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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123)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0.02.05 16:15 의견 0

교회가 공유경제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가정한다면 이제 콘텐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도대체 어떤 것들을 공유경제화 시킬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교회 자체가 보유한 콘텐츠이며, 다른 하나는 출석 성도들 개인들이 가지고 달란트이다. 먼저, 교회의 콘텐츠를 살펴보자.

잉여공간

교회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공간이다. 작은 교회도 예배실이 있으며, 큰 교회는 말할 것 없다. 그 공간은 특별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용되지 않는 공간으로 잉여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내뿐만 아니라 주차장을 포함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더 늘어난다. 최근에 많은 교회가 공간을 개방하고 있지만, 개방의 정도가 크지 않다. 대부분 주차장 공간만 예배가 있는 날과 시간대를 제외하고 개방하는 수준이다. 교회 내부를 외부 단체에 개방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 아울러 내부 공간을 빌려준다고 하더라도 종교적인 모임이 아니면 대여해 주지 않는다.

이미, 사회에서는 공간을 공유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즐비하다. 에어비앤비는 집을 공유하고 있으며, 우버는 자동차를 공유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차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교회는 많은 내외부 잉여공간, 운행을 거의 하지 않는 자동차, 그리고 주차장이 있는데 활용 정도가 상당히 낮다. 초기에 외부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출석 성도들을 대상으로 개방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최근에 필자가 다니는 교회 증축이 결정돼 공간이 더 늘어날 텐데, 아무도 평소 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도 평일에는 공간이 쓸데없이 넓은 상태이다. 단, 하루 일요일을 위해 교회는 증축을 계획한 셈이다).

물론, 공간 사용은 무료가 아니다. 기준을 세워서 적정 사용료를 책정하면 된다. 많은 공간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청년 등의 사무실로 사용될 수도 있고, 학습을 위한 독서실로도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거룩하게 여겨질 수 있는 대예배실은 규모에 따라 콘서트나 연극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잉여공간을 홍보하고 활용하고 수익을 관리하는 구성원은 별도로 선정해야 한다. 현재 교회를 관리하는 사찰 집사 수준으로는 힘들다. 교회에 출석하는 청장년층으로 구성된 팀이 관리하고 적정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청년 실업이 문제인데,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다. 교회 규모에 따라 청년들을 포용할 수 있는 수준은 다를 것이다.

유휴 기자재

교회에는 각 예배실에 피아노를 비치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악기 일체를 보유하기도 한다(드럼, 전자 기타 등). 그런데, 악기의 활용은 1주일에 많아야 2회 정도이다. 음향시설을 포함한다면, 평상시 방치되고 있는 물품은 더 많아진다. 도시에는 음향시설과 연주공간을 제공하는 사업도 있다. 교회는 모든 자재와 공간이 방치돼 있는데, 활용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 규모가 조금 있는 교회는 파이프 오르간도 소유하고 있는데, 오르간은 전공자들이 아니면 사용하기도 힘들다. 파이프 오르간 전공자도 오르간으로 실제 연습한 시간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대학교에도 전공자들을 위한 오르간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에 있는 오르간이 대학교 전공자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오르간보다는 레벨이 떨어지겠지만, 연습하는 데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전공자들에게 대여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또한, 교회에는 악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린터도 있고, 복사기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자재와 편의시설을 활용한 공유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면, 경쟁력 있는 시설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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