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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마! 지망생(4)] “나는 왜 사기를 당하는가?”

김기한기자 승인 2018.05.24 12:49 의견 0

#현장팁_네번째: 연기지망생 등쳐먹는 3대 유형

 

“가능성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연기가 미숙하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게 충분히 도와주겠다.특별 트레이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니 여기에서 배워보는 것은 어떤가”

 

이런 말만 믿고 돈을 내고 등록하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나중에 사기 당했다는 것을 알고 환불을 요청하면 오히려 돈을 낸 지망생만 큰 손해를 본다. 더 큰 손해는 연기자로서 내디딘 첫발걸음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다. 인연과 인맥이 중요한 바닥인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오죽하겠는가

 

일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이런 영업방식은 도덕적으로는 사기라 여겨지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기 때문에 고소할 수 없고, 법적 책임을 지우거나 처벌할 수 없다. 결국 눈물을 흘리는 쪽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연예인의 꿈을 가진 순진한 연기지망생들 뿐이다.

 

가만히 보면 아주 뻔한 사기성 멘트인데, 이런 달콤한 말에 돈을 바치는 연기지망생들이 제법 많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오늘은 알면서도 당하게 되는 3가지 유형과 그것이 왜 사기죄를 피해가는 건지 알아보자.

 

1. <학원형 기획사> 유형

 

학원형 기획사들은 대부분 <영화, 드라마 배우 모집>이라는 제목의 오디션 공고를 통해 100% 합격하도록 되어있는 서류전형으로 연기지망생들을 모집한다.

 

서류전형 통과라는 기쁜 소식을 듣고 아무런 의심 없이 오디션에 참석하면, 현장에서 합격여부를 통보받고 바로 옆에 있는 상담실로 보내진다. 더 교묘한 곳은 그 다음날에나 합격했다고 연락을 주며 약속을 잡는 치밀함을 보인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이 자리에 부모님과 함께 올 것을 이야기 한다.

 

상담실에서는 ‘연기지도’, ‘현장경험’을 강조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학원등록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기가 아니다!!

 

왜냐면 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현장경험 쌓게 도와주겠다”라고 했을 뿐이다. 특정 작품의 출연을 약속하지 않았다. 다만 지불한 돈만큼 교육을 진행한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사기죄로 잡아넣을 수 없다.

 

또한 현장경험을 위해 가끔 보조출연(엑스트라)으로 내보낸다. 이 또한 표면상으로 문제가 없다. [속지마! 지망생] 2편에서 보조출연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업계의 불문율일 뿐, 약속한 ‘현장경험’에는 해당하는 내용이기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2. <모델 에이전시>형(프로필 매니지먼트)

 

주로 <모델모집>을 통해 진행된다. 원서를 접수하면 실물을 보아야 한다며 미팅 날짜를 통보해 온다. 그런데 미팅에 나가면 실장이라는 분이 앞에 앉아 이런 멘트를 날린다.

 

“이 프로필 사진 어디서 찍었냐 지금 진행하는 작업과 컨셉이 맞지 않는다.”“다른 사진은 없느냐 없다면 일이 잘 들어오는 컨셉의 사진을 찍어주겠다.”

 

이 또한 곰곰이 생각해보면 뻔한 사기성 멘트로 보이지만 많은 연기지망생들이 혹해 넘어간다. 이후 프로필 촬영비를 요구한다.

 

이것도 사기가 아니다!!

 

실제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기 때문이다. 애초에 프로필 사진촬영을 위해 돈을 지불을 했으며 회사는 위 사항을 이행했기 때문에, 사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모델 일이 들어오지 않아 항의하더라도 “감독이 당신을 맘에 안 들어한다. 다른 곳에 넣어보겠다”라는 말로 넘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현장에 프로필과 사진이 들어갔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이런 상황은 영원히 무한반복되는 식으로 상황종료된다.

 

3. <가수기획사> 형(디지털 싱글제작)

 

뜬금없이 가수 이야기는 왜 나오냐고 할 것이다. 요즘 연기지망생들 중에는 뮤지컬을 같이 준비하는 경우도 있어 남다른 가창력을 가진 사람도 많다. 또한 배우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 아이돌 활동을 거치는 방법도 있어 여기에도 관심을 열어두기에 속아넘어간다.

 

이들은 가수모집 공고를 보고 온 지망생에게 “실력이 좀 부족하니, 배우면서 디지털 싱글을 준비해보자”라고 접근하며 레슨비와 제작비로 현금을 요구한다.

 

참고로 실용음악과를 지망하는 입시생들에게는 더욱 주도면밀하게 접근한다.“디지털 싱글을 내면 학교입시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말이 먹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 전형방식마다 다르다. 디지털 싱글을 냈다고 큰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있다고 알려진 바도 없다.

 

그런데 이것도 사기가 아니다!!

 

돈을 받은 후 디지털 싱글이라는 결과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돈을 받고 잠적하면 사기죄가 되겠지만, 돈을 받은 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었으며 이는 지망생 본인도 이에 동의했고 계약서가 남아있기 때문에 사기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3가지 유형은 10년 넘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수법들이 연기지망생들에게 왜 먹혀들어갈까

 

그건 연기지망생들의 치명적인 약점인 조급함을 공략하기 때문이다. 연기지망생들의 조급함이 클수록 저런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 바닥에 뛰어든 이상 조급함을 절대 갖지 마라! 사기꾼들은 그런 지망생의 조급함과 욕심에 파고든다! 실력을 쌓으며, 버티고 버텨라! 그럼 반드시 기회는 온다. 조급할수록 기회에서 멀어지고, 상처만 남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제대로 된 연예기획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소속 연기자는 투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점을 명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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