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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17)] 3월 20일(일) 타는 듯한 인후통으로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5.26 16:42 의견 0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는 잠에 드는 시간에 관계없이 아침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원래 늦잠을 자는 편이 아니다 보니, 원래 일어나던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리듬은 참 대단합니다. 아픈 몸에도 그대로 적용되니 말이죠. 갑자기 “세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습관도 3주 정도면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사람들한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많이 달랐습니다. 최근에 어떤 책에서는 약30분 정도 지속해서 스트레스를 주면 남자의 뇌는 여자의 뇌처럼, 여자의 뇌는 남자의 뇌처럼 변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바꾸지 못하는 건 없습니다. 바꾸려 하지 않을 뿐이죠.

목이 너무 아파서 눈이 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잠이 누르는 눈꺼플에 더 힘을 주고 버티면서 잠을 자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고 시계를 봤더니, 새벽 2시 45분이었습니다. 한참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인데, 통증으로 깨어난 것이죠.

이전에 코로나에 걸렸던 누군가의 말처럼 목에 유리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겪는 통증이었습니다. 전 날 검색해 놓은 내용을 생각해 내서 부엌으로 갔습니다. 컵에 물을 따르고 보이는 소금을 넣었습니다. 굵은 소금이다 보니, 쉽게 녹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수저로 저어 소금을 다 녹인 후에 화장실로 가 가글을 시작했죠. 정말 짰습니다.

통증이 심한 부위까지 소금물을 넣고 헹궈냈습니다. 한 네 번 헹궈내고 나니, 조금 나은 듯했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물을 마셨습니다. 물도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잠에서 깨, 정신이 맑아지니 제대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아프다!’

가수 윤종신의 《좋니》가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지낸다는 말 듣고 축복을 빌어주지 못하는 조잔한 남자의 마음. 다른 남자 옆에 있는 옛 애인이 그리워서 아픈 걸까요? 아니면, 그 남자를 질투해서? 아니면 조잔한 자신의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이제 침 삼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목을 따뜻하게 하려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쉽게 잠에 들 수 없었습니다. 오늘쯤이면 몸이 나아질 거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악화 된 상황이었습니다. 인후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코로나 병치레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진통 소염제 복용과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하루에 3회를 먹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글씨를 읽은 것인지 하루에 1회 복용으로 알고 하루에 한 번만 먹었던 것입니다. 며칠 동안 덜 아플 수 있었는데, 저는 그럴 기회를 놓쳤습니다.

과거 심하게 통풍을 앓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어디서 통풍에는 진통제가 소용없다는 말을 잘 못 듣고 생고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며칠 동안 심한 통증을 그대로 다 느껴야 했고, 통증이 조금 진정되고 나서도 한 달 간 목발을 집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다리에 장애가 있는 걸로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와 통풍의 통증 정도를 비교한다면, 통증 부위는 달랐지만 통풍에 비할 게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통풍의 통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죽하면 진통제 없이 버텼다는 제 말을 듣고 한 선배는 다른 선배에게

“야, OO이랑 상종하지 마라! 이거 완전 독종이다.”

라고 말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후로 모든 통증은 통풍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 버틸 만 한 수준이 된 것이죠. 다행인지, 아니면 정말 독종이어서 그런 건지 어지간한 통증은 통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통증이 덜하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게 아니었습니다. 목은 활활 타오르는 듯했습니다.

정말 유치한 생각이지만, 김지하 시인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 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인의 마음은 제 몸의 코로나가 빨리 떠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우리 가족이 코로나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습니다. 조금 더 확장하면 길고 긴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멀어져, 상대에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찾아서 윽박지르는 현재 답보된, 아니 퇴보한 민주주의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몸은 무거웠습니다. 오늘부터 뭔 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저의 생각은 망상이었습니다. 더 누워있었고, 이제는 침조차 삼키기 힘들어하면서 꼼짝 않고 있어야 했습니다. 매끼 식사를 하고 약을 부지런히 먹었습니다. 분명 약은 효과가 있었을 텐데, 바로 효과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약이 약한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지나야 인후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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