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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4.30 17:45 | 최종 수정 2019.07.04 03:37 의견 0

지난 4월 29일 국회에서 ‘산재·재난참사 유가족이 기업책임강화 법안발의 의원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이 열렸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와 산재, 재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법안을 발의하는 데 힘을 쏟은 민중당 김종훈의원, 더민주당 박주민의원, 지금은 세상을 떠난 故 노회찬 의원을 대신해 정의당의 여영국 의원이 참석해 함께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산재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중에는 세월호로 아들 장준형을 잃은 장 훈(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모인 이들은 “재난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 파산해서 없어질 때 까지 사건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하며 울분을 토로 했습니다.

▲ 지난 4월 29일에 국회에서 ‘산재·재난참사 유가족이 기업책임강화 법안발의 의원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김혜령 기자

◆ 사고는 발생했지만 진상규명은 오리무중

장 훈 님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의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세월호 사건과 연관된 선원,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했던 선사,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국가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2014년 발생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장 훈 님은 “우리는 세월호참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기다림의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전념 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안전한 국가로 변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그동안의 사건사고가 진상규명에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처벌 받은 사람들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사N라이프>는 이미 앞선 기사 ‘솜방망이 처벌법 안전을 무시하면 돈이 된다(http://www.sisa-n.com/27291)’ 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 사는 이유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입니다. 그래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만들어 법이 무서워서라도 죄를 못짓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산재·재난참사 유가족이 기업책임강화 법안발의 의원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에서 세월호 유가족 장훈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 수많은 인재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한 사건은 비단 세월호 사건만의 일은 아닙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사건도 있습니다. 물론 삼풍백화점의 경우 백화점의 대표인 이준 회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구속되었으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추가되어 징역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처벌된 사례는 이례적입니다. 무리한 증축공사로 균열이 발생하고, 붕괴조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 대구를 슬픔으로 몰아간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의 처벌을 보면 처벌의 기준이 더욱 애매모호해집니다. 실제 기관사와 관제사들이 과실치사로 4~5년의 금고형을 받았습니다. 법인인 대구지하철공사는 벌금 1,000만원에 그쳤으며,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1심 징역 3년에서 3심 무죄로 최종판결 받았습니다. 사장이 재판에 회부되었던 이유도 사고 직후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회사 책임자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2014년 경주 리조트 사고역시 앞선 지하철 사고와 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이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건축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각 단계에서 각자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시공을 담당한 하청업체 대표가 더 큰 선고를 받고, 공사를 독촉한 원청 리조트 사업본부장은 형량이 줄었든 것입니다. 체육관을 무분별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허가신고를 낸 공무원은 벌금 300만원에 그쳤으며, 경주시청은 불문경고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 ‘산재·재난참사 유가족이 기업책임강화 법안발의 의원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마당’현장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 재발방지 대책만 제대로 세우면 되는 것 아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인 이상윤은 이달 간담회에서 “기업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가지의 프로세스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의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등한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습니다. 미래를 향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덮어두는 편이 나은 게 아니냐는 논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재발방지 대책은 제대로 수립될 수 없습니다. 과거를 묻기만 한다면 그때 당시 책임자와 기업들이 또 안일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한국사회는 나아질 수 없습니다.

개인은 법에 명확히 저촉 받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룹니다. 개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 개인이 어떤 의도로든 고의를 지니고 살인을 저질렀을 경우 처벌받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경우, 고의성을 지니고 살인을 저질렀는지 어떻게 판단 할 수 있을까요 기업은 생각을 지닐 수 없는 존재인데 말입니다.

기업은 개인과 달리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은폐, 조직적인 사실 왜곡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업범죄는 조사하고 밝히는 과정과 형식, 처벌방법이 별도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회사는 구조적이고 여러 명이서 존재하는 무형의 대상입니다. 이상윤 님은 이 구조를 처벌하기 위해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기업을 해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법률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법안이 유족들이 살아가는 데에도 꼭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라우마는 평생동안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 뿐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트라우마를 평생 동안 지고 살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진상이 규명되고 죄를 지은 사람이 평생 죄값을 치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을 반성하고 재해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게 만드는 기능을 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도 법안제정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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