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글쓰기로 자유로워지자] 짧은 글부터 완성해 나가라

윤준식 기자 승인 2019.01.13 10:20 | 최종 수정 2019.07.23 12:22 의견 0

그렇다면 “올해는 꼭 내 책을 출판하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이 1년 내에 책을 출간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안타깝게도 “O%”입니다.

제가 지켜본 바 대부분 1개월 내에 실패합니다. 물론 이들의 말에 따르면 절대로 실패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정으로 나중으로 잠시 미뤘을 뿐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년초라 남은 11개월 안에 어떻게든 될 거라 여기는 거죠. 아주 비겁한 변명입니다.

끈기가 있는 분들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몇 차례의 궤도 수정을 거쳐 2~3년 만에 단행본 1권 분량이 될만한 원고정리하긴 하죠. 포기하지 않고 목표에 도달하신 건 축하하고 박수쳐드릴 일이지만, 1년 안에 책을 내겠다는 계획은 이미 오래 전에 실패한 후입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타날까요 긴 글을 쓰는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막상 글을 써보아도 어떤 글은 지나치게 장황하고, 어떤 주제는 지루하고, 어떤 주제는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고... 한참 헤매다 보면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단행본 1권 분량의 원고가 탈고될 시점에서부터 거꾸로 저술 계획을 잡으면 됩니다.

우선 원고량부터 정하면 계획을 잡기 쉽습니다. 서점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단행본의 판형은 ‘신국판’이며 ‘신국판’ 형태의 책 1권은 보통 약 250쪽 정도 됩니다. 이 정도 분량의 원고는 ‘아래한글’이나 ‘MS워드’를 사용하며 글자 포인트를 ‘10’으로 했을 때 A4 100쪽 분량입니다. 혹시 이 분량도 많다고 여겨지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을 1년이라는 저술기간으로 나눠보면 좀 더 수월해집니다. 1년이 52주죠 설날과 추석 연휴가 있는 주는 집필을 쉰다고 생각하면 저술기간으로 50주를 잡을 수 있겠죠 그럼 A4 100쪽을 50주의 공정으로 나누면 한 주에 A4 2쪽 분량의 원고를 꾸준히 쓰다보면 누구나 1년에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1년에 책 한 권 쓰는 일이 생각보다 쉽게 느껴집니다. 쉬지 않고 한 번에 100쪽 분량을 써내는 게 아니니까요. 1주일에 2쪽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죠 근데 이렇게 이야기를 해드려도 결국은 매주 A4 2장 분량의 글을 못 씁니다. 아니 안 써져요! 1년 내내 쓴 글을 모두 합쳐도 A4용지 2장 밖에 안 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문제로 목적을 이루지 못하신 분들 대부분이 자신의 목적에 적합한 선택을 하지 않고 엉뚱한 선택을 하신다는 겁니다. 글을 쓰는 기술부족으로 저술에 실패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쓰는 것보다 글쓰기 교육을 받는데 투자하죠. 처음엔 글쓰기, 책쓰기 관련 서적을 여러 권 구입해서 참고하다가 나중엔 유명 강사의 강의를 찾아듣고 장기 워크샵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나쁜 게 아닙니다. 분명 배운 만큼 저술에 도움이 됩니다. 워크샵 프로그램을 통해 저자로 거듭난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목표는 올 해 안에 책 한 권 써내는 것이지, 훌륭한 문장가로 기억되거나 역사적인 걸작을 남겨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고민은 초고를 탈고하고 나서 퇴고하면서 해도 충분합니다. (퇴고 부분에 대해서는 연재 중간중간에 조금씩 더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짧은 글을 계속해서 써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저술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합니다. 짧은 글을 모으고 또 모으면 책 한 권 분량의 긴 글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내지 못하는 건 글 쓰는 기술문제보다 심리적 요인이 큽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장애물들이 짧은 분량의 글조차 완성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