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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_이야기] 이정태실

칼럼니스트 최은상 승인 2019.07.14 09:45 | 최종 수정 2019.07.14 23:56 의견 0
월산대군 태실의 태비와 석함. 서울지역에서 유일하게 원 위치에 원형 보존된 태실이다.  (서울특별시 제공)


‘서초구 우면동 291-1 태봉산 정상’에는 조선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月山大君) 이정(李?; 1454~1488)의 태실이 자리 잡고 있다. 

‘태실’이란 왕가에 출산이 있을 때 왕족의 태를 봉안하고 표석을 세운 곳을 의미하며, 다른 말로 태봉(胎封)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태실도감(胎室都監)을 임시로 설치하여 이 일을 맡게 하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정태실에는 태비 1기와 석함 1기만 남아 있다. 태항아리와 지석(誌石)은 도굴되어 일본 아타카(安宅)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정태실은 원위치에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태실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0년 3월 25일 남아있는 태비와 석함 태실군을 합하여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30호로 지정했다. 

월산대군은 삼촌인 예종 임금의 후계 2순위였다. 예종이 승하한 후 당시의 권신 한명회의 책략으로 후계 1순위인 예종의 아들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왕위에서 배제되었고, 2순위인 월산대군 또한 어려서부터 병약하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결국 한명회의 사위인 자산군이 왕위를 승계해 성종으로 즉위하였다.

동생이 왕위에 오른 후 월산대군은 해방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심정이었으리라. 그래서 더욱 풍류를 가까이하고 시와 책과 자연을 가까이 하며 지냈다. 그래서인지 월산대군의 호는 풍월정(風月亭)이다. 

‘서초구 우면동 291-1 태봉산 정상’은 태실도감이 택정한 자리인 만큼 성스러운 명당인 셈이다. 우면산 북쪽의 서초는 지성과 혁신이 집약된 첨단도시이고 우면산 이남은 푸르고 여유 있는 전원도시 서초가 펼쳐지고 있다. 지금은 우면동의 명물이 된 서초 네이쳐 힐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월산대군의 시조를 함께 감상하고자 한다.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들이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가을 강에 밤이 되니 물결이 차갑구나
낚시를 해도 고기는 잡히지 않는다
욕심없이 달빛만 싣고 빈 배를 저어 돌아온다)

 

칼럼니스트 최은상 / 서초혁신리더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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