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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2024년 북한과 일본 관계 급진전 가능성(?)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4.01.25 14:55 의견 0

2023년 9월 29일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3월과 5월, 2회에 걸쳐 동남아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관계자들과 비밀 접촉을 했으며, 평양에 정부 고위급 인사를 파견을 검토했다.”는 특종을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특별히 부인하지도 않았고, 보도 이후 기시다 총리도 국회 소신표명 연설(2023.10.23.)과 ‘국민대집회’(2023.11.26.) 등에서 북한과의 물밑 교섭활동을 끊임없이 실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금 기시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18.6%(비지지율은 54.0%)로 바닥(지지통신, 2024.1.18.)을 치고 있고, 이를 회복할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자민당 정치자금 문제 해결책으로 아베파 및 기시다, 니카이파를 포함한 주요 파벌이 해산됨으로서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고 장기적인 회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므로 9월까지 자민당 총재임기를 앞두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해산을 통해 총리 임기를 연장하려는 승부수를 띄우고자 할 것이며, 이때 지지율 회복 요인이 될 것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이은 북한방문 카드가 주요 승부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첫째, 북한이 연초부터 일본에 보인 긍정적 신호다. 노토반도 지진으로 인해 김정은이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상 이례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과거 북한 관리들이 한신-아와지 대지진('95년 1월)과 동일본 대지진('11년 3월) 당시 애도를 표한 바 있지만, 이처럼 김정은이 일본을 상대로 위로 전문을 보냈다는 것은 전례가 없다.

둘째, 일본은 과거 북한과의 교섭이 이루어질 때 법과 인명보다는 정무적 판단을 우선해 왔다. ①스톡홀름 협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사실상의 일본에서 북한대사관의 역할을 하던 조총련 본부 건물의 경매와 관련한 법적 결정을 모호하게 처리했으며, ②북한과의 교섭이 진행 중일 때는 탄도미사일 대응 태세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즉, 정치적인 유‧불리를 판단해서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활동을 공개하거나 비공개로 조절해 온 것이다.

노다 총리의 방위성 순시 장면 (출처: 일본총리 관저, 2012.12.7)

상시 배치중인 패트리어트 발사대와 탄약고 (출처: 구글어스)


심지어 중국의 센카쿠에 대한 공중 및 해상 위협 행위가 질적·양적 모두 최정점이었던 2017년을 전후해서는 중국의 도발 행위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공개에 치중했다. 그 결과아베 정권 스스로 선거를 대승으로 이끌었다고 인정했다. 결국 자신들의 정치 목적에 따라 북한 위협을 이용했다.

마지막으로 기시다 총리의 외교적 감각이다. “외교는 아베다”라는 인식이 일본 국내에 뿌리 깊게 심어져있지만, 이런 인식을 심어준 배경에는 사실 당시 외무대신으로 있었던 기시다의 역할도 컸다. 그는 2차 아베 정권 당시 일본인의 트라우마라고 스스로들 인식하고 있는 원폭 피해지 히로시마로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성사시켰던 것이다. 이어 아베 총리가 진주만도 방문했는데 이를 성사시킨 담당 대신도 기시다였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과 가장 큰 현안은 납치 문제 해결인데 북한은 “이미 해결되었다(解決済み)”고 주장하는 반면, 일본은 ①납치피해자 일본인들이 젊은 나이에 가스중독, 교통사고, 심장마비 등으로 석연치 않게 죽었고, ②유해도 없으며, ③북한이 공개한 사망확인서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만일 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재 양측의 주장을 넘어선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교섭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들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 때도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달고 다닌다. 이는 납치문제가 국내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동조를 얻어 해결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납치문제가 큰 결과를 보이지 않더라도 기시다 총리가 방북해서 최소한의 결과만을 보여준다면 아베 정권도 성사시키지 못한 커다란 결과라고 일본 국민들이 인식할 것이다.

미 대통령 전용기 MarineOne에 동승한 아베 총리와 블루리본 (출처: 트럼프 전 대통령 트위터 2017.2.1.)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피해자 가족과의 면회를 주선한 아베 총리 (출처: 일본 총리관저 2019.5.27.)

결론적으로 북한의 신호가 일본에게 보낸 긍정적 주문이었다면, 2024년은 일본과 북한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하게 일본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편으로는 북한이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를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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