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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노르웨이의 정치역사극 ‘왕위 주장자들’ -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파멸하는 인간을 그리다”

김혜령 기자 승인 2017.04.13 13:28 의견 0
우리에겐 ‘인형의 집’으로 알려진 헨리크 입센 원작의 연극 ‘왕위 주장자들’이 3월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했다.

 

연극 ‘왕위 주장자들’은 13세기 노르웨이의 권력 갈등을 소재로 했지만 복잡한 정치나 역사적 흐름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과 인물의 내면묘사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의 욕망에 대한 성찰을 다루고 있다.

 

¶ 13세기 노르웨이 왕이 되고 싶은 세 인물의 갈등 그려

 

스베레 왕이 죽은 후, 스베레 왕의 아들 호콘 왕과 스베레 왕의 동생 스쿨레 백작은 서로 왕위를 이을 정통을 계승했다고 주장한다. 호콘은 자신의 어머니 잉가 부인이 불의 시련을 이겨낸 것을 보이며 자신이 왕위를 이을 사람임을 입증하지만, 반대 세력인 스쿨레 백작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 의회의 승인을 얻어 왕이 되었지만 옥새는 여전히 스쿨레 백작이 지닌게 되고 섭정을 받게 된다. 호콘은 스쿨레의 딸 마르그레테를 왕비로 선택해 화합을 도모하지만, 왕위를 욕심내는 스쿨레와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스쿨레는 왕위를 가지기 위해 호콘과 전쟁을 치른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자신을 왕이라고 확신할 수 없던 그는 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오히려 신성모독으로 몰리며 저주의 대상이 되고 백성들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옛 연인을 재회하며 자신도 몰랐던 아들을 만나게 되자 왕이 되려는 욕망에 파멸하고 있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게 되다. 결국 그는 호콘이 진정한 왕임을 인정하며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

 

연극 <p class=(서울시극단 제공)" width="366" height="550" /> 연극 <왕위주장자들> 포스터 (서울시극단 제공)

 

‘왕위 주장자들’은 권력에 대한 탐욕을 통해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 자라나는지를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연극 ‘왕위 주장자들’에는 세 명이 등장해 서로 갈등한다. 호콘 왕, 스쿨레 백작, 니콜라스 주교가 그들이다.

 

호콘은 자신이 왕이 될 인물임을 믿는 인물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확신을 통해 자신이 가진 소명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자로 나온다.

 

¶ 권력에 대한 집착과 자기 의심속에 파멸되는 스쿨레 백작,어둠 속에 숨겨진 지배자를 꿈꾸는 니콜라스 주교는인간의 추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스쿨레는 욕심이 많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의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노르웨이의 왕이 되고 싶으면서도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정하는 영원한 2인자로 살아가는 애증의 인물이다. 스쿨레의 행동은 끊임없이 소유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 극을 보는 내내 스쿨레에게 몰입하게 된다.

 

왕의 삼촌이자 장인으로 노르웨이의 절반을 소유하는 왕과 같은 지위를 누리면서도 왕위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심지어 왕위 계승자가 될 자신의 손자를 죽이자고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에도 재현되고 있다. 유산을 노리고 부모를 죽인 자식, 수억대 보험을 들게 하고 남편을 죽인 여인, 욕심으로 인해 패륜하는 엽기적인 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니콜라스 주교 또한 권력욕으로 인해 얼마든지 표리부동해질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표출한다. 호콘과 스쿨레 사이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인물 니콜라스 주교다. 원래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자였지만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망치지만 주교의 자리에 올라 교회의 권력을 누리며 살아간다.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권력이 유지되기를 원하며 호콘과 스쿨레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의 씨앗을 심는 인물이다.

 

특히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권력을 더 가지기 위해 “악마의 꼬리를 비틀 수만 있다면...”이라 말하는 장면이 니콜라스의 진면목을 드러내 준다.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의심’이라며 죽는 순간까지 스쿨레의 마음 속에 영원한 의심의 씨앗을 심고 그것으로 어둠 속에 숨겨진 영원한 지배자가 되기를 꿈꾼다.

 

¶ 욕망과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운명을 따른 호콘이 진정한 왕

 

그러나 호콘은 스스로가 왕이라 믿었고, 자신의 것이라 확신했다. 욕망이나 욕심 따위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 해야 할 운명적인 일이라 여겼다. 시련을 이겨내고 니콜라스와 스쿨레 이후 노르웨이의 진정한 왕으로 등극한다.

 

극 전반부에서 전 배우가 나와 끊임없이 움직이며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다소 산만해 보일 수 있으나 자신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인간의 모습이 제각기 어우러지는 모습인 듯하다. 이런 모습이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배우가 하늘을 향해 기원하듯 객석 뒤편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일 수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스쿨레 역의 유성주 배우는 인간의 욕망 속에 끝까지 의심하는 깊은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니콜라스 역 유연수 배우의 익살 연기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극의 흐름에 감칠맛을 내고, 김주헌 배우 또한 자신감 넘치는 젊은 호콘 왕을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간의 욕망과 왕좌를 향한 갈등을 그린 ‘왕위 주장자들’. 4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된다.

 

[김혜령 기자 / windschuh@s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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