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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성 고양시장①] “인권 포괄하는 새로운 평화통일 운동 필요”

주동식 객원편집위원 승인 2015.05.24 11:39 의견 0

최성 고양시장은 20년 넘게 평화통일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통일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토론하고 대화했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최 시장은 고양시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고양 평화통일특별시 원년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진보진영의 전유물이었던 기존의 평화통일 운동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 新평화통일 운동을 추진한다. 평화통일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최성 시장과의 대화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주동식 뷰-인 편집장)

 

최성 고양시장

 

고양평화통일특별시 원년 선언이 갖는 의미와 향후 남북관계 개선 등에 미칠 효과를 설명해 주십시오.

 

최성 고양시장: 올해는 광복 70주년에 분단 70년, 6.15선언 15주년, 한일협정 5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 사건들은 한반도 역사의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고양시장으로서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접경지역의 도시로서 인구 100만의 대도시가 지방자치 단체 차원의 평화통일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독일 통일의 과정에서도 지방 자치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고양시와 고양평화누리, 평화통일 활동가들, 민주시민들, 대한민국 최고의 남북문제 전문가들이 작년에 모여 “2015년을 고양평화통일특별시 선언 원년으로 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준비해왔습니다.

 

‘전세계 마지막 분단국가’ 오명 씻어내야

 

우리나라가 전세계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나아가 아동학대와 테러, 생명과학, 생태계 보존 등 인권과 지구 보편의 가치를 위해 세계 여성, 아동, 평화애호 시민들이 연대하는 新평화운동, 국제 평화통일 운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24 행사 이후에도 평화통일특별시 사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기 위해 추진하시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설명해 주십시오.

 

최성 고양시장: 개인적으로 20년 넘게 평화통일 운동과 연대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런 활동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진행해온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고양시 차원에서도 제가 시장에 취임한 후 평화누리를 통해 5년 넘게 북한에 대한 밀가루 지원사업, 남북교류협력 기금 모금, 평화시민교육 등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번 행사는 그런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동서독 통일의 과정을 보더라도 남과 북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의 민간 및 자치단체, 전세계의 재외 교포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또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과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들, 평화 인권 운동의 지도급 인사들이 구체적인 실천에 동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로서는 커다란 방향성만 정해진 상태이고 향후 이런 계획의 구체화 과정을 밟으려고 합니다.

 

평화통일특별시 원년 선언 등 시장님이 추진해오신 통일 관련 사업이 고양시의 지자체장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주제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성 고양시장: 5년 전 시장취임 당시에도 일부에서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통일과 위안부 등 국제 평화 및 인권 이슈를 다루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민생, 서민생활 등이 어려운데, 국가가 다루기도 쉽지 않은 평화통일과 인권 이슈를 지방정부가 다룰 수 있느냐는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취임 이후 2~3년 동안 시민들과 함께 일자리 창출, 지방경제 등 지방자치의 내실화 작업에 주력했습니다.

 

고양평화통일특별시 원년 선언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남북문제 전문가와 국제 평화 활동가 등과 함께 내실 있는 준비를 해왔습니다. 고양시 600년 기념행사, 고양평화통일특별시 국제학술회의를 가진 것이 대표적입니다. 고양 평화통일특별시 원년 선언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작업이었죠. 여기에서 특히 신경을 쓴 것이 평화와 통일, 인권 등의 이슈를 진보 진영의 독점물로 여기는 인식이었습니다.

 

사진: 윤준식 기자

 

 

이념과 계층 뛰어넘는 평화통일 운동 추진

 

평화누리는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나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와도 함께 하는 활동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념과 계층을 뛰어넘는, 의미 있는 평화통일 활동을 지향했던 것입니다. 다양한 바자회 등을 통해 생활 속 평화통일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고양시는 또 위안부 국제연대 활동을 펼쳐 2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 원칙을 지켜온 때문인지 아직까지 고양시의 평화통일 활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고양시 꽃박람회에 왔던 관람객들도 고양시의 이런 활동을 보고 “평화통일 인권시답다”는 평가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봐도 이번 고양 평화통일특별시 선언이 단순한 이벤트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적 관심사항과 괴리된 활동이 아니라는 겁니다.사실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도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고양 시민들의 교육 및 문화수준, 평화에 대한 열망, 시정에 대한 높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시민 속으로 들어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평화, 통일, 인권 운동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특히 평화통일 운동과 여타 시정의 균형을 잡고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운동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3년의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양에서 시작된 국제 평화통일 운동의 횃불이 파주, 서울, 김포, 광주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나아가 이런 활동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 지방자치단체의 영역에까지 나아갔으면 합니다.

 

평화통일 운동에 대한 시장님의 관점은 과거 진보진영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평화통일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설명해 주십시오.

 

최성 고양시장:저도 대학생인 아들과 딸로부터 “왜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받곤 합니다. 통일 문제를 20년 넘게 연구 실천해온 저도 이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통일이 젊은이들에게 무슨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분단이 단순한 아픔과 피해를 넘어 국가 경쟁력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어르신들과 청년, 여성들을 상대로 토론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활 속의 평화와 생명운동은 국가의 생존전략과 밀접한 관계라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남북 평화의 정착 없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양과 파주시 등 접경지역 자치단체 입장에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 없이 행복도시로 자처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저희들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습니다.

 

 

 

생활 속 생명과 인권 등 문제의식 담아내야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 라이프찌히시가 했던 역할이 보여주는 것처럼 교회와 시민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도시와 대규모 시민단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 전체와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 활동이 구체적인 삶 속의 행복지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알려가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新평화통일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의 통일운동은 이념적인 측면이 강했고 진보진영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생활 속 생명이나 인권의 문제의식을 남북교류협력과 연계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언론, 교육 등 전반적인 환경 속에서 시민들을 설득하고 함께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재미있고, 유익하며, 신명나고, 윈윈하는 활동의 동참을 통해 통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재외동포와 국제 평화통일 운동과의 연대가 매우 중요합니다. 분단조국의 평화통일, 남북 인권의 개선 등의 문제의식을 각 나라의 주류사회와 공유해야 합니다. SNS가 이러한 활동의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북한이 함께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북한의 붕괴나 고립을 목표로 하는 활동은 찬성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제2의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으로 변화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체제의 출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북한이 핵과 호전적인 대외정책을 포기하고, 남북한의 상조와 행복의 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윈윈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진보개혁 진영은 도덕적 당위로서의 통일,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등의 요구를 제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만 갖고 풀기에는 남북한의 현실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돌파해낼 지혜가 필요합니다.

 

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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