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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37)] 인재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세상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1.01.06 14:00 의견 0

또 열 뻗치는 논의가 오갔습니다. “지역인재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째, 대학은 취업을 위한 기관인가요?

균형발전을 위해서 공공기관에 지역 대학 출신 30%, 타 지역 지방대 출신 20%, 총 50%를 선발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 기사나 인터뷰가 쏟아집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지방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고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많이 붙습니다. 그런데 왜 이 정책이 ‘지역인재’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되는 걸까요? 단순히 지역 대학을 나오면 지역 인재가 되는 걸까요?

결국 취업하기 위해 대학에 간다는 것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정책이 아닐까요? 최고 교육 기관이라는 대학이 고작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정도라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오리지널 지역 인재의 분노를 보아야합니다.

인재의 본뜻은 학식과 능력을 갖춘 뛰어난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력’을 갖춘 사람을 인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로 떠난 지역출신 오리지널 인재들은, 지방대를 간 친구들에게 주어지는 지역인재라는 타이틀과 혜택을 곱게 볼 리가 없습니다.

공교육은 그동안 학력을 갖춘 인재가 되는 것을 목표로 모든 청소년들이 서울을 바라보며 지역을 떠나길 종용했습니다. 엘리트가 된 그들은 서울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갈 방법을 찾는데, 왜 나보다 못한 대학에 간 나보다 덜 노력한 저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냐며 이게 공평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이 청년들에 대해 어떤 교수님이 ‘서울로 떠난 엘리트들의 이기주의’라고 말한 것을 보고 화가 났어요. 저들이 뭐라고, 그렇게 특별한가요?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안전한 공공기관 취업 자리에 목 맬 수밖에 없는 평범한 청년들의 절박함을 전혀 모르는 꼰대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청년들을 비난만 하지 말고 이 상황을 만든 원인을 개선해야 해요. 지역에서 제일 공부 잘해서 서울로 대학 간 오리지널 지역인재가 고작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의 취업 자리를 두고 지방대학생과 경쟁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청년들의 잘못일까요?

세 번째, 인재를 다시 정의해야합니다.

학식과 능력을 갖춘 자를 키우고 그들이 인재가 되어야합니다. 서울대를 나왔다고 인재인 것도 아니고 지방대를 나왔다고 인재가 아닌 것도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인재를 키워 내는 곳이 대학이어야 하고 그 역할을 못한다면 대학은 사라져야 합니다.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너는 꿈(dream)이 뭐니?”라는 질문을 하면,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꿈(Job)꾼다”고 말합니다. 꿈이라는 로망까진 바라지 않지만 10대부터 먹고 살 걱정을 하며 안전한 직업만을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진짜 지역을 위해 국가가 할 일은, 지역과 관련된 일자리만큼은 지역에서 공부한 청년들이 가장 잘 활용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역의 대학을 지원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공공기관이 채용을 할 때 우리 지역 청년들이 이 역량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달달 외우기나 잘 하고 이것저것 스펙만 쌓은 애들과 비교했을 때 지역의 일을 하기에 훨씬 뛰어나서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방의 대학들은 학벌을 가리면 지역 공기업의 직무에 딱 맞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건가요? 그래서 그 할당을 저들에게 주려는 것인가요?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은 정치권이 아주 지저분하게 청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정치놀음에 청년을 써먹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업들은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고, 성장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안간힘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은 아직도 지역, 대학 이런 소리만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선거철이 오면 관련 정책과 방향이 만들어집니다. 지금의 상황도 결국 2022년 지방선거를 노린 작업이 아닌가요?

재선을 노리는 군수, 시장들은 왼팔 오른팔인 과장, 계장들을 읍장, 면장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너도 나도 공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떠들고 있고요. 이런 것과 똑같이 정치적 놀음에 청년들을 부추기고 가르고 싸우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당에도 청년이 있지 않나요?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일까요. 지방의 대학을 다니는 것이 과연 배려를 해야 할 일인지, 이미 지역인재 전형을 만들 때 겪은 진통인데 왜 또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앞에서 언급한 논의는 “왜 나주의 한전에서 서울의 전자공학과가 훨씬 점수가 높은데, 지방대 전자공학과를 뽑느냐”는 내용입니다. 한전에서는 ‘어차피 이놈 뽑으나 저놈 뽑으나 우리 회사일 하는 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하니 마음대로 하십쇼’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을 지역 대학에서 배울 수 있게 해서 역량을 기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진짜 이게 최선의 일일까 고민도 됩니다. 억지로 말을 이어가려고 해도, 결국 취업사관학교 같은 일을 하는 지역 대학의 모습만이 상상되거든요. 정말 불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정말 국가는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진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보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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