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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삼겹살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3.03 14:46 | 최종 수정 2024.03.03 14:47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출처: 픽사베이)


오늘이 삼겹살 먹는 삼삼데이로군요. 거두절미! 오늘의 주제는 삼겹살의 고현학입니다.

1. 우울할 때는 고기앞으로 가라? - 어느 삼겹살집에 붙어 있는 문구

2010년 발표된 논문 중에 “콜레스테롤이 우울증과 자살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지방이 만들어낸 콜레스테롤이 세로토닌을 활성화해 우울증을 막는 효과를 보인다는 건데요... 세로토닌은 뇌 안의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호르몬입니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공격성이 늘어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요.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라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2. 삼겹살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한국인에게 있어 ‘삼겹살’은 생활이나 다름없는 음식입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K-푸드 열풍에도 삼겹살을 꼽을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짧은 음식입니다. 삼겹살의 어원부터 언제부터 먹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삼겹살’이란 단어는 1959년에 처음 등장한 말입니다. 그전에는 ‘세겹살’, ‘뱃바지’, ‘삼층제육’ 등으로 불렸습니다. 1931년 발간된 『조선요리제법』이 삼겹살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입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방신영 교수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이란 요리책에 처음 등장하는데 “세겹살은 돼지의 뱃바지, 즉 배에 있는 고기로 돼지고기 중 제일 맛있는 고기”라고 기록했습니다. 1934년 동아일보에도 세겹살이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일제강점기까지는 뱃바지 고기, 혹은 삼층저육(三層猪肉) 등으로 불렸다고 전해집니다. 1940년 홍선표가 쓴 『조선요리학』에도 세겹살은 가장 맛 좋은 부위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3. 광부들이 목에 잠긴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60~70년대 강원도 지역 탄광촌에서 돼지비계가 목에 낀 먼지를 씻어내는데 특효라하여 광부들이 먹기시작했다는 설도 있고요, 비슷한 이야기로는 광부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버티기 위해 값싸고 칼로리가 높은 삼겹살을 먹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또 인삼이 특산물인 개성 지방에서 시작된 음식이라는 설도 있어요. 돼지는 사람이 먹던 밥을 주거나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먹여 기르다보니 육질이 질겼는데, 개성에서는 독특한 사료를 먹인 돼지를 길러 비계와 살이 층층이 쌓인 세겹살을 먹을 수 있었다는 설입니다. 돼지고기와 개성 명물인 인삼을 곁들여 먹었다는 설, 돼지에게도 삼을 먹여 키웠다고 해서 ‘삼겹살’이라는 설... 나아가 ‘삼삼하다’란 말이 삼겹살과 인삼에서 각각 ‘삼’자를 따서 두 가지를 함께 먹을 때의 맛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설까지도 있습니다.

4. 예전에는 고기가 귀했는데 어쩌다 삼겹살이 국민 고기가 되었을까?

예전에는 돼지고기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돼지고기는 부위에 관계없이 찌개에 조금씩 넣어 먹거나 머릿고기, 수육 등으로 즐기곤 했습니다. 돼지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한 건 1960~1970년대 돼지갈비 구이가 유행하면서부터입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삼겹살이었으며, 가스렌지의 보급 시기가 겹치면서 유행이 커지게 된 이유입니다. 연탄불 중심에서 가스불 중심으로 바뀌며 굽기가 편리해졌고,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육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양돈 장려 정책으로 인한 돼지고기 공급의 증가 등 여러 요인이 겹치게 된 것도 있지요.

그 결과 1990년대에는 지금과 같은 생삼겹살 구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2000년대 허브삼겹살, 벌집삼겹살을 시작으로 대나무통, 와인, 인삼, 마늘, 녹차가루 등 다양한 숙성방식을 응용한 삼겹살까지 먹기 시작했습니다.

5. 삼겹살은 지방이 많아 안먹는 나라가 많다던데...

삼겹살은 돼지고기 부위 중 지방이 가장 많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잘 먹지 않고, 염지 후 훈연을 거쳐 얇게 썬 베이컨 형태로 조금씩 먹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삶거나 튀겨서 먹는다고 합니다. 삼겹살을 신선육 상태로 구워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합니다. 전 세계 삼겹살의 25%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을 한국이 먹어치우고 있을 정도입니다.

삼겹살 기름에는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보다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 성분이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방 100g을 기준으로 삼겹살의 불포화지방산 조성비는 60.1%로 꽃등심 55.3%, 소갈비 57.5%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이 가장 많은 고기는 잘 알려진 대로 오리고기(69.6%)입니다.

6. 지방이 많은 삼겹살 삶아 먹으면 지방함량이 줄어들까?

많은 사람들이 삼겹살을 수육 형태로 삶아 먹으면 지방 함유량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30분간 삶은 삼겹살과 7분간 구운 삼겹살의 지방함량을 비교한 결과, 100g당 지방의 양은 삶은 경우와 구운 경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삼겹살은 구웠을 때를 기준으로 100g당 331kcal로 돼지고기 부위 중 열량이 가장 높은 부위이긴 해요.

7. 미세먼지 많은 날에는 삼겹살이 최고?

황사가 심하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는 말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삼겹살에 있는 돼지고기 기름이 식도에 낀 미세먼지를 씻어준다는 것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미세먼지는 식도가 아닌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오기 때문이죠.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목이 칼칼하다면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습니다.

8. 삼겹살에 최고의 궁합은 소주?

고소한 삼겹살에 톡 쏘는 소주! 맛은 좋지만, 그다지 좋은 음식궁합은 아닙니다. 삼겹살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알코올의 해독을 방해하기 때문인데요, 알코올 역시 지방과 합성하는 성질이 있어서, 지방이 우리 체내에 쌓이게 만듭니다.

9. 최고의 궁합은 삼겹살에 상추쌈!

삼겹살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 단백질 대사를 도와주는 나이아신이 풍부해 채소와 곁들여 먹으면 매우 좋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특히 깻잎은 삼겹살과 최고의 궁합으로 체내에서 비타민A로 바뀌는 베타카로틴이 많고 식이섬유도 풍부합니다. 또 돼지고기와 함께 먹게 되는 마늘, 양파에는 면역력 향상에 좋은 알리신이 들어있습니다. 돼지고기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비타민 B1은 알리신과 결합해 알리티아민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이게 비타민 B1의 흡수를 10~20배 가량 높여줍니다. 삼겹살에 마늘이나 양파를 곁들여 먹으면 그만큼 몸에 더 좋다는 얘기입니다.

10. 삼겹살과 오겹살의 차이는?

삼겹살은 갈비를 떼어낸 부분에서 복부까지 넓고 납작한 부위입니다. 살코기와 비계가 번갈아 가면서 세 겹으로 되어 삼겹살인데... 오겹살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삼겹살을 말합니다. 이건 껍질을 제거하지 않는 제주도의 도축 방식이 유명세를 타 수도권까지 올라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삼겹살에는 없는 꼬들꼬들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11. 냉삼은 왜 쿠킹호일 위에서 굽나요?

최근 다시 유행한 냉동삼겹살의 경우 대부분 가게에 가보면 호일 위에서 구워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름기 많은 삼겹살이기에 설거지의 편의성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냉동삼겹살의 경우 말그대로 냉동된 상태이기 때문에 불판에서 바로 구워먹게 되면 육즙이 빠져서 딱딱하고 질긴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쿠킹호일을 이용하면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의 특성으로 인해 고기의 안쪽까지 열이 전달되어 냉동상태의 고기도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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