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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빠! 그냥아빠?(4)] 서로 만나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

조연호 작가 승인 2020.09.21 15:00 | 최종 수정 2020.10.19 10:15 의견 0

◇첫 만남에서 결혼까지

“조국장, 이번 주 금요일에 우리 모임에서 MT가 있는데, 같이 갈 수 있나?”
“네. 특별한 일이 없으니, 함께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금요일 6시에 XXX에서 보자고.”

원래 다양한 모임에서 MT를 기획하고 갔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동행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5시 30분쯤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저를 초대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조국장, 오늘 가면 지난번에 말한 OO가 있을거야.”
“네.”
“그런데, 조국장이 몇 살이지?”
“네. 제가 올해 서른 셋입니다.”
“음. 그러면 그 친구가 한 살 더 많네.”

그러면서, 소개해주기로 한 여성의 이력을 죽 설명해주셨습니다. 듣고 있다 보니, 잘 될 거 같은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후에 후배와 만나서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그런 사람이 형 같은 사람을 왜 만나겠어요?”였습니다. 물론, 그 말에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저 역시도 “그렇지?”라고 수긍할 정도였습니다.

그날 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잠시 인사를 나눴습니다. 물과 모래가 가득한 해변의 파도 소리의 응원과 별이 가득한 낭만적인 아늑한 하늘 아래였지만, 어두운 밤의 시샘이었을까요? 서로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네. 저는 XXX입니다.”

이게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국내에는 처음으로 등장한 스마트폰 관련 이야기를 잠시 나눴습니다. 이쯤 되면, 결론은 뻔합니다. ‘인연이 아니네’라고 생각하며 상황 종료를 서로의 마음과 머릿속에 넣고 마무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어색하게 던진 첫 인사가 지금은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네요.

어색한 첫 만남 이후 주선자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만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서로 ‘인연이 아니다’라는 확신만 거듭할 뿐이었죠.

그러나 사람의 일은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감정의 전환이 일어났고, 이후 좋은 만남으로 연결됐습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상황이고, 다른 성격이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비전’이 같았습니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다른 책 <바람과 모래와 별들>에서 “경험을 통해 보건대,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생겨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부는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다른 연인들과 같은 불타는 열정도 있었습니다). MT에서 첫 만남 이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사귀게 됐고, 사귄 지 열흘 만에 “우리 결혼하자!”고 말했습니다. 제 말에 아내는 “그래!”라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해줬고요.

그리고 여러 과정–아내 친구들과 만남, 가족과 만남, 상견례, 아내 은사님과 만남, 정식 프로포즈 등-을 거쳐 다음 해 1월, 결혼했습니다.

첫눈에 반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겉으로 볼 때, 평소에 생각했던 반려자 상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기에 대학 시절부터 생각했던 ‘평생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좋겠다.’라는 소망이 실현됐습니다.

물론,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항상 좋은 마음으로만 지낼 수는 없습니다. 다투기도 하고, 서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격전이 치러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2세 계획을 세우고, 준비합니다.

종종 자신의 짝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기다린다고 말하는 후배나 동기를 봅니다.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거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으면, 반려자는 만날 수 없습니다.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닙니다.

단, 몇 시간 만에 모든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에서는 운명 같은 요소를 반영해야만 짧은 시간에 결혼도 하고, 아이들을 낳아서 가족까지 이루는 연대기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적어도 영화보다 깁니다. 운명처럼 만났다고 하더라도 서로 노력이 없으면, 운명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라는 포기와 후회로 바뀌기 마련입니다.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운명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계속 노력해야 하고, 결혼 후에도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다시 이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이라고 하지, ‘결과’라고 하지 않는 이유를 아이 둘 아빠가 되고 나니, 조금씩 깨닫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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