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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노믹스 02월호] 로컬 상권 활성화 1부: 군집성에 초점을 맞춰라!

윤준식 편집장 | 김형중 기자 승인 2022.02.28 22:03 의견 0

윤준식: 김형중 기자와 함께 만들어간 로컬 노믹스! 벌써 4회째 접어들었는데요. 매번 유익한 정보 가져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월에는 어떤 이야기 가지고 오셨는지요.

김형중: 상권이랑 입지... 특히 상권과 관련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윤준식: 상권과 입지. 이거는 창업 관련된 분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창업 강좌에서 빠지지 않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근데 대부분 공인중개사-복덕방 아저씨들한테 많이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검색해 보면 많은 정보가 나오기는 해요. 그러나 아리송한 내용들이 많아서 많은 창업자분들이 상권과 입지에 대해서 자신이 따로 분석하지 않고 공인중개사, 부동산 사무소 찾아가서 “어떠한 업종을 하려고 그러는데 괜찮은 데 없냐?” 이런 식으로 질문하면서 상권과 입지를 보고 계시거든요.

업종에 따라서 상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입지가 더 중요한 곳들이 더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세탁소를 하고 싶다. 그러면 상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입지가 중요하거든요? 세탁소는 하나의 작은 공장이기 때문에 설비가 들어갈 수 있고 다량의 세탁물들을 보관하고 또 손질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한 거기 때문에요. 세탁소 같은 경우에는 대로변에 있는 게 아니라 이면도로 뒤에 보통 위치하거나 주택가 중심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기 세탁소가 있네?” 이런 곳들을 보면 중심 도로하고는 거리가 먼 곳들이 많고요. 미용실도 마찬가지로 좀 뭐랄까요. 힙한 미용실 같은 경우에는 대로변이나 유명한 상권 근처에 있지만, 대부분 주택가를 끼고 창업하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김형중: 아무래도 생활밀착형 업종들은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밑에 있는 경우들이 많죠. 요즘에는 무인 빨래방 같은 곳들이 매우 뜬금없는 위치에 있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목상권이나 지역 재생을 하고자 할 때 거기 결국은 공공에서 정책적인 의사결정을 해서 하게 되는데요. 결국 상권을 만드는 일이거든요? 그러면 상권이랑 입지가 어떻게 다른 것이고,우리가 상권을 재생하려고 할 때 어떤 점들에 주목해야 되는 것인가?

먼저 상권이랑 입지를 좀 분리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상권이랑 입지를 보통 많이 혼동해서 사용하십니다. 상권은 이게 상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의 범위거든요? 입지는 특정한 점포의 위치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윤 편집장이 말한 내용은 상권보다는 입지에 훨씬 가깝죠.

상권은 특정 점포를 기준으로 할 때 고객을 흡입할 수 있는 지역인지 여부가 갈리는 것이고, 영어로는 트레이딩 에어리어라고, 결국 에어리어-공간인 겁니다. 흔히 핫 스팟, 핫 플레이스, 이런 표현들을 쓰는데 그것도 공간을 의미하는 거죠? 특정한 장소나 이렇게 점으로 표시되는 그런 것들은 아니죠.

상권은 거래권, 이건 보통 도매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인데 고객의 거주지 범위를 얘기를 하는 겁니다. 조금 더 다른 개념으로는 판매권이라는 게 있는데, 판매권은 소매점이 그 판매 대상으로 작은 클라이언트들이겠죠? 판매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역을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입지는 특정한 점포가 위치한 장소거든요. 어떻게 보면 개개의 점포나 상가나 이런 것들을 거래를 중개해 주시는 분들이 공인중개사 분들이 자문을 해 주실 수 있을 만한 점인데요.

점포의 입지는 그 점포가 위치하고 있는 스팟입니다. 점이기 때문에 특정한 장소가 점하고 있는, 굉장히 정적이고 한정된 공간입니다. 가게를 잘라 옮겨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상권이 고객층이 주된 고객층들이 거주하는 혹은 유동하는, 왔다갔다 하는 공간적인 개념, 면의 개념이라면 입지는 그 면 안에 있는 개별 개별의 점포가 있는 점이죠. 그래서 상권이 좋다, 나쁘다는 표현은 특정한 상점, 점포가 흡수할 수 있는 고객층이 있느냐 없느냐를 말하는 겁니다.

윤준식: 개별 창업자에게 있어서 상권은 거시적 개념에 가깝거든요? 창업하시는 분들이 왜 공인중개사, 복덕방 찾아가서 물어보느냐면, 각각 업종마다 발생시킬 수 있는 매출의 한계선이 있어요.

서점의 경우에 주민들이 매일 책을 사러 오지는 않거든요? 카페 같은 경우에는 “나는 아침마다 커피로 해장한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단골 고객을 통해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서점 같은 경우에는 그 동네에 서점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어요. 왜냐하면 책을 사려고 했을 때나 서점을 찾아보기 때문이죠. 그리고 책처럼 계획구매 성격을 가진 품목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긴 한데, 서점에 가서 책을 확인하고 구매 결정을 한 다음 온라인 서점에서 따로 주문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자기가 올릴 수 있는 매출의 한계선이 있고 그 업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매장의 평수라는 게 있습니다. 지금 서점들이 많이 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매출이 임대료나 고정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평수가 중요한 업종일수록 대로변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창고형 공간, 이면도로나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서 고정관념에서 보자면 뜬금없는 곳에 존재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김형중: 입지는 상권에 종속돼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상권이라는 면 안에서 상점이라는 점이 돌아다니는 거기 때문이죠.

정책의 주된 관심사도 앵커스토어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상권이라는 면적을 살리는 것 공간을 살리고 공간에 흡입될 수 있는 고객이 유입되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거죠. 상점에 흡입될 수 있는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상권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특히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대상은 개개의 상점을 살리는 게 아니라 상권이라는 공간을 좀 더 주목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윤준식: 공공 정책이 상권 살리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지난 겨울 마포구가 거리 상권 활성화하겠다고 Led로 거리에 있는 나무라든가 조형물들을 꾸며 밤에 걸을 때 아름다운 길, 산책하기 좋은 길을 만들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유입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다고 해서 상권이 활성화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알 수가 없거든요?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단 말이에요.

김형중: 상권이 뭘로 만들어지느냐를 따져봐야 되는 게... 정부나 지자체 정책으로도 어떤 경우에는 상권이 살아나고, 어떤 경우에는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건 거의 세금을 써서 하는 인디언 기우제가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상권이라는 건 유동인구거든요. 인구가 많이 유동하는 곳이 상권이에요. 그러면 인구가 유동하는 이유를 기준으로 유형화할 수 있어요. 가장 많이 나눌 수 있는 게 첫 번째로는 주거형, 두 번째로는 상업형, 공업형 그리고 문화사회형, 교통인프라형 등이 있어요. 이 중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을 써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큰 건 주거형입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주거단지를 만들면 주거형에 적합한 집객 시설이 생기겠죠?

윤준식: 앞서 언급됐던 생활 밀착형 시설들이 들어오게 되는 거고요?

김형중: 또 공단이 생기면 창고 등 공업형 접객 시설이 생기겠죠? 보통 상권을 살려보겠다고, 특히 골목 상권을 살려보겠다고 만드는 접객시설의 유형은 문화사회형이나 교통인프라형에 가까워요. 공항을 짓는다든지 버스터미널을 짓는다든지 여의도나 서울역처럼 환승센터를 짓는다든지... 이런 경우 그 자체가 사람을 모으는 시설이 되거든요.

모인 사람들한테 어떤 상품을 팔 거냐는 입지의 문제고, 개별 사업자들이 결정할 문제이기도 하죠. 이런 시설들을 인구 유발 시설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유형에 따른 분석이나 평가 없이 상권을 살려보겠다고 하면 인디언 기우제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지금도 여기저기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업들을 하고 있고 엄청난 양의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윤준식: 어떤 상권은 답이 없는 곳들이 있어요. 지금 현재 죽어버린 명동 상권같은 경우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특수를 누리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질 데로 이루어진 곳인데, 여기에 정책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거든요. 예를 들어 임대료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해주겠다? 이게 가능한 범위가 아니잖아요.

김형중: 지금은 집객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 돼버린 곳이거든요.

윤준식: 임대료가 오를 대로 올라 있기 때문에 임대료를 지원해 주겠다는 정책 자체도 의미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구매자들를 데려다 놓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김형중: 서울시에서 주기적으로 하는 유동인구 조사라는 게 있는데요. 이 조사를 위해 여러 가지 기준으로 조사 지점을 결정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거의 맨날 이 조사 지점을 지나가요. 출근을 한다든지 학교를 간다든지, 이런 안 할 수 없는 필수적인 통행이 통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조사가 가능해져요.

이런 논리를 응용하면 결국 명동을 누군가가 필수적으로 왔다갔다하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럼 유동인구를 창출할 수 있는 집객시설을 다시 만드는 쪽으로 정책을 써야 되는 게 아닌가?

상가 임대료가 낮아진다고 해서 명동에 손님이 오진 않아요. 고정비가 내려가는 것 뿐이죠. 지금은 손님이 없다는 게 문제인데, 손님이 없는 상태에서 임대료를 아무리 낮춰준다 해도 의미가 없거든요. 그러면 지금의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치료제가 나오면 다시 집객이 될 것이냐?

많이 진부해진 명동의 여건을 고려하면 뭔가 리뉴얼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거든요. 이건 개별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작년에 잠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나서 작게라도 인테리어를 새로 하신 경우들이 제법 많았거든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그사이 시설이 노후화됐기 때문에요. 1년에서 2년 정도 방치되었던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냐? 거기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준식: 상권 이야기... 정책적으로 상권을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을까 얘기하다 정책적으로 지원해도 소용이 없는 상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명동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상권과 입지 등의 단절 요인을 좀 더 설명해 주시죠.

김형중: 상권 단절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상권은 계속 동적으로 변화해 나가는데, 상권이 동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거는 근본적으로 자연적인 장애물들이 있어서죠. 절벽이 있다든가, 한강같이 큰 강이 흐르는데 다리가 없다거나, 큰 공원이 있다든지 그런 경우에는 사람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상권이 단절돼 버리죠.

윤준식: 만일 기존 도로가 확장되며 일반 도로였던 게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다면, 이전과는 달리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갈 수가 없게 되잖아요. 그렇게 상권이 단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어요.

김형중: 의외로 학교나 병원이 있는 곳도 상권이 약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들이라고 불리는 병원들 중에 상권과 연결된 데는 한두 군데 밖에 없을 거예요.

윤준식: 그나마 서울 혜화역 근처에 있는 서울대학교 병원 정도나 인근에 상권이 있다 얘기할 수 있는 정도네요. 서울 안에서도 유명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도 상권에서 한참 떨어진 데 있잖아요? 걸어서 한 20분 거리 정도에 있나요.

강북 상성병원도 광화문, 종로로 이어지는 것 같지만 외진 블록 안에 들어가 있고, 강남 삼성병원도 일원동 한참 안쪽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현대아산병원도 마찬가지고요.

김형중: 결국 몇 가지가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건데, 첫 번째 대형병원은 굉장히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가가 싼 곳에 입지했던 거고, 두 번째로 병원에 좋은 일이 없거든요. 오가며 배고프니까 죽집이나 간단한 밥집, 약국 등은 있어도 상권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없죠.

윤준식: 게다가 쇼핑센터, 극장 등 추가 집객 시설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없죠. 병원 부설 장례식장 같은 경우에도, 우리나라 장례 문화 자체가 장례식장 안에서 먹고 마시는 걸 제공하기 때문에 그 주위에 식당가조차 발달할 수 없습니다.

김형중: 지금은 바뀐 지가 한참 오래됐지만, 신촌 세브란스 병원 같은 경우 아예 장례식장 빈소 안에 식당이 없었어요. 그래서 식권을 받아가지고 구내 식당에서 먹었거든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장례식장의 구조로 바뀐 건 세브란스 병원을 신축하면서인데, 그렇다고 해도 그 이전에 병원 장례식장 근처에서 조문객들이 밥을 먹었냐? 그것도 아니었거든요.

이밖에 여러 가지 상권을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꼽자면 카센터나 가구점, 기술 위주의 업종들이 있어요. 그런 곳들은 상권이 발달할 수가 없습니다.

윤준식: 뜻밖인데요, 그거는?

김형중: 의외죠? 일단 소음이 있고요, 센터나 공작기계 기계 돌아가는... 두 번째로 기술 위주의 업종이라고 부르는 데, 이를테면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 같은 데는 건물 안에 모든 게 집결돼 있기 때문에 근처에 상권이 없어요.

윤준식: 애매한 형태의 상권이죠? 건물 지하 아케이드 형태로 상가가 형성이 되어서, 상권이라기보다는 입지의 이야기가 더 가까운...

김형중: 또 한 가지, 특별히 외부에서 사람이 유입될 일이 없어요. 출근한 사람들이 중간에 밖으로 나올 일도 별로 없어요. 건물 안에서 모든 게 해결이 되기 때문에 그러는데...

윤준식: 넓은 의미에서는 이것도 상권이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지금 얘기하고 있는 로컬 상권하고는 거리가 먼 거죠. 입지가 괜찮은 곳에 가게들이 집적되어 있어서 편의상 하나의 공간을 이루기 때문에 상권이라 얘기할 수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가산디지털단지의 맛집을 일부러 찾아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취재차 여러 번 가봤는데, 그 안에도 맛집들이 여럿이 있거든요. 근데 단지 끝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반대편 끝 쪽에 있는 맛집을 가지 않아요. 보통 점심을 먹거나 저녁 회식을 하러 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걸어서 많이 가질 않거든요. 자기 건물이나 옆 건물 정도에 있는 아케이드 안에서 비교적 맛있는 집을 찾아가는 형태라 통상적인 상권이라 하기에는 애매한 면이 많습니다.

김형중: 소비자가 물건을 사려면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서 삽니다. 주의를 갖고 “저런 게 있네? 저거 괜찮은데?” 흥미를 갖고, “사고 싶은데 나중에 한 번 와봐야 되겠다”, “좀 이따가 사야 되겠다”는 생각을 거치며 ‘산다’라는 행위까지 가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구매까지 가는 과정에서 주의를 끌 수 있는 게 없는 셈이죠. 이런 상권 단절 요인들이 있는 지역은 주유소도 마찬가지예요. 은행 근처도 밥 먹을 데, 물건 파는 데가 없어요.

그럼 이거를 해결할 방법이 있어야 되겠죠? 이런 상권이 단절된 곳들은 소비자가 주의나 흥미를 갖는 것에서부터 끊어진 거거든요.

윤준식: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형중: 붕괴된 상권의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점포가 커지는 겁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동네에 복합 쇼핑몰이 생겼어요. 거기까지 길이 멀다고 안 갈까요? 횡단보도 두 개를 건너야 된다고 해서 안 갈까요?

윤준식: 아니죠. 집객 요인이 있으면 가게 되는 거예요.

김형중: 압도적으로 큰 점포는 대부분의 상권 단절 요인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점포가 생기면 새로운 상권이 생긴다는 얘기랑 같죠.

윤준식: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방금 설명한 커다란 점포가 쇼핑센터... 마트나 백화점 수준이잖아요. 그것 하나 안에 수십 개에서 백여 개 점포가 들어가는 셈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굉장히 큰 집객 요인이 되는 거거든요. 뭘 구매하러 가거나 어떤 행위를 하러 갔다가 찾는 가게가 휴업 중이거나 아니면 원하는 물건이 없다 하더라도 간 김에 다른 용무를 볼 수가 있거든요.

김형중: 군집성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군집성은 개개의 상점의 입지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인데 경쟁 매장을 포함해서 상가가 집단을 이루는 거거든요. 점포가 상권 단절 요인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는 건, 이를테면 스타필드 같은 게 생기는 거거든요. 사실 압도적인 점포지 않습니까?

정부에서도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상권을 부활시키려면 공공의 비용을 들이든 민간의 비용을 들이든 간에 현실적으로는 점포 자체를 크게 만드는 것밖에 없지 않는가? 군집성이 높아지고 교차로가 없어지거든요.

건너야 되는 길이 넓으면 안 가요. 골목길은 어느 정도 넓이가 되어야 사람들이 모입니다. 사람들이 동선을 만들 때는 위험회피성이라는 속성이 있거든요.

윤준식: 소위 깡패한테 삥 뜯길 것 같은 골목은 안 가잖아요.

김형중: 큰 상점이 생기면 길도 결국 밝아지기는 해요. 전통시장도 그렇겠습니다만 골목 상권을 살리자 얘기할 때, 제한되는 부분이 길을 못 넓힌다는 거예요. 골목길, 보도의 폭이 좁으면 일단 가기가 싫어져요. 옆으로 차도 다니고, 위험하거든요. 좀 더 넓고 안전한 골목길을 이용하는 거죠. 골목 상권을 살린다고 할 때 골목을 넓힐 필요가 어느 정도 있어요.

윤준식: 요즘 자주 얘기가 나오는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문제, 예를 들면 휠체어가 갈 수 있느냐 없느냐? 지난 번 전통시장 이야기 중에도 얘기했던 게 그 부분이었거든요.
이거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 같은 경우에는 세그웨이라든가 새로운 형태의 탈 것들을 가지고 골목을 질주하고 있거든요. 근데 그런 것조차도 두 대가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골목이다, 교통에 방해가 된다? 이러면 거기에 안 간다는 거거든요.

김형중: 그런 탈 것이 분리되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록 골목이 좁으면 보행자는 자기 생명 신체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안 가게 되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요즘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 익숙하지 않거든요? 화장실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건축선을 후퇴시키는 게 필요할 수도 있어요.

건물을 깎아낸다든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즉 입지에 영향을 주는 상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냥 예산이나 보조금을 써 없애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사실 지방선거 6개월 남았거든요. 많은 공약들이 나올 텐데 상당 부분은 “소상공인을 돕겠다”, “상권을 다시 활성화하겠다”, “도심 중심부를 재생하겠다” 이런 말씀들을 공약으로 많이들 내놓으실 텐데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지는 지금의 상권의 구조와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 어렵다는 거를 공약이나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께서 염두에 두셔야 되지 않을까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윤준식: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건물을 뒤로 후퇴시킨다. 그렇게 해서 길을 넓힌다” 좋은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서울 중랑구 중화역 3번 출구 앞에 가보면 한 블록의 구간의 건축선을 후퇴시켜 한 차선 정도의 길을 더 만들어냈거든요.
그러니까 건물을 잘라냈어요. 요즘 기술과 공법이 좋아지니까 건물을 잘라낼 수가 있더라고요.

김형중: 다이아몬드 커터로 자르면 생각보다 쉽게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자를 수 있습니다.

윤준식: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고 건물을 잘라내고 그만큼 도로를 만들어 냈거든요. 한쪽 세차선 한 쪽 두 차선 이런 규모가 됐어요. 그 이유는 중화역 3번 출구 앞이 중화역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사람도 차량도 많이 몰리는 구조가 된 겁니다. 한 100m 구간의 길을 하나 더 만든 셈이죠.

처음에는 정부에서 비싼 비용을 들여서 이런 것들을 하는 걸까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한 차선을 넓히고 나니까 교통소통이 원활해졌고 그다음에 차량 차가 밀리거나 그런 문제들이 해소됐어요. 그러면서 그 뒤쪽 블록으로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을 했다는 겁니다.

지금은 재개발을 위해서 좀 더 떨어진 블록을 소개한 상태인데, 앞으로 2~3년 지났을 때에 이곳이 도시로서 어떻게 기능하게 되고 발전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는 면이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될 상권 활성화와 관련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형중: 저는 반대 사례를 하나 말씀을 드릴게요. 신촌에 가면 연세로라는, 보통 신촌 풍물거리라고 부르는 길이 있습니다. 상당히 오래전에는 편도 1차선짜리 도로였거든요. 근데 주변 인도를 넓히면서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즉 차도가 줄었어요. 차도가 원래 1차선짜리였기 때문에 노폭은 줄어든 거죠.

또 한 가지는 일반 차량이 못 들어갑니다. 대중교통만 들어갈 수 있어요. 차없는 거리 시간이 점점 확장돼서 2018년에는 금요일 오후부터 시행돼 주말까지 노선버스도 연세로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여기는 건축선을 후퇴시켜서 건물을 자른 게 아니라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차도를 줄인 거거든요. 인도를 넓히는 공사 기간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가 됐고, 이후에도 복합교통 수단은 하나도 없는 거죠. 근처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야 되는 거니까... 지금 연세로 상권은 예전보다 많이 쇠퇴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윤준식: 저도 연세로에 가봤는데 과거 주말이 되면 보이던 활기가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형중: 저는 그 변화의 시기에 연세로 쪽을 자주 왔다갔다 했는데, 3~4개월 정도는 그리로 사람이 다닐 수 없었어요. 그러고 나서는 차가 안 들어가는 거예요. 그렇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끊기는 거죠. 처음에는 사람이 못 들어가다가 그 다음에는 차가 못 들어가는 분위기가 됐으니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시사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윤준식: 지금 저희가 로컬 상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책 집단에서 해줘야 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큰 상가를 만들어야 된다”, “길을 넓혀야 된다”는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보통 로컬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 지자체들이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앵커스토어들에 주목하고 있거든요. 이게 원도심이라든가 이면도로에서도 한참 뒤에 있는 후미진 골목에 자리 잡으면서 MZ세대를 필두로 집객 효과를 일으켜 상권을 형성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일정부분 믿음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근데 그게 과연 과학적인 걸까, 아닐까에 대해서는 아직도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이런 얘기하는 거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전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다니고 로컬크리에이터들이 형성하는 새로운 로컬 상권의 효과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런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초점을 로컬크리에이터와 같은 플레이어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정책 집단이 뭘 해야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형중: 사실 국가와 지자체는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대신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거든요. 시장성은 없는데 국가와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든지, 보편적 인권과 관련된 점이라든지, 개인이 실행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든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것인데...

앵커스토어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건 군집성과 관련이 있거든요. 군집성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경쟁 매장을 포함해 어떻게 상가가 집단을 이루는가에 대한 거거든요? 그럼 앵커스토어가 다른 상가들과 어떤 관계를 이루는가가 앵커스토어를 가지고 상권이 재건될 수 있느냐 없느냐, 혹은 앵커스토어가 상권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사람을 모아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앵커스토어 한두 개가 있으면 반경 15km짜리 상권 전체가 살아납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고, 결국은 그건 상가 간 조합의 문제거든요. 한편으로는 앵커스토어 만능주의로 “상권이 살아나요”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앵커스토어가 필요 없다”고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다만 앵커 스토어를 비롯한 개개의 상점이나 점포의 입지에는 영향을 줍니다. 개개인의 상점이나 점포가 상권을 바꾸긴 힘들거든요. 사실 정책 당국에서는 개개의 스팟인 점포가 어떤 성질을 띄어야 되고 어떤 사람이 여기서 어떤 장사를 해야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응암동에 감자탕 골목이 생길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던 것처럼, 신림동 순대타운이 정부에서 “여기서 순대만 팔아”라고 특구로 지정해서 생긴 건 아니거든요. 결국 소비자랑 사업자들이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앵커스토어도 같은 범주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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