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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특별기고(5)] 우리는 정인이 양모의 아버지 장영길 씨 부부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합니다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2.22 12:30 의견 1

최근 정인이 사건으로 네티즌 사이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신년을 맞아 진행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도 정인이 문제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입양에 대한 인식과 방법론 모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현실입니다.

때마침 <시사N라이프>는 의미있는 투고를 받았습니다. 입양 경험을 가진 한 아버지로부터 입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정인이 사건을 시청률과 조회수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토로했습니다.

이에 독립언론을 지향하는 <시사N라이프>에 무명으로 투고한다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총 3회에 나누어 연재되는 솔직한 심정과 사연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서 정인이 사건과 입양에 대한 생각의 범위를 넓히시는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가롯 유다’보다 못한 목사

코로나19 시대가 되며 개신교가 원흉으로 주목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질타를 받으면서도 비정상적인 만행을 저지르는 교회가 속속 등장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개신교 입장에서는 유사 기독교가 벌이는 일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유사 기독교만의 행태가 아니라서 문제입니다. 전광훈 씨를 비롯한 ‘보수꼰대’가 통치하는 교회는 정상적이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교회 중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명성교회의 전 담임 목사 김삼환 씨도 비자금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 조용기 씨도 금전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소란이 끊임 없었습니다.

종교기관이라는 성역은 법으로 다스려지지 않아서 이들의 범죄는 죽은 후에 하나님이 다루실 것이라는 식으로 암묵적으로 넘어가는 행태가 팽배해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이상한 논리를 잘 캐치해서 받아들인 정인이 양모도 “자신의 죄는 신만이 심판할 수 있다”는 기괴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합니다.

이런 가운데, 정인이 양모의 아버지 장영길 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외할버지란 사람이 정인이 사망 이틀 후 우아하게 와인 잔을 들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가 믿고, 믿으라고 설교하는 핵심 인물 예수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최후의 만찬을 비장하게 진행했습니다.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따라 주면서 자신의 피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떡을 떼면서 자신의 몸이라고 합니다. 예수의 죽음과 헌신에 대한 상징적인 만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인이 보호자들도 예수의 후예랍시고 비슷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단, 이들은 희생과 헌신은 망각한 채 정인이의 죽음이란 사실을 이틀만에 잊고 포도주를 마시면서 축하 파티를 열었습니다.

정인이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없고, 살아있는 자신들을 축하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혹(정인이) 하나를 뗐다고 좋아했을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잘 됐다”라고 하면서 관종 환자인 딸을 위로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 예수를 판 유다보다 못합니다. 유다는 은전을 받고 자신의 스승을 팔았던 자입니다. 하지만 그 조차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습니다. 정인이의 거짓 가족들과 비교하면 유다는 진정 정의로운 사람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딸을 죽이고서도 축하 파티를 여는 정신병자들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조금이라도 인정이라는 게 있었다면, 정상적인 인간들이었다면, 대놓고 축하 파티를 열 수 있었을까요?

◆도대체 돈(변호사 비용)은 어디서 났을까요?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인이 양모의 변호사 비용은 양모 아버지가 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금액이 무려 3억입니다. 그전에는 대형 로펌에 맡기려 했다는데 당연히 비용은 더 컸을 겁니다. 들리는 소리에는 10억 수준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장영길 씨가 운영하는 ‘포항제자들교회’는 약 50명 정도의 교인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영 내내 재정적으로 힘들어서, 그 아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수익으로 보조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 정도 되는 교회면 목사의 월급은 많지 않습니다. 간단히 따져보겠습니다. 50명의 교인이 매주 헌금으로 1만 원씩 한다고 할 때, 월 헌금액은 200만 원을 조금 넘게 됩니다. 물론, 십일조와 같은 헌금과 건축 헌금 등을 정기적으로 더 거둔다고 하더라도 월 헌금액은 500만 원 수준을 넘기 어려울 듯합니다.

헌금으로 교회 건물 운영과 관련한 공과금을 내고, 혹 건축 당시 대출금이 남았다면 원금과 이자도 냈을 것입니다. 아울러 각 부서 활동 등을 지원하고 나면 목사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00만 원도 채 되지 않을 듯합니다. 들리는 소리에는 교회 운영이 어려워 교회 건물을 여러 번 매물로 내놨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와인 파티를 하고, 자신이 잘 못 기른 딸의 변호사 비용으로 3억이라는 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경우 수가 있겠지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교회를 저당 잡혀서 돈을 마련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에 이런 일을 저질렀을 때, 불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 재정을 횡령했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재정이 넉넉지 못하다는 분석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재정을 탈탈 털어서 변호사 비용에 보탰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 역시 횡령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입니다.

혹, 재산이 있어서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인이 양모의 관종 성격을 생각해 봤을 때, 재산이 충분했다면 아파트 구매 시 대출받지 않게 도와줬을 것입니다. 따라서 장영길 씨는 선친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지 못했거나 혹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장영길 씨가 만들어 낸 변호사 비용은 불법적으로 융통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혹, 그 아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비용을 충당했다면, 역시 어린이집 운영에도 불법적인 정황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전부터 교회 재정을 어린이집의 이익금으로 지원했다는 상황도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어린이집은 큰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의문스러운 점입니다. 무슨 다른 수를 썼기에 남편이 운영하는 교회를 지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전여전

그는 2010년에 지역 교회연합회장에 선출됩니다. 대체로 이런 자리는 돈을 쓰는 자리입니다. 즉, 깔끔하게 옷 입고 생색내는 자리입니다. 교인이 50명밖에 되지 않고, 재정적으로 힘든 교회의 목사가 외부활동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런 장영길 씨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관종’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그 딸이 그대로 물려받은 듯합니다.

이들은 잘못을 인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도 유사합니다. 정인이 양모는 범죄의 정황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범죄 사실을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아버지 장영길 씨도 이런 딸을 두둔하면서 법의 결정을 기다리자고 합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 교인들까지 동원해서 탄원서를 쓰게 했습니다.

이에 동조한 교인들도 꽤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양모의 이모라는 사람의 사탄 운운하는 발언은 꽤나 신선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와인 파티한 사람이 선한 자이고 이들의 죄를 밝히려는 사람들이 사탄이라고 주장하니, 정말 그 뇌 구조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인이 양모가 관종 환자가 된 데는 환경적인 영향이 정말 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유튜브 ‘레이 TV’에서는 장영길 씨의 설교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장영길 씨는 단 한 번도 정인이를 손녀로 인정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부모에게 태어나 자란 정인이 양모도 정인이를 입양했을 때 딸처럼 키우려는 마음이 정말 있었을까요?

이들은 선행을 가장한 관종 행태를 일삼았던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선행에는 헌신이 필요합니다. 그런 헌신을 실행으로 옮길 수 없었던 정인이 양모는 본색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정인이를 죽음으로 몰았고, 그 죽음을 외면하고 와인을 즐겼던 장영길 씨도 다를 바 없습니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아이

우리 둘째가 벌써 4살입니다. 집에서 가장 어리지만, 대장 노릇을 합니다. 가끔 생떼를 쓰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달콤한 것을 주면 울다가도 웃고, 떼를 쓰다가도 말을 듣고, 고집을 꺾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몇 백 원이면 우는 아이를 달랠 수 있습니다.

아이는 큰 것에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아닙니다. 어릴수록 아이는 더 작은 것에 만족합니다. 배고플 때, 밥을 주고, 졸릴 때 재워주고, 용변을 봤을 때 청결하게 정리해주면 아이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종종 “우리 아기 사랑해!”라는 부모의 애정 어린 말투와 포옹이면 어린 자녀에게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작은 것만 해주면 됐는데, 그 작은 것에도 인색했던 양모는 입양이라는 결정을 했고, 그 아버지 장영길 씨는 그 결정을 만류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정인이를 볼모로 삼아 빛나고 싶었던 관종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관종의 결과가 좋지 않으니,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 스스로 정당화 합니다.

모든 게 명백한데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기 보다는 최대한 회피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살인죄 기소가 아동학대죄로 강등될 경우 쾌재를 부를 인간들입니다. “봐라! 살인죄가 아니잖아! 법이 나를 살인자로 인정하지 않았어!” 그리고 이들은 교회에 모여서 감사 기도를 드릴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가 사탄의 계략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이죠. 애초에 신만이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고 말한 인간이 법에 의존하는 모순을 이미 저지르고 있습니다.

정인이는 정말로 어렸고 세상에 때 묻지 않았기에 아주 작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처참하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영길 씨 부녀는 막대한 돈을 들여서 조금이라도 형량을 낮추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몇 백 원만 있어도 웃을 수 있는 정인이를 죽인 대가는 수억 원을 써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국민은 이들을 아무리 큰돈을 들여도 벗어날 수 없는 지옥 사자의 눈으로 계속 쳐다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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