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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리뷰]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찾다" - 연극 '가취지례'

김혜령 기자 승인 2017.08.03 09:23 의견 0
이 시대에 결혼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연극 ‘가취지례’는 결혼을 통해 삶의 변화를 겪은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결혼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무대는 결혼식장을 연상하듯 중앙의 빨간 레드카펫을 깔고 양옆으로 하객의자를 놓았다. 자칫 연극이 중단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들도 암전과 음악을 통해 과감히 연출했다.

 

결혼준비 스트레스로 메리지 블루에 시달리던 해영, 교통사고를 통해 해영을 잃은 민준, 사고난 남편의 죽음을 눈 앞에서 바라봐야 했던 민희, 결혼식에서 부모의 죽음을 밝히지 않으려고 가짜 가족과 하객을 고용해야했던 윤정, 그리고 친구를 통해 남편의 불륜사실을 들은 다솜까지 연극 ‘가취지례’는 결혼준비 과정과 결혼 후의 비극적인 사건을 겪으며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태로 엮어내고 있다.

 

결혼준비로 다투던 해영과 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사고로 해영은 죽음을 맞이한다. <p class=(극단 C바이러스 제공)" width="550" height="309" /> 결혼준비로 다투던 해영과 민준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사고로 해영은 죽음을 맞이한다. (극단 C바이러스 제공)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인구가 늘어나는 이때, 결혼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연극 ‘가취지례’는 제목을 통해 현재 결혼제도를 비판한다.

 

“결혼이라는 단어 대신 더 고전적인 단어를 찾고 싶어서 가취지례라는 말을 썼어요. 우리 삶의 양식은 변화하지만 결혼 제도는 100년간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한 형태로 일관됐어요.”극중 작가가 된 민희가 결혼에 대한 에세이 인터뷰를 진행하다 내뱉은 말이다.

 

재정적인 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해영과 민준, 변호사 집안에 시집을 가기 위해 거짓 하객을 동원하며 거짓말을 일삼던 윤정,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민희. 이들 모두 결혼제도라는 틀 안에서 상처 입은 피해자들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연극 안에서만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친구를 통해 남편의 불륜을 알게된 다솜은 좌절을 맞이한다. <p class=(극단 C바이러스 제공)" width="550" height="309" /> 친구를 통해 남편의 불륜을 알게된 다솜은 좌절을 맞이한다. (극단 C바이러스 제공)

 

대한민국 결혼율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2만 9천 건에 달하던 결혼 건수가 5년이 지난 2016년에는 28만 2천 건으로 년간 4만 7천 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도 다양하다. 지난달 31일 충청남도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비용과 주거비용, 미래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결혼을 못한다거나 아예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여론도 15.8%를 차지했다.

 

“결혼준비로 내집 마련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예단을 얼마를 해야 시어머니와 갈등을 피할 수 있을까요” 등의 이야기는 이미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연극 '가취지례'의 커튼콜장면. <p class=(사진 :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309" /> 연극 '가취지례'의 커튼콜장면. (사진 : 김혜령 기자)

 

결혼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다. 나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과 하나가 되는 과정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울 것이다. 설거지하는 법, 이불 덮는 법, 하다못해 치약을 짜는 문제까지도 결혼 생활에서 갈등의 소재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나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여주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닐까 그래서 결혼을 장려하고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결혼자금이 얼마가 있건, 얼마나 호화스러운 결혼식을 하건, 혼수와 집을 얼마나 비싸게 했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같이 살기로 결정한 그 순간부터 이미 결혼이 시작된 것이다. 타인을 내 삶으로 맞아들이고 타인이 나를 자신의 삶에 받아들여주는 행위 자체는 숭고하다. 결혼식 주례가 “검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아끼고 사랑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던 그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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