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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특집(3)] 마을이 함께 키우는 청소년 “지역사회가 등대다” -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윤준식 기자 승인 2017.12.11 16:56 | 최종 수정 2019.07.16 17:47 의견 0

지금까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상황(상편)’, ‘청소년의 자활(중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전윤경 센터장님과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나눠보았습니다. 결론은 공동체가 답이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책과 사회안전망 확충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함께 돌보아야 함을 느꼈습니다. (취재팀)


 

¶ 3월 2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법안이 개정됐다고 들었어요

 

지난 3월 2일에 개정된 내용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었던 것과 관련이 있어요.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를 법적 보호자의 동의 없이 외부기관에 공개할 수 없게 했죠. 법안이 개정되면서 학교 밖 청소년을 찾아내는 일이 힘들어졌어요. 청소년이 학교 밖으로 나오기 전에 찾아내는 일은 중요한데 말이죠.

여기서 잠깐!

 

법률개정 이전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교 밖 청소년 본인이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지원기관에서 전화연락이나 가정방문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사각지대에 놓여 청소년 기관과의 연계, 정부지원이 많이 늦어지곤 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스스로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이미 사회안전망을 벗어났거나 제도권에서 수용할 수 없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2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것입니다.

 

개정 법률은 “학교장 및 단체장 등이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지원센터에 제공하는 경우 청소년 본인의 동의를 먼저 받도록”해 청소년이 학교를 이탈하기 전 지원센터와의 연계가 가증하도록 했고, “해당 청소년의 동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그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에게 개인정보동의고지사항을 고지하고 해당 청소년의 개인정보 수집ㆍ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 지원센터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더욱 좁힌 것입니다.

아이가 학교를 나와 학교 밖 청소년이 되면 제도권에서 벗어나 소속감을 잃어버려요. 우리나라의 국가적 정서는 한 사람이라면 집단이나 그룹에 속해있는 것을 중요시 여기죠.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보호할 의무가 없죠. 그렇다면 가정 안에서 주 양육자가 아이를 보호하고 길러내는 것이 맞지만 해체가정이 많아지면서 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사회적 환경에 놓여지죠.

 

결국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방치되면서 백수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무 학력자 학업중단 청소년인 상태에 머무르게 되요.

 

이런 청소년 들은 전국에 흩어져있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어려워요. 특히나 학교를 나온 지 얼마 안 된 청소년들은 더 찾기가 어렵죠. 가출 상태에 있는 경우도 있죠. 집 안에만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마음의 문이 닫힌 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상태를 돌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죠.

 

혼자서는 취업이나 진학을 준비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훨씬 나중의 일이에요. 설령 정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어느 곳에 소속되어 간섭받고 싶지 않은 상태죠. 자유를 만끽하며 쉬고 놀고 싶은 상태에요. 쉬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지원센터)에 의탁하면서 쉬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어 좋은데, 정착하지 못하고 어딘가 떠돌고 있는 상태죠.

 

¶ 학교와 센터가 연계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기 전, 그러니까 학생에게 자퇴서를 받아서 행정 처리를 진행하기 전에 센터와 연락을 하면 학교 밖 청소년의 수를 줄일 수 있어요.

 

청소년들은 사회 안전망 안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제도의 보호를 받는 것이 제일 좋아요. 만일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기 전에 연락이 되면 상담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학교 적응을 도울 수 있죠. 만약 그래도 학교를 나오겠다고 하면 상담으로 형성된 라포를 통해 아이의 방황기간을 줄일 수 있어요.

 

간담회를 마친 후 전윤경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장과 센터 및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시설을 둘러보는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과 영등포 조길형 구청장 <p class=(사진출처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width="550" height="413" /> 전윤경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장(좌)의 소개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둘러보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우)과 조길형 영등포구청장(가운데) (사진출처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그러나 학교 안에서 학업숙려제도를 신청하면 1차적으로 Wee센터의 종합지원서비스로 넘어가게 되요. 여기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퇴를 신청하죠. 저희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학생의 자퇴는 진행 된 뒤여서 때는 이미 늦죠.

 

그래도 센터를 찾아오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마음이 건강해요. 학교 밖 청소년을 찾았어도 집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은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해요. 이런 친구들은 가끔 가정방문을 하면서 전화나 문자로 관리해요. 집 밖으로 나오고 싶을 때 까지 기다리죠. 그 사이에 학업에 대한 끈이 풀어지지 않도록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한다든지 해서 공부를 계속 해나가도록 돕기도 해요. 센터에 있는 선생님들은 학교 밖 청소년을 돌보는데 보이지 않는 수고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 해야 눈에 보이는 성과의 싹을 틔울 수 있거든요. 현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많이 힘들어요.

 

¶ 여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법률이 성과가 있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을 것 같네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나서 학교 밖 청소년 중 약 85,000명 이 서비스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 중 약 13,000명이 학업으로 돌아갔고 11,000명 정도 청소년이 취업이나 자격증을 따서 자립역량을 갖췄다는 결과를 보였죠. ‘렛츠런센터’ 등 기업을 통한 지원 센터도 늘어나는 듯 보이죠. 워낙 열악했던 환경에서 인프라를 갖추는 형태를 보이니까 단기간 많은 성과를 낸 것 같이 보여요. 그렇지만 자칫 외형적 부분만 늘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센터만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겼을 뿐 실제 아이들을 지원하는 인원수는 터무니없어요. 물론 85,000명이라는 숫자가 잘못되었거나 지원을 하지 않은 숫자는 아니에요. 한번이라도 만나서 상담을 진행했거나 적어도 알바 경험 할 수 있게 도왔던 청소년을 모두 합한 숫자를 이야기하죠. 따라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청소년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 자립한 85,000명 중 학업으로 복귀하거나 안정된 취업을 한 아이들은 50%가 채 안 될 거예요. 센터에 계신 선생님들은 나머지 청소년들을 계속 사례관리 하면서 케어하고 있는 중이죠. 거기에 새로운 학교 밖 청소년을 발굴하게 되면 센터에 계신 선생님의 몸은 하루 10개라도 모자란 실정이죠.

 

형식적인 센터의 개수는 의미가 없어요. 학교 밖 청소년을 같이 돌봐 줄 전문 인력양성도 동시에 이루어져야하죠. 현재 센터의 현황표를 살펴보면 서울 시내에만 24개의 센터가 개설되어 있어요. 광역시도 급의 센터에서는 5명의 인력이 배치되었으며, 기초자치단체에는 2~3명의 최소 인력이 배치되어 있을 뿐이에요. 이정도 인원으로는 행정업무 이외에 학교 밖 청소년을 발굴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긴 힘들죠.

 

영등포구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청소년들의 취미생활과 자격증 취득위한 '캘리그라피 자격증 과정반'을 운영한다. <p class=(사진출처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 width="550" height="413" /> 영등포구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진행중인 '캘리그라피 자격증 과정반'에 참여중인 청소년들 (사진출처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 청소년 현장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영등포구센터를 예로 들어볼게요. 한 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100명 이상 만나야 한다면 영등포구는 3명이서 100명을 관리해야하는 상황이에요. 선생님 한 분당 30명의 청소년을 관리를 해야 하죠. 최소 1주일에 1번은 통화해서 청소년들의 생활 상태나 스케줄을 관리해야 하는데 다른 업무를 하며 병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1명의 어머니가 30명의 자식을 보살펴야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학생관리 뿐 아니라 센터에서 청소년의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자원도 발굴해야합니다. 이 또한 오롯이 선생님들의 몫이기 때문에 두세 명의 인력으로 보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아직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죠.

 

¶ 현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센터의 기능은 청소년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자신의 장래 계획을 세우기 직전까지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죠. 그러나 이런 활동들이 한 아이의 삶, 자립까지 책임지는 곳은 아닙니다.

 

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이 방치되고 보호되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고 자신의 미래와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겨났어요. 학업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로를 선택하는 방법은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 정보를 얻고 필요하면 확보한 지역 자원까지 연계해서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열어주는 게 센터의 기능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부모님조차 센터에 의존하죠.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일하고 있어요. 이 또한 현장에 대한 인력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지난 6월 16일 미리내공원에서 열린 서울시연합아웃리치는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p class=(사진출처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width="550" height="364" /> 지난 6월 16일 미리내공원에서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울시연합 아웃리치 (사진출처 : 영등포구상담복지센터)

 

 

¶ 지역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지원센터가 기울이는 노력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요

 

한정적인 인원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간다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센터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계속 발로 뛰면서 자원을 발굴하고,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형태의 멤버십을 만들어 나가는 게 전부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카페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을 연계하기 위해서 영등포구에 있는 카페에 30~40군데를 돌아다녔죠.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하는데 방법이 없었어요. 영업사원들이 그렇듯 계속 커피숍들을 돌아다니며 부탁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카페는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기 때문에 취업실습을 나온 청소년들의 실수에 관대하게 대해줄 수 없다는 것을 저희도 알고 있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한참을 헤매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한 곳을 들어갔는데, 사장님이 웃으시면서 그간 얼마나 돌아다녔으면 영등포 카페들 사이에 소문이 다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그렇게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지만, 딱 1년 동안 청소년 인턴으로 받아주고 교육을 해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셔서 좋은 결말로 끝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노력이 있어야 자립이 가능하다는 내막은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를 자립지원 성공사례로 언급하는 것이 문제인거예요. 진짜 아이가 독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데 말이죠. 청소년이 한 명의 사회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진짜 지원제도를 이제부터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밖 청소년을 지원하는데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자체별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방식이나 바라보는 시선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지방에서 가출하면 서울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위기청소년을 구조하기 위해 나갔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지방자치단체의 비용(구비)을 들여서 지원해줄 때 생기는 문제였어요. 청소년의 주소지가 지방인 경우 교통비라도 지원해서 보내주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지자체 평가에서 안 좋은 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어요. 왜 우리 지역구 돈으로 다른 지역구를 지원해주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거든요. 다행히 영등포구는 조례를 제정해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안 그런 곳이 더 많은 현실이어요.

 

그러나 지금은 중앙(여가부)에서 청소년 지원을 진행하게 되면서 이런 문제 하나하나를 극복해 나가고 있어요. 건강보험만 있으면 전국 병원을 갈 수 있듯, 먼 지방에서 가출해서 서울에 올라와 영등포구를 떠돌더라도 저희 같은 청소년 기관이 아웃리치를 통해 만나게 되면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집에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까지 이곳에서 돌보다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연계를 해 계속해서 도울 수 있게 된 겁니다. 바람직한 제도가 만들어지면 현장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돌보는 일도 수월해집니다.(끝)

 


이렇게 총 3회에 걸쳐 전윤경 센터장님과의 인터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속에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53번째 과제를 살펴보면 ‘아동청소년의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 지원’이라는 항목이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2021년까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전체 시군구 단위로 확대해 접근성과 지원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각종 위기를 예방하고 보호치료하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하는군요.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들을 보면 정량적 성과 달성에만 급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놓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늘 그렇듯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의 해결, 풀리지 않는 과제, 법률의 제정과 규제 개선에는 너무 많은 힘과 노력이 듭니다.

 

특히 정부의 코드에 따라 정책이 급선회할 때마다 현장이 느끼는 곤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책의 혜택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정부의 정책추진과정을 놓치지 않고 시민 여러분께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이어지는 다른 연속 인터뷰들도 주목해 주세요. SNS에서의 공유를 통해 더욱 많은 분들(특히 정부 관계자)에게 알려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취재팀)


 

[청소년특집(1)]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 (상편) ‘학교 밖 청소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 http://www.sisa-n.com/18928

[청소년특집(2)]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 (중편)

- “하나하나 소중히 돕는 게 해결방법”

- http://www.sisa-n.com/1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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