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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특집(1)] ‘학교 밖 청소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윤준식 기자 승인 2017.11.30 14:03 | 최종 수정 2019.07.16 17:46 의견 0

본격적인 ‘학교 밖 청소년의 자활’ 취재에 나선 취재팀은 영등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영등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이기도 한데요, 전윤경 센터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학교 밖 청소년’을 돕기 위해서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팀)


 

¶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영등포 센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영등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문래청소년수련관 상담실로 시작했습니다. 2006년에 문래청소년상담지원센터, 2010년에는 영등포청소년상담지원센터라는 명칭이었으며 영등포청소년상담복지센터라는 명칭은 2012년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5년 4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로도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전윤경 센터장)는 2015년에 취임해 청소년 상담, 위기청소년 통합지원,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학교폭력예방 활동 등을 총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영등포청소년상담복지센터: 02-2676-6114, http://www.young1318.com)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 <p class=(사진 :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309"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 (사진 : 김혜령 기자)

 

 

¶ ‘학교 밖 청소년’은 어떤 청소년을 말하는 건가요

 

☞ ‘학교 밖 청소년’이란 은 ‘위기 청소년’이란 개념에서 분리되어 나온 개념이에요. 위기청소년이란 사회안전망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거나 이탈한 청소년을 말하는데, 이 중에서도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하는 거죠.

 

법적으로 정의하면 “학교 밖 청소년이란 초등학교, 중학교에 입학한 후 3개월 이상 결석하는 학생, 고등학교에서 제적, 퇴학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아니한 청소년”을 말합니다.

 

조금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청소년 > 위기 청소년 > 학교 밖 청소년 > 장애 청소년으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는데요, 그나마 앞선 세 부류의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저희 센터와 같은 현장전문가와 지원기관들이 있는데, 장애 청소년들은 아예 기댈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 뭔가 복잡한데요, 학교 밖 청소년이 왜 생기는 건가요

 

☞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해서 모두 위기청소년은 아니라는 점은 이해하고 들으셔야 해요. 청소년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학교를 나가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어요. 예전에는 학업 중단사유가 비행과 범죄 때문이 많았다면, 요즘 그렇지 않아요. 청소년 스스로가 진로를 결정해 학교를 그만두고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원인이 달라진 거예요.

 

어떤 친구는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초등학교 5~6학년 때 고등학교 영어, 수학을 다 습득한거예요. 그러다보니 “모든 것이 다 시시하다, 전문성을 찾고 싶다. 1년이라도 대학을 빨리 가겠다”며 그만두기도 해요. 좋은 성적에 모범생이었는데 자퇴하는 거죠. 또 “빨리 취업하고 싶다. 그러니 검정고시 보겠다”는 케이스도 있어요.

 

요즘 청소년들은 미디어를 통해 공부가 아니라 어느 특정한 분야만 잘해도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이전 세대는 진로에 대해 부모님,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교사를 통해서 배우거나 책 속의 간접지식으로 정보를 얻었지만, 요즘은 인터넷 세계,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를 습득하거든요.

 

¶ 진로 선택이라고 하면 직업인 건데, 학업을 중단하고 적당한 게 없을 것 같은데요

 

☞ 예를 들어 성인이 될 때까지 종이비행기만 접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지금 세계종이접기대회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거든요 매니아, 덕후. 이런 것들이 예전에는 좋게 보이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덕질만 잘해도 밥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되었어요. 이런 것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고, 그게 존중받는 분위기가 된 것이죠.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다양하게 찾아내고 있어요. 수업이 재미없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학교를 이탈하곤 하죠.

 

하지만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시기인데 여기에 기대어 학교 밖으로 먼지처럼 흩어져버리는 것이 문제인거죠. 학교 통제 안에 있고 아직까지 폐쇄적인 교육방침이 유지되다보니 터놓고 의논하지 못해 더욱 그런 현상이 발생해요.

 

¶ 학교 밖 청소년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문제아들 아닌가요

 

☞ 학교가 자기와 맞지 않아 적응 못하는 경우,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입원해 있다가 학교에 나가게 되니 수업과 교우관계에서 힘들어 학업을 중단하게 되기도 하지만, 학교 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모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다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 폭력 피해학생들은 학교 가는 게 무서워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죠. 가해학생들은 강제전학 처분을 받거나 법적 처벌을 받은 후 학교에 적응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해요. 다른 학교에 가더라도 다른 학생들로부터 학교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로 대해지며 또 왕따를 당하게 될 때도 있어요.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제도권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보호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돌보기보다는 무심한 태도로 학생들을 대해요. 이렇게 방치당한 아이들은 학교 밖을 나와서도 어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된 문제를 야기하게 되지요.

 

영등포구 상담복지센터의 실내 일부. <p class=(사진출처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 width="550" height="367" />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실내. 학교폭력예방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아동청소년통합지원 등 작은 센터 하나가 청소년에 관련한 다양한 여러가지 업무를 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것이 청소년 지원사업의 현실이다. (사진출처 :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

 

 

¶ 해외유학을 가기 위해서라든가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한 방법을 찾아서 자퇴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 빈부격차로 인해서 학교 밖 청소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어요. 지역적 빈부격차는 작용해요. 소득이 높은 계층이 많은 강남, 서초, 송파 지역 같은 경우는 해외유학을 목표로 학교를 자퇴하는 경우도 많아요. 학교 밖 청소년의 30퍼센트가 유학으로 집계된 적도 있었어요. 저희 영등포구 관내에서도 여의도에 거주하는 학업중단 청소년들의 명단을 받아보면 대다수가 유학으로 나왔어요.

 

그러나 지원센터로 흘러오는 청소년들은 지원이 절실한 청소년들입니다. 부모님이 여력이 있고 의지가 있으면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도 퍼져 놀지 않아요. 사각지대에 놓인 친구들이 떠돌다가 지원센터를 만나게 되는 거죠.

 

¶ 그럼,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은 대체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나요

 

☞ 부모님이 가정에 계셔서 홈스쿨이나 진로활동을 할 수 있으면 모르나,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 가정의 경우 나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 청소년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니 하루를 늦잠으로 보내기도 하고, 방구석에서 빈둥대거나 나가서 놀기도 하면서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게 돼요.

 

이러다 나중에는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오지 못해요. 가정 안에서도 부모와의 갈등도 깊어져 자식은 자식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서로 외면하는 상황이 와요. 그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방황이 시작됩니다.

 

부모님들은 제도권 안에 있는 것을 안정적이라 생각하시죠. 제도권 밖으로 뛰어나온 아이들은 그동안 묶어놓은 갈등이 폭발하는 상태구요. 부모님도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아라”, 자녀도 “내 인생은 스스로 개척할 테니 간섭하지마라” 그렇게 되는 거죠.

 

¶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정부가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건가요

 

☞ 네. 국가 차원에서 여성가족부가 이 일을 맡고 있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202개의 청소년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어요. 2014년 학교 밖 청소년 관련 법령이 생기고 나서 센터의 숫자가 짧은 시간 안에 증가했습니다.

 

¶ 영등포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어떻게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돕고 있나요

 

☞ 청소년들이 센터를 찾아오면 이들과 관계를 가지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요.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 대학생들과 연계해서 과외를 받게 해주기도 하고, 공부할 곳이 필요하면 센터 내 공부방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죠. 집 밖으로 나오기 싫어하는 청소년들은 인터넷 강의를 듣게 도와줘요.

 

심지어 강의를 듣기 전에 전화해서 깨워주거나 강의 후에도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대화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는 문자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해요.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청소년을 위해 지역사회 자원도 발굴해 연결시켜주는 일도 하고 있어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이용 청소년현황 인포그래픽 <p class=(사진출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width="550" height="458" />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이용 청소년현황 인포그래픽 (사진출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 마치 여러 자녀있는 가정에서 아이들 돌보는 것 같아요. 첫째는 과외를 시키고, 둘째는 인강을 보게 하고...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네. 아이들의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진로를 찾을 때 까지 또 다른 보호자가 되어 한 명씩 관계를 맺고 노력하고 있어요.센터를 찾아오면 처음 6개월간은 관계형성을 위한 기간으로 잡고 있어요. 이를 위해 1주일에 1번 정도, 담당 상담 선생님이 전화연락을 하고 직접 만나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꿈꾸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해요.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고 관련된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하죠.

 

¶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은 제도적 차원에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실례로 영등포구는 청소년 관련 조례와 정책을 만들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자퇴하기 전에 관계망을 연결할 수 있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됩니다. 동 주민센터와 연계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끼니를 거르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이렇게 센터는 하나씩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고, 또 그렇게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원센터를 운영하시면서 시스템의 문제로 힘든 부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 있을 때에 상담센터와 연결해주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자퇴처리가 된 후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명단이 지원센터로 전달돼요. 나중에 우리가 아이들을 찾았을 때 즈음이면 이미 부모자식간에 깊은 감정의 갈등을 겪은 상태인데다가 생활습관도 무너져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죠.

 

그래서 청소년들이 학교 밖을 나가기 전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와 연결시켜 청소년들이 제도권 안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학교를 나올 마음이 생겼을 때, 학교를 나오기 전부터 지원센터와 연결되면 상담을 통해 다시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고, 학교를 나오게 되더라도 방황하지 않고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지요. (중편에서 계속)

 

[청소년특집(2)]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 (중편)

- “하나하나 소중히 돕는 게 해결방법”

- http://www.sisa-n.com/19014

 

[청소년특집(3)]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하편)

- 마을이 함께 키우는 청소년 “지역사회가 등대다”

http://www.sisa-n.com/19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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