(니콜라스 주교 역)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진 호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하는 스쿨레 백작.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욕심을 취하기 위해서 종교인의 삶을 포기한 니콜라스 주교. 각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잘 나타내 주었다.

 

관객과의 대화중인 김광보 연출 <p class=(사진: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413" /> 관객과의 대화중인 김광보 연출 (사진: 김혜령 기자)

 

이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김광보 연출이 “극의 캐릭터 중 개인적으로 스쿨레 백작을 좋아한다”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스쿨레는 현대인이 가진 모든 면을 다 가지고 있다”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물음과 스스로의 파멸을 느낄 수 있다”는 개인적 소회를 전했다.

 

관객의 질문 중 “왕위 주장자들을 선택한 어떤 의도가 있는가”에 대해 “원래 3년간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선정한 작품이지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다른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지금 와서 보니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김혜령 기자 / windschuh@s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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