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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창업(6)] 구매자 리스크에 대한 플랜B 전략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9.23 10:05 | 최종 수정 2021.09.24 03:00 의견 0

지금까지 ‘5-Force 모델’에서 ‘업계의 경쟁력’, ‘공급자의 교섭력’을 알아보았다. 이번 회에서 언급하게 될 ‘구매자의 교섭력’의 내용은 지난 회에서 다룬 ‘공급자의 교섭력’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 서로 닮은 ‘구매자의 교섭력’과 ‘공급자의 교섭력’

구매자의 교섭력이란 간단히 말해 내가 취급하게 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 고객이 행사하는 영향력이다. ​즉, 나의 거래 제안에 고객이 응해 매출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돈을 주는 입장인 고객이 갖게 되는 힘에 대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공급자가 경쟁력을 가질수록 구매자보다 힘이 세진다.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든가, 독점공급권을 갖고 있다면 부르는 대로 가격에 매겨지고 공급자가 큰 이익을 갖게 된다.

하지만, 프로슈머(prosumer; 앨빈 토플러 등 미래 학자들이 예견한 기업의 생산자_producer와 소비자_consumer를 합성한 말)라 불릴 만큼 현대의 소비자는 똑똑하고 현명하다. 구매자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의 전투력을 갖고 있다. 특히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의 발달은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 상품평, 판매자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꾸준히 구매자의 힘을 키워왔다.

심지어 이들은 원산지 정보, 해외직구를 통한 구매선의 다변화, 한 발 더 나아가 계약생산이나 DIY까지 하고 있다. 방심하다가는 구매자에게 밀려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하루아침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 정도로 구매자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 구매자 리스크 분석의 출발점

창업에 앞서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마케팅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분석 방법을 동원해 나와 거래할 고객을 찾기 위한 작업에 시간을 많이 들인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STP 전략을 통해 시장세분화부터 시작한다. 이 전략은 고객층을 구분한 다음(segmentation), 나에게 적합한 고객집단을 찾아 타깃팅(targeting)을 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어필해 단골손님을 만들지(positioning)를 구상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만나게 될 고객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기 시작하는데, ‘구매자의 교섭력’, 즉 ‘구매자 리스크’를 위해서는 피상적인 고객 연구로는 부족하다. 고객의 생각, 삶, 습관, 더 심하게는 이들의 뇌 구조를 모르고서는 불가능하다. 고객과의 관계가 좋을 때는 이들은 내 가족과 같은 존재들이지만, 관계가 나쁠 때는 적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객이 원하는 거래대상은 누구인가? 가격은 짜장면 값에, 서비스는 호텔 수준이어야 하고, 속도는 자판기와 경쟁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비로소 ‘착한 가게’라 인정해준다. 우스갯소리로 꺼낸 말이지만 뼈 있는 이야기다. 공급자와 구매자의 양 측면에서 동시에 떠올려보면 이 말에 무릎을 탁 치며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급자 입장에서 언제나 이 세 가지를 만족시킬 수 없다. 가격이 조금만 오른다면? 서비스가 조금만 불만족스럽다면? 상품과 서비스 공급 속도가 조금만 늦어진다면?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부족하더라도 고객의 비난을 면치 못한다.

처음 거래하는 고객은 “구관이 명관이네”, 오랫동안 거래 관계가 좋던 고객도 “이제 돈 좀 벌더니 대충대충 하나 봐”라는 식의 부정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구매자 리스크는 예측할 수 있다.

◆ 사례를 바탕으로 플랜B를 구상해보자

[CASE-1]

테이크아웃 카페를 운영 중인 송OO 씨. 직장생활을 조금 하다가 여성에게 부당한 직장 내 현실이 싫어 과감히 퇴사하고 3평짜리 테이크아웃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 3년 고생했지만, 음료를 만들어내는 감각이 탁월한 데다 친절한 고객 응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1천 원짜리 생과일주스 프랜차이즈가 근처에 들어섰다. 송 씨의 매장에 들르는 고객의 수가 줄어드는 듯하더니 단골들로부터 “여기는 가격 안 내려요?”하는 이야기를 듣기까지 했다. 한 달을 경쟁하며 고민한 끝에 가격 인하를 결심했지만,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잃어버린 고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내놓을까 생각했지만 그간의 고생이 너무 억울하고, 손님이 뜸해지니 권리금은커녕 시설비도 챙기기 어려운 지경에 몰리게 되었다.

[CASE-2]

반찬가게를 운영하다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해 순댓국집을 개업한 마OO 사장. 자신이 화학조미료에 예민한 체질인지라 순댓국을 좋아하면서도 다른 곳에서 파는 순댓국을 먹을 수 없어 각고의 노력 끝에 비법을 개발해냈다.

그러나 개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미료가 첨가된 맛에 길들여진 손님들로부터 “맛이 심심하다”는 평만 듣고 있다. 게다가 갑자기 4,900원 순댓국집들이 생겨나며 고객들로부터 비싸고 맛없다는 불평까지 들려왔다.

어느 날 ‘먹거리 X파일’ 프로그램에서 조미료와 합성재료로 국물을 낸 순댓국집에 대한 방송이 나타나며 제대로 된 순댓국을 취급하는 ‘착한 가게’를 찾는다고 하자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가져 보았다. 하지만 소문나지 않은 마 사장의 순댓국집에 이들이 찾아올 리는 만무, 게다가 사회적으로 순댓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순댓국집 영업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ASE-3]

일본제 기저귀를 수입해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서OO 씨. 경제적 여건 탓에 한 자녀만 갖는 데다, 불임률 또한 높아 자녀가 귀해진 대한민국 풍토 덕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특히 아토피 등 영유아를 괴롭히는 것들까지 더해져 국산 기저귀보다 월등한 품질에 가격은 크게 높지 않은 일본제 기저귀를 취급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하게 장사의 재미를 맛보는 하루하루다.

그러던 어느 날 동일본 대지진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덮쳤다. 항만시설이 파괴되고 컨테이너 기지는 물론, 도로와 철도가 유실되어 한동안 일본으로부터 기저귀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 비상사태로 인해 전 직원이 기저귀 수급을 위해 급급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뉴스 속보가 올라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에 이상이 생겨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는 소식. ‘일제 기저귀=방사능 기저귀’라는 등식이 성립되자 고객들의 주문이 끊어져 버렸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 어떨 때는 보수적, 어떨 때는 혁신적인 구매자

구매자는 예민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고, 어떤 때는 혁신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뚜렷한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매자들의 집단적인 행동은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경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관찰과 연구는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

첫 번째 사례는 경쟁자 리스크가 구매자 리스크로 연결된 케이스다. 두 번째 사례는 어떤가?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구매자와의 관계 형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상황은 계속 악화한다. 가장 화려한 세 번째 사례는 답을 내기 어렵다.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공급자 리스크가 구매자 리스크로 돌변하고 이후에는 진퇴양난의 심각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그런데 필자가 소개한 이 세 가지 사례가 모두 실화라는 것이다. 첫 번째 업체는 잠시 휴업 후 심기일전 중이며, 두 번째 업체는 반찬사업을 병행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세 번째 업체는 고군분투하다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여러분이라면 어떤 플랜B를 준비해 만약에 닥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극복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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