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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5)] 변화하는 시대의 지역다움에 대해서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0.08.11 11:10 의견 0
2020 온라인 보령머드축제 포스터 (보령머드축제 공식 홈페이지)

보령의 친구들과 만나면서 '머드축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축제 자원에 대해 큰 프라이드도 없었고 소모적인 형태의 축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그럼 어떤 방향이 좋을까?”라는 말은 바보 같은 질문이었기에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의견은 어른들에게 혼나기 일쑤였기에 더 깊게 고민을 이어가지 못했으니까요.

보령=머드, 순천=정원, 정선=아리랑, 청양=고추, 벌교=꼬막, 보성=녹차, 고성=공룡...

우리는 하나의 도시가 하나의 자원, 색깔로 대표되어버리기에는 지역이 가진 다양한 색과 개성이 너무 많아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들은 한없이 묻혀버렸습니다. 그렇게 묻혀있던 거친 색들을 아이들과 찾아 새롭게 활용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주민들은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생각하셨습니다. 생계가 걸린 지역 축제와 관련해 함부로, 비판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불편해하셨습니다. 지역의 축제가 잘못됐다고 말한 게 아닌데도요...

주민들의 마음도 이해가 갔습니다. 여기 화천은 이렇다 할 산업시설도 없고, 관광 자원도 없는 소도시입니다. 거기다 군사시설 때문에 개발에도 제한이 걸린 화천의 주민들이 산천어로 축제를 만들어 수백만이 방문하게 만들기까지 실로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들으니 이제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고기는 제가 어릴 적만 해도 복날이면 어른들이 당연히 먹는 고급스런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문화는 혐오의 대상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식도, 문화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마 동물을 활용한 이런 축제들은 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지역을 소모하는 축제나 관광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사는 놈이... 촌은 그럼 영원히 촌으로 살란 말이냐?”라고 지역 주민들이 호통치실 게 뻔히 보이네요. 농산어촌이라고 해서 자연을 보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즐기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변화에 맞춰 지역의 색을 새롭게 다시 가다듬어보면 어떨까요? 물론 그런 상상에는 지역의 미래 세대들이 함께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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