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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 ‘실명 인증 후 이용하는’ 법 도입이 시급 - 청소년 모두가 피해자 될 수 있어

[아동청소년플랫폼 아청인 연속 칼럼(1)] 청소년을 속여 성을 착취하기 위한 그루밍 수법 알려야...

칼럼니스트 박현홍 승인 2019.05.02 13:06 | 최종 수정 2019.07.16 18:39 의견 0

배고파서, 잘 곳이 없어서,

핸드폰이나 옷을 갖고 싶어서,

성매매에 노출된 청소년들...

마치 청소년들 편인 것처럼 속이는 그루밍 수법에 대한 교육 절실

“아동·청소년은 성매매 대상에서 제외해야”

 

연합뉴스TV <출발 640> 2019년 3월 20일 방송화면 캡쳐

 

4년 전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이용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처는 미미한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는 성인인증제도만 도입해도 현 수준과 비교할 때 성매매 예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해당 부처와 ‘앱’ 운영 기업들은 현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고가의 스마트폰이나 신발, 가방, 옷 등과 같은 사치품을 소유하고 싶은 청소년들, 혹은 빈곤, 가출 등과 같은 위기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에 이르기까지 채팅앱의 유혹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의 목적과 사연은 다양하다. 관련 전문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먹을 것이 없거나 잘 곳이 없어서 채팅앱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적극적으로 악용해서 그루밍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심지어 같은 또래가 가출 청소년들을 성매매로 유인하는 예도 허다하다고 하니 이러한 현실을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까

 

이러한 ‘앱’에서는 예컨대, 15세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20세 성인 여성으로 쉽게 등록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성인 여부를 묻는 성인인증절차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청소년은 친구소개로 익명 채팅앱을 내려받았는데, 등록하자마자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성인들이 보내온 쪽지가 30건을 넘었다고 한다. ‘앱’을 설치할 때 성인인증절차가 없고, 실명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서 접속부터 실제 만남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대개는 위치등록이 자동으로 설정돼, “가까운 장소에 있다”라고 하면서 전달되는 쪽지가 많고 혹, 답장을 보내기라도 하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인증절차가 없다는 것은 50세 남성도 20세 여성으로 채팅앱에 등록할 수 있고, 30세 여성도 20세 남성으로 등록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단 등록하면 유사성행위, 짧은 만남, 긴 밤 등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할 수 있고, 상대방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 추가금액이 붙기도 한다(예를 들어 교복을 입고 나오면 얼마 추가 등). 꽤 많은 사람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면서 접근한다고 한다. ‘앱’ 자체는 ‘12세 이용가’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증절차 없이 설치 가능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결국, 피해자는 청소년들이 될 수밖에 없다.

 

금전적 거래를 통한 성매매 사실이 적발되면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청소년도 ‘피의자’ 신분이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안 된다.’라고 하면서 만 19세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성범죄 문제에서만큼은 피해 청소년의 ‘자발성’을 유독 강조한다.

 

현행법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 만 18세 이하 학생이 술과 담배를 구매하다가 적발되면 판매한 어른도 함께 처벌한다. 그런데, 왜 성범죄만큼은 15살 여성 청소년과 20~70대 남성 성인을 같은 선상에 놓고 ‘성매매 피의자’로 함께 처벌하는 것일까 술, 담배 문제와 비교했을 때 성매매 문제는 청소년 보호와 관련해서 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루밍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예를 들어 가출한 16세 여자 청소년이 온라인, 채팅앱 등에서 가출이나 다른 이유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을 알린다. 그러면, 그 사실을 안 성인 남성이 청소년에게 도움을 줄 것처럼 유인한다. 일단 만나면, 계속 잘해주면서 청소년이 진짜로 연애하는 것으로 착각하도록 한다. 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성적으로 이용한다.

 

이러한 사례도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인지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청소년을 속여 성을 착취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일주일 혹은 길면 한 달 동안 성적요구는 하지 않고 밥과 선물을 사준다. 그러면 청소년은 남성의 의도는 모른 채 마음을 연다. 이쯤 되면, 남성은 사랑을 빙자해서 성관계를 요구하고 심하면 성 착취 수준까지 치닫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에 관련한 인식이 부족하고 절박한 형편(생활고 등)으로 궁지에 몰린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관계를 그만두면 그나마 다행이다. 청소년이 성관계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그동안 불법으로 촬영했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협박해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게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2차 피해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하면서 청소년들도 ‘성매매 범죄자다.’라고 몰아가는 상황을 타당하다고 여겨야 할까 도대체 우리 아동·청소년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캐나다와 미국의 경우, 청소년 성매매에 있어서 ‘자발성’이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성 매수자와 알선자만 처벌한다. 영국은 ‘아동·청소년 성매매’라는 용어를 형법에서 삭제하고 ‘성 착취’로 바꾸었다고 한다. 아동·청소년은 성매매 대상이 아님을 적시한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 사례들은 장차 우리가 법을 개정하고 관련한 인식을 개선하는 일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동·청소년들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자체는 많은 유용한 점이 있는 도구지만, 사용자에 따라서는 성 착취를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 나이와 성별도 쉽게 바꿔서 기재할 수 있는 채팅앱을 만들고, 그런 채팅앱에 가입한 아동·청소년들을 돈으로 유혹한 사람들은 성인이다. 그런데도, 아동·청소년들을 똑같은 성범죄자로 인식하는 현 사회 속에서 우리 아동·청소년들은 어떤 미래를 기대하며,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속히 개선하지 않는다면 현재 학교에 다니면서 SNS로 소통하는 우리 아동·청소년들은 누구나 잠재적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박현홍 /러빙핸즈 아.청.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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