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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기획(1)]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갖는 의미

[세월호 3주기 특별기획 - “안전하십니까? 대한민국”]

윤준식 기자 승인 2017.04.16 03:49 | 최종 수정 2019.07.04 03:27 의견 0

 

3년 전 오늘이었던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고교생이었고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119상황실은 다급히 목포해경을 연결했다. 그러나 목포해경이 최초신고자인 학생에게위도와 경도, GPS 정보를 말하라”고 캐묻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사이, 선박은 점점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최초신고 후 25분이 지난 9시 17분, 이미 선체가 50%나 기울어졌고 탈출도 구조도 어려운 위기상황에 처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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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세월호 리본 모양 조형물 (출처: pixabay)

세월호 침몰: 사상 최악의 시민재해

이상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시작이다. 세월호 사고는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거대한 여객선의 침몰해가며 304명의 사람들이 수장되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전원구조 소식이 들려와 박수를 치며 안도했으나 오보임이 밝혀졌고,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을 펼쳤지만, 배가 완전히 기울어진 이후 아무도 구조해내지 못했다.

뒤늦게 구조가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들이 밝혀지고, 해경을 비롯해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났다. 심지어 청와대 보고가 구조활동보다 우선되었던 것이 밝혀지며 국민들의 분노는 치솟았고,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며 정치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진상규명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의 공방, 정부와 유족들,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루한 갈등상황이 전개되어왔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인양에 성공하며 세월호 3주기는 지금까지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직접적 원인이지만, 세월호 사태가 벌어진 때부터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 제3의 세월호, 위협받는 시민안전

세월호 사고를 축소하고 싶었던 정부와 새누리당은 ‘해상 교통사고’로 규정하려 했지만, 실은 세월호는 그간 국민안전에 대한 적폐(積弊)를 드러내는 결정체였다. 이미 이와 유사한 선박 사고가 여러 번 있었고, 국가적 재난 수준의 인재는 더 많이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신설 등 정부의 개혁은 실행되었지만 개혁의 의지를 엿볼 수는 없었다. 도처에 ‘제2, 제3의 세월호’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여기기엔 진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옥시 사태’로 불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었다. 지난 2011년 그간 폐질환, 호흡부전으로 인한 사망사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게 밝혀졌지만, 2016년이 되어서야 그 책임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중증질환을 앓게 한 데 반해 옥시 대표에 대한 판결은 무죄로 결론지어졌다. 이런 결론은 대한민국 사회가 재해가 재생산되는 것을 허용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민안전처’의 신설,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로는 더 이상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진실이 밝혀지고 만 것이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물줄기를 이루듯, 이런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동기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세월호 사건의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재해의 재생산구조를 이루는 법과 제도의 허술함이다. 안전을 외주화 하는 것이 허용되고, 안전관리 미비로 인한 대형사고가 터져도 경미한 처벌로 끝나기 때문에 안전불감증은 사라지지 않고 예방조치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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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기자회견 (노회찬 의원실 제공)

4월 1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지난 4월 12일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4.16연대 안순호 공동대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강찬호 공동대표는 물론, 법안제정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강문대 위원장과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도 함께 했다.

노회찬 의원은 기조발언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안전의무를 소홀히 하여 발생하는 재해는 커다란 비극으로 이어진다”면서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안(약칭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중대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기업의 안전관리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때에는 경영자와 기업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입법이 필수적인데 우리 현행법은 재해가 일어나도 경영책임자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청해진해운이 선고받은 벌금은 고작 1천만 원이며 옥시 또한 허위 광고표시에 대해서만 1억5천만 원의 벌금을 내는 등, 기업이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얻은 영업이익에 비해 너무나 적은 액수”라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위험방지의무를 부여하고 인허가 및 감독권한을 가진 공무원의 직무유기도 처벌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2013년에도 법안상정, 그러나 국회통과 불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논의는 노동계에서부터 시작되어 왔다. 산업재해 처리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피해는 크지만 기업들이 보이는 무책임한 태도,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법원 판결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략 2005년도부터 산업재해와 관련한 ‘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2월에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의 대표발의로 기업살인처벌 법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국회환경노동위를 거쳐 본회의로 상정되었고 국회에 잠시 계류상태로 있었으나 국회가 그해 임기를 만료함으로써 법안이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를 통해 산업재해만이 아닌 시민재해에 대해서도 기업처벌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9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에서 법안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2015년 4월에 국회토론회를 가지면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가 결성되었고 그 활동이 이어지며 다시 한 번 법안발의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수많은 매체들이 제각각 세월호 3주기를 맞이한 특집과 기획으로 지면을 구성하고 있다. 본지는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과 논의과정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후 비정기적으로 이와 관련한 연재를 진행해 나가려 한다. (계속)

[윤준식 기자 / newsnzine@sisa-n.com]

본 기획기사는 시사N뉴스네트워크와 제휴된 매체를 통해서도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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