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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1)] 멘토리가 할 수 있는 일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0.07.23 22:00 | 최종 수정 2020.07.29 22:00 의견 0
(멘토리 제공)

지역에서 청소년들과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아보면 흔히 이런 말씀을 해오십니다.

1. 인구가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를 살리고 싶다.
2. 아이들이 무기력하고 의지가 많지 않다.
3. 예산이 많지 않고 한 학기 정도 했으면 좋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불가능합니다.

우선 농산어촌의 청소년들 중에도 잘하는 아이들은 정말 무엇이든 잘 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많지 않은 농산어촌에서 저 아이들은 항상 반짝반짝하게 빛이 나지요. 대다수의 보통의 친구들, 무언가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한 경험이 적은 친구들은 어른들 눈에 상대적으로 무기력하고 의지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무엇’이든 한 번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관심을 가지기 위한 시간만 해도 1년은 필요합니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10년 동안 기죽어 살던 친구들이 저희를 만난다고 몇 달 만에 바뀐다면 기적이라 해도 되겠죠.

저희가 우려하는 것은 동기나 의지도 없는 저 친구들에게 갑자기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실패해도 괜찮아, 해봐!”라고 등을 밀어줬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이 친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처받는다는 점입니다.

관심이나 칭찬을 받지 못한 친구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아”는 허울 좋은 말일뿐입니다. 이들에게 처음부터 프로젝트식 교육으로 접근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겠지만 지역에 있는 특성화고교. 공고, 농고, 상고 등은 지역에서 여전히 공부 못하는 친구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못 할 수 있죠. “나는 기술을 배워서 내 일을 할 거야”라고 생각한다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청소년은 지역에서 온갖 혐오와 무시를 감내해야 합니다. 이 친구들을 저희와 만나게 해주는 건 당장에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특히 지역의 지명을 딴 거점(명문) 고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에, 다양한 교육 활동이 없다는 이유로 특성화고교나 멀리 떨어져있는 작은 학교를 저희와 매칭 시키려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긴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이건 청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시간에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방법은 저희도 어렵고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성을 이끌어내는 작업 또한 너무 힘들고 고되기에 저희 같은 외부인에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또래’들의 입소문입니다. 주변 친구들이 재미있게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만을 모아 시작해야 합니다. 공부를 잘 하든 못하든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우선 하고 싶은 친구들로 시작을 해서 그 과정과 결과로 하여금 더 많은 청소년들을 유입시켜야 합니다. 그 다음이 무기력한 친구들을 설득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없는 친구들을 끌어올리는 것부터 시작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는 친구들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동의하는 10명만 있어도 시작은 충분합니다. 제발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 강제로 집어넣거나 형평성을 맞춘다고 분배하지 말아주세요.

“뭐야 너희도 결국 애들을 가려 받는구나. 그럼 누가 못해? 실망이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의외로 많아요. 하지만 우리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불가능하니까 저희에게 이야기 하셨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지금의 저 친구들에게 해줄게 없다는 것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다행인 건 이 친구들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엄청 무기력하고 축 처져있지만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벗어나면 잘 놀거든요. 또 각자 생각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에게는 아이들에게 우리 프로젝트를 설명해줄 기회만 만들어주세요.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게 하는 건 자신 있으니까요. 그렇게 시작하면 됩니다.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의 계획을 함께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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