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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불난집에서 도둑질(火事場泥棒)하는 아베총리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05.04 14:42 의견 0

5월 3일 아베 총리는 헌법개정 추진 모임에게 보낸 비디오 메시지에서 “현행 법률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부족함”을 언급하며 “헌법개정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7일에도 아베 총리는 국회(중의원운영위원회)에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사태선언 사전 보고시 헌법개정과 긴급사태 조항 도입도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정국과 헌법개정을 연계하고 있다.

여기서 지난 4월 28일 ‘교도 통신사’의 헌법개정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①대규모 재해 시 내각 권한을 강화하고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긴급사태 조항을 헌법 개정을 통해 신설하는 방안에 찬성 51%, 반대 47%이 나왔다.

②개헌 필요성과 관련해 ‘개헌을 결정해야 한다면 찬성’을 포함하여 61%가 긍정적인 반응임에도, 아베 정권 하에서의 개헌은 반대가 58%, 찬성이 40%로 나왔다.

헌법개정은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여론조사결과의 차이를 보인다. 1차 아베총리 시절인 2007년에는 국민투표법(‘일본 헌법의 개정절차에 관한 법률’)등 헌법개정에 관한 분위기가 조성되며 40%대의 찬성률을 유지했지만, 2차 아베총리 취임 이후 또다시 개헌논의가 가시화되자 개정 필요성이 하락하였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다시금 증가하였다.

이번 ‘교도통신사’의 여론조사에서 헌법개정 필요성이 61%까지 증가했다는 결과도 2007년과 같이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아베총리의 집요함의 결과로 보여진다. 실제로 NHK 여론조사 결과가 2007년 41% → 2013년 42% → 2014년 28% → 2016년 27% → 2018년 29% → 2020년 32%인 것과는 차이가 난다.

이처럼 아베총리가 ‘긴급사태’를 주장하도록 만든 요인은 코로나19 관련 국민들의 불안감 확산 때문이었고, 이러한 불안감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사건을 시작으로 아베정부의 무능하고 쇄국적이었던 것에 기인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의견을 추종하는 전문가들과 총리관저 중심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①“의사가 필요하다면 모든 환자가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능력을 갖춘다(2월 29일)”면서 “1일 2만건의 검사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까지 제시(4월 6일)했지만, 자신들이 보유한 민간시설을 이용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1일 평균 약 7,000건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②초기부터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 타국 모범사례를 반영하지 않았고, 아직도 ③제한된 일부 정보만을 공개 중이다. ④최악인 것은 세계보건기구(WHO)도 추천하지 않고 있는 천마스크를 전 가정에 2매씩 배포하는 등 아베정부는 수동적인 뒷북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즉, 국가적으로는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일부러 간과하면서 의도적인 위기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한편, 일본 국립감염증 연구소는 독감 유행에 따른 예상 사망자 수를 추계하기 위한 지표를 작성했는데, 올해 8,9주차부터 도쿄의 초과사망이 확인되면서 예년보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미 마사히로’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은 ① 1월 하순 일본을 여행한 태국인 부부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고, ②일본 여행객으로부터 한국으로 감염전파 사례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적어도 이때부터 일본 국내에서는 감염이 만연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적어도 2-3개월의 충분한 대비 기간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라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PCR검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면서 감염확산을 방관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의료현장에서 활동 중인 의사들은 아베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데 호흡기 내과의 ‘구라모치 진’은 “PCR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밥 먹을 때 젓가락을 내놓지 않는 것”이고 “국가가 최소한 필요한 젓가락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국가가 (PCR)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선데이 모닝, 5월 3일). 그가 이처럼 심각하게 아베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의료용 N95 마스크와 방호복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검사도 안된 ‘조용한 전파자’들을 진료할 경우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상황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비난속에서도 꾸준하게 추진중인 아베총리의 의도와는 달리, 일본의 헌법학자 ‘기무라 소타’는 “코로나19 등 특별조치법의 긴급사태선언을 틈타 헌법상의 ‘긴급사태조항’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는 것은 ‘불난집에서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결론적으로 일본인들은 헌법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당장 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는 등, 아베총리의 생각과는 달리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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