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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추락하는 기시다 정권과 ‘여성 아베’의 몹집 키우기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11.22 00:50 의견 0

매주 월요일이 되면 1~2개의 언론사가 돌아가면서 주말기간에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언론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근의 정권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는 “지지율 급락”, “최저 수준”, “위험 수준”이라는 표현이 빈번해지며 2할대까지 추락하는 경향이다.

이번 주는 요미우리 신문이 10월 17일~19일에 조사한 내각 지지율을 발표하였는데, 지지율 24% 수준으로 2021년 10월 내각 발족 이래 가장 낮았다. 특히 지난 조사(10월 13일~15일)때의 34%보다 10%포인트나 하락했으며, 이런 수준은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2012년)한 이후 가장 낮았던 2021년 9월 스가 내각 지지율 31%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국민에게 위기와 불안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12년 12월 26일 아베 신조는 2번째 총리에 취임 후 출범한 2차 아베 정권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이어진 연두 소감에서 ①일본경제의 위기, ②동일본대지진 부흥의 위기, ③외교‧안보의 위기, ④교육의 위기 등 4가지의 위기로부터 ‘강한 일본’(強い日本)과 새로운 일본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특히 2차 아베 정권 이후 만들어지고 확대된 일본의 위기는 극복해야 할 소재일 뿐 아니라 정책적 변화 및 체제를 공고히 하는 쇼크요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위기와 불안감 속에서 아베노믹스라는 금융완화정책의 추진으로 일본은행이 엔화를 무제한으로 찍어내면서 의도적인 경기 활성화를 추진했다. 한편 북한의 핵과 미사일, 러시아 및 중국의 위협 등 안보 불안 요인을 확대 해석하고 안보법제를 제‧개정하는 가운데,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면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같은 외교활동으로 지지율을 회복했다.

아베정권의 정책과는 달리 기시다 정권이 추진중인 ‘새로운 자본주의’(新しい資本主義)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안경을 쓰고 있는 기시다 총리를 ‘증세 안경’이라는 별명으로 지칭하는 등 지도자에 대한 나쁜 이미지도 정착되었다.

원인은 기시다 총리가 ①2021년 부유층이 소득세보다 금융소득이 높다면서 금융 소득세 과세를 주장했고, ②이어서 2022년 GDP1%에서 2%로 증가한다는 방위증세(소득세 2천억엔, 법인세 7~8천억엔, 담뱃세 2~3천억엔), ③2023년에는 회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 등을 주장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불 끄기에 주력하는 등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다.

이런 ‘증세 안경’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등장한 대안이 세수 증가분을 국민에게 환원한다는 거다. 내년에 소득세 및 주민세를 1인당 4만 엔씩 감세한다는 정책(정부 여당 정책간담회, 10.26)을 추진했는데 이를 두고 아베 파벌 중에서는 “환원이라고 하는 말을 잘 모르겠다”(세코 히로시게, 10.25일)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한편, 기시다의 실무 각료도 “환원하고자 한다는 세수 증가분도 현재는 다 사용하고 없다”(스즈키 슌이치 재무상, 11.8일)고 언급함으로써 기시다 경제정책에 불신이 증폭되었다.

또한 차관급 관료들이 불륜, 선거 금품 살포, 세금 체납, 성폭력 등의 사유로 사퇴하거나 사퇴를 기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기시다 총리는 임명책임을 두고 야당과 심지어 여당 내로부터도 비난받는 상황이다.

한편, 외교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G7의장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를 방문(3.21)한 데 이어 G7정상회의(5.18일~19일)를 개최하며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에 이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피해 등에 대한 G7의장국의 존재감이 보이질 않을 뿐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인근 오염수(처리수) 해양 방류로 인한 중국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도 해제되지 않고 있어 일본 외교의 교섭력 저하도 불신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2011년에 이어 일본 국민의 자존심에 또 한 번의 상처를 내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IMF 예측으로 2023년 명목 GDP가 미국 26조 달러, 중국 17조 달러, 독일 4.4조 달러, 일본 4.2조 달러가 되면서 일본의 GDP가 세계 4위로 전락한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2026년에는 인도마저 일본을 추월한다고 하니, 2011년 2월 중국이 GDP 2위로 부상하면서 2012년 정권이 교체되었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후원을 받아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다음 총재 선거를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여성 아베’로 우리에게 알려진 다카이치는 일본의 국력을 주제로 하는 ‘일본의 힘 연구회’(日本のチカラ研究会)라는 정치 연구모임(벤쿄카이)을 주도했다.

이를 두고 정치 저널리스트인 고토켄지(後藤 謙次)는 “자민당의 벤쿄카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한 면이) 벤쿄카이를 가장한 권력투쟁의 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서 다카이치의 벤쿄카이도 완전히 총재선거의 준비기관(조직)이다”(11.19, TBS 선데이모닝)라고 주장했다. 1985년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가 소세카이(創政会)라는 벤쿄카이를 주도하면서 이를 모체로 몸집을 키우면서 파벌을 조성(経世会, 1987년)하고 반란부대를 결성한 후 총리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일본의 총리는 국민들이 뽑는다기 보다 자민당 파벌이 뽑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아베파는 리더를 뽑지 못하고 있는 등 강성 보수세력이 약화하고 있는 가운데 다카이치를 구심점으로 ‘여성 아베’를 선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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