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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자유로워지자] 초보 작가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

윤준식 기자 승인 2019.01.19 22:01 | 최종 수정 2019.07.23 12:23 의견 0

그럼 심리적 요인이 뭘까요 제가 보기에는 ‘눈에 보이는 장애물’‘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장애물’과 ‘진입장벽’로 조금 표현을 달리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장애물’은 글을 쓰는 작가에게 좌절감을 주는 일들로 알고 보면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은 작가가 되기 위한 의지를 꺾어버리고 나중에는 “내게 글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언의 벽)”이라며 아예 손을 놓게 만듭니다. 뭐든지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더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장애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문단에 등단하기 위해 공모전에 응모하거나 신문, 잡지,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마음의 어려움이 눈에 보이는 장애물에 해당됩니다.

여기서 “아니 그 정도면 어마어마한 도전목표인데 이게 대단한 문제가 아니라구요”라며 펄쩍 뛰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차분히 제 말씀을 들어보세요. 알고 보면 공모전에 떨어지거나 원고가 거절당하는 일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모전은 1년에 한 번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작품성과 예술성에 근거해 심사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좁은 문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될 때까지’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죠. 사람에 따라선 공모전 입상경력이 자신의 장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대부분은 공모전에 입상하지 않아도 활동에 아무 문제가 없으실 겁니다.

공모전보다 훨씬 문턱이 낮은 신문, 잡지에 투고해도 원고가 채택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매체와 논조가 맞지 않거나 전문성의 차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이 좋아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면 지면에 게재되기 어렵습니다. 친정부적인 매체에 반정부적인 내용을 투고한다면 당연히 원고가 채택되지 않겠지요 또 글을 잘 썼다 하더라도 별다른 내용이 없는 글이라든가,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늘어놓으려 한다거나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의 전문성도 영향을 끼칩니다. 매체가 대중성을 지향하는데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보내도 채택되지 않습니다. 전문지에 대중적인 원고를 보내도 마찬가지겠죠 지나치게 독특한 관점과 내용을 제시해 맞는 내용인지, 틀리는 내용인지 검증이 어려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의 원고 거절도 당연합니다. 출판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의 상품은 책이고, 상품인 책이 팔려야 기업이 운영되기 때문에 “글을 잘 썼다”, “내용이 좋다”라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요즘 독자들이 좋아하는 내용인가”, “이 저자의 인지도로 책이 팔릴까”로 여러 번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간혹 수백 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들고 나타나시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계책이 이 안에 있는데 출판사들이 책을 내주지 않는다”, “언론매체가 다뤄주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십니다.

수백 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쓰기 위해 그분들이 들였을 노력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원고를 주욱 훑어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비과학적인 과학원고’, ‘비경제학적인 경제원고’, ‘비의학적인 건강요법’ 등은 가치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프린터기로 인쇄하는 순간, 멀쩡한 A4용지가 폐휴지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날 뿐입니다.

또 저자의 인지도에 대해서도 냉정히 생각해 보십시오. 만일 제가 ‘2019 대한민국개조론’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다면 책이 팔리기나 하겠습니까제목이 눈에 띄어 흥미를 갖는다 하더라도 ‘윤준식’이란 저자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지가 뭐라고 대한민국을 개조하겠다는 허풍을 치는 거야”하고 내려놓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자가 ‘유시민’이라면 또 다르겠죠 “어머, 이건 꼭 사야 돼!” 하며 계산대로 들고 갈 겁니다. (실제로 ‘대한민국개조론’은 2007년에 유시민 작가가 펴낸 책 제목입니다.)

이런 사정이 있는 것은 모른 채, 원고가 거절당했다는 결과만 놓고, “난 안 돼!”라고 좌절할 이유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20회 연재를 목표로 진행 중인 시사N라이프 필진 가이드 - "글쓰기로 자유로워지자"

동명의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freewriters2015)와 그룹(https://www.facebook.com/groups/writersforfree)을 통해 관심있는 독자, 예비 필진과 소통하며 가보려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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