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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창업(4)] 공급자 리스크에 대한 플랜B 전략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8.26 15:49 의견 0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에서 창업의 '플랜B'를 찾고 있다. 5-Force 모델에서 말하는 ‘업계의 경쟁력’, ‘공급자의 교섭력’, ‘구매자의 교섭력’, ‘신규진입자의 위협’, ‘대체 상품의 위협’이라는 다섯 가지 힘에 맞춰 하나씩 고민해 나가고 있다.

지난 회는 ‘업계의 경쟁력’이라는 영역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보았다면, 이번 회는 ‘공급자의 교섭력’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 내게 있어 ‘공급자’란 누구인가?

창업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어려운 점은 갈수록 창업이 복잡다단해지고 있어서다. 몇 가지 유형화된 이야기 속에 전체 창업을 담아낼 수가 없다는 점이다. ‘공급자’ 또한 업종에 따라 성향이 판이해진다. 제조업이냐 유통업이냐, 서비스업이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 속에서도 세세하게 분류되기 때문에 ‘케바케(case by case)’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제조나 유통업을 하는 경우라면 원자재, 유통 품목의 매입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순한 조건으로 정리해 판단하기 쉽고, 비교적 명확한 대안을 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단순하고 명확한 대안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대안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단순 명확하다는 것은 의사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랜B’를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자.

그러나 복잡다단한 비즈니스 생태계 속에서 틈새를 공략한 창직형 아이템들은 주로 ‘지식서비스’ 분야에 몰리고 있는데, 이 경우 ‘공급자’를 규정하기가 어렵다. 방금 설명한 창직형 지식서비스 창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최근의 창의적인 창업 트렌드는 기존 비즈니스에서 보이는 정형성을 하나둘 깨며 나타나고 있어 상투적인 언어로는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것들을 모두 ‘공급자’라 규정지어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우선 그렇게 잠정적으로 정의한 후 자신의 비즈니스를 관찰하면 ‘공급자의 교섭력’으로 인해 어떤 리스크가 올 수 있는지 점점 명확해질 것이다. 이번에도 사례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 다음의 사례에서 '플랜B'를 생각해보자

[CASE] 홈페이지 제작을 하는 프리랜서 박OO 씨.

잘나가는 웹에이전시에서 5년간 기획자로 일했다. 자신은 디자이너도 아니고 프리랜서도 아니지만, 워낙에 대인관계를 잘하고 리더십이 강해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수많은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웹프로그램 개발 경력을 갖고 있다.

유능한 그에게 회사는 수많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요구했고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게 되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건강관리와 휴식을 철저히 하면서도 수입은 회사생활을 할 때보다 늘어난 상태. 고객들의 신뢰는 여전해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발주가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고객들에게 제안서와 견적서를 보내도 시큰둥한 반응이 온다. 원인을 찾아보니 일부 웹에이전시가 저가 입찰을 시작한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지 살펴보니 물가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현지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공급가액을 낮춘 것이다.

한편으로는 Wix, 워드프레스를 위시한 템플릿 형태의 저가 웹 빌더가 등장했다. 도메인 호스팅, 웹호스팅 업체들이 이런 웹 빌더를 탑재해 무료 또는 저가 홈페이지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박OO 씨 입장에서는 웹 빌더나 해외 디자이너들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동일한 가격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그동안 협업하던 관계자들을 모아 지금 겪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토로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동일한 금액에 고퀄리티의 산출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자 어마어마한 항의와 폭언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중 일부와는 업무 관계가 단절되는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 자신들도 업무 원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박OO 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기절해버렸다. 이런 스트레스가 싫어서 프리랜서로 독립한 것인데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시작되었다.

◆ 원가에 영향을 끼치는 ‘공급자’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필자가 각색한 사례는 소설이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 듣게 된 창업자들의 심각한 애로사항들이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언제든지 이보다 더 기막힌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창업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이럴수록 더욱 준비된 창업을 통해 과감해져야 한다. 어떤 역경도 돌파할 수 있는 내공과 힘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자’를 상품과 원자재를 공급해주는 당사자로 보는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 앞으로 원가에 영향을 끼칠 여러 가지 변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라면,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작용할 것이다.

상수는 상수대로 변수는 변수대로 처리할 수 있으려면 ‘공급자’들이 내게 행사하는 힘에 어떻게 대응할지 대처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공급자의 변화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케이스를 발굴해 이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준비해두는 것이 지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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