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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4)] 러시아의 인지전 양상

김형중 기자 승인 2023.11.22 00:32 의견 0

러시아군에게는 인지전의 개념이 없지만, 정보와 심리적 대립의 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에 영향을 주기 위해 디지털 수단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중국 측에서 인지전이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를 병합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인 인지전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인지전의 성공 사례

2014년 크림 반도를 점령한 러시아는 인간의 인지 영역에서 매우 유효한 전투를 벌이는데 성공했다. 이른바 ‘작은 녹색 남자’라고 불리는 국적과 계급 군종 등이 표시되지 않은 군복을 입은 병력들이 크림 반도를 점령했고, 그 즉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개입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의 발언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BBC 등 서구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푸틴의 발언은 크림 반도 병합을 위한 사이버 국민투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결정적 시기에 국민의 인식을 오도하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막아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작하려는 데 있었다.

러시아는 또한 대중 매체와 트롤 공장(troll factory)을 사용하여 “정교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인을 탄압한다”는 전략적 서사를 퍼뜨렸다. 이 전략적 서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합법성을 주장하고 국제 사회에서 우크라이나가 잘못되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만드는 데 목적을 뒀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친러시아 주민 학살"과 오데사 대학살 언론 은폐와 같은 가짜 뉴스들이 겹쳐지며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어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는 고전 중인 인지전

그러나 러시아는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물리적 영역뿐만 아니라 인지전 영역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억압받는 러시아 인구를 구출하기 위한 특별 군사 작전이라는 주장은 이미 2014년에 사용했던 전략적 서사와 동일하다. 국제 사회에 합법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러시아 내에서만 효과가 있을 뿐, 2014년처럼 국제 여론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과 달리 인지전 영역에서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2014년의 우크라이나의 경험이 현재의 우크라이나 대응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먼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수도 키이우에 남아 있었고, 이는 젤렌스키가 도주했다는 러시아의 발표로 시작된 인지전 활동 초기부터 타격을 줬다.

◆우크라이나의 반격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전파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단합을 유지하며,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수준의 지지를 얻고, 수많은 국가로부터 물리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또한 러시아군과 싸우고 우크라이나의 용기와 러시아의 군사적 만행을 국제 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미국이 제공한 공개 정보원(open source)과 정보(intelligence)를 이용했다.

미국의 지원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러시아가 수행한 인지전 영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알리기 위해 비밀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는 ‘사전 버튼 전략(prebuttal strategy)’을 사용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매우 주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사전 버튼 전략은 러시아 전략 서사의 신뢰성을 사전에 줄이고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더 큰 응집력의 환경을 조성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질적 지원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리고 미국 사이버군이 제공한 정보통신 인프라 등의 보호와 첨단기술 기업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에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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