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일본을알자] 위기마다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애국(愛國) 주장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9.16 16:45 의견 0

이번 학기부터 사용하는 러시아 역사 교과서에 “러시아는 영웅의 국가”라는 등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내용이 기술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올 가을부터 고교에서 군사훈련 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애국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EBS 뉴스12] 23.02.02.
러, 우크라 사태 반영한 역사교육 9월부터 시범 실시

https://news.ebs.co.kr/ebsnews/menu2/newsVodView/noon/60311763/H?eduNewsYn=

지난 9월 1일 새학기를 맞은 러시아에서는 아동들에 대한 푸틴대통령의 특별수업이 있었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왜 대조국전쟁(大祖國戰爭, 2차 세계대전 독‧소전쟁)에서 이겼는지 아는가?”라는 질문을 한 뒤 “우리 러시아인들에게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절대무적이다”라고 스스로 답변하였다. 또한 그는 “우리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사상은 무엇인가?”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러시아를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일부에서 우크라이나군에게 제1 방어선을 돌파당하고 있지만, 예비역을 동원해도 병력이 부족해 약 수십만 명이 국외로 탈출하는 등 러시아 내부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차기 병력이 될 학생들에게 애국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 중인 플로히교수 (출처: JNPC, 2023.6.12)


또한 지난 6월 12일 도쿄의 일본기자클럽(JNPC)에서는 우크라이나 연구 일인자인 하버드대학 우크라이나연구소 소장 세르히 플로히(Serhii Plokhy)교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과 영향’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2021년 7월 푸틴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몸이다”라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했다며, 논문의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국가로서 존속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인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히 교수는 “이런 사상은 19세기 러시아제국의 생각에서 유래한다”며 한 장의 그림을 소개했는데, 19세기 러시아에서 그려진 세 자매 그림이었다. 러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가운데 여성은 검과 십자가를 가지고 있고 양옆의 두 여성은 자매라는데, 가운데 여성이 러시아를 상징하며, 좌우 여성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플로히 교수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 생각하는 러시아로 돌아가기 위한 것을 전쟁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본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다. 아베 전 총리 시절 애국 교육과 애국 강조가 이루어졌는데, 1차 아베 정권 취임 직후인 2006년 9월 29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국가의 모습은 ‘아름다운 나라, 일본’(美しい国、日本)이며, 구체적으로는 “①문화, 전통, 자연,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 ②자유로운 사회를 기본으로, 규율을 알고 늠름한 한 나라, ③미래를 향해 성장하는 에너지를 계속 가진 국가, ④세계에 신뢰 받고, 존경 받고 사랑 받는 리더십있는 나라”라고 규정했다. 이후 2006년 12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위해 자학사관(自虐史觀) 극복과 국가, 애국심, 전통을 중시하고 ‘공공의식의 함양’을 강조하는 ‘교육기본법’을 개정했다.

교육기본법의 제2조 교육목표에는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그 전통과 문화를 육성한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1차 아베정권시 교육기본법을 성립하기 전, 도쿄도 내 초등학교를 방문한 아베 전 총리(출처: 일본총리관저 SNS 2006.12.7.)

얼핏 보면 그저 그런 내용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아주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전후 체제의 탈각’(戦後レジームからの脱却)이라면서 애국심과 전통을 강조하고 과거의 역사를 미화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아베 전 총리는 그의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주장하는 외교로의 전환’(主張する外交への転換)을 통해 미일동맹을 굳건히 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만들며, 1차 아베 정권 때 자위대의 PKO 임무를 ‘부수적 임무’에서 ‘주임무’로 전환한 것처럼 세계로 진출하면서 무력을 과시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UN 상임이사국으로의 진출과 UN 개혁을 지향하고, 종국에는 다국적기업들이 자본축적을 하는데 뒤에서 지원하는 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국가 혹은 국민이 위험하다”, “주권을 되찾자”면서 교육개혁을 통한 애국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같은 말의 배경에는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말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