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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55)] 동네깡패 장군보살 (후편)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6.15 20:31 의견 0
“이런 씨발, 누가 여기에 이런 걸 버렸어”

 

장군암이 있는 연립주택 앞은 고물상이다. 당연히 가끔 고물이나 폐지들이 늘어서기 일쑤인데 장군보살 할매는 그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 이날은 할매의 기분이 별로 였던 거다.

 

고물상 집은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사는 집이다. 이 사실을 장군암 할매가 모를 리가 없는데도 이 할매는 욕부터 내뱉는 것이다. 이럴 때면 고물상 할아버지는 대꾸를 안 하고 조용히 집 앞에 쌓인 물건들을 정리한다.

 

하루는 장군보살 할매가 여관골목 세꼬시집에서 혼자 술을 시끄럽게 마시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총각이 조용히 하라고 했고 그게 시비가 됐다. 장군암 할매가 또 한번 걸지게 욕을 해대는데 그 총각이 곧바로 주먹을 날리며 할매를 패대기 쳤다.

 

늦은 밤시간 혼자 야외테이블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장군암 할매

(이정환 작가)

 

할매가 누워 악다구니를 쓸수록 총각도 같이 욕을 해대며 주먹과 발길질로 아주 박살을 내버렸다. 그러고 총각은 경찰이 오기 전에 도망을 갔다. 그 총각은 미아삼거리 빅토리아호텔 나이트클럽 돈텔마마의 웨이타였다.

 

그 사건이 있은 후로 장군암 할매의 기가 많이 꺾였고 부쩍 늙어버렸다. 아무튼 그날 이후 장군암 할매는 그 웨이타와 누님 동생 하며 술도 마시고 어우러져 잘 지낸다.

 

점을 보러 오는 손님이 거의 없는 장군암 할매는 얼마 전에 부업으로 장미식당이라는 실내포장마차를 열었는데, 나는 그 집에 손님이 있는 걸 한번도 못 봤다. 결국 파리를 날리던 장미포차는 망했고 그 자리엔 엄짱이라는 로바다야끼집이 들어섰다. 엄짱은 나름대로 소문이 자자해서 근처에 2호점까지 열었다.

 

어제는 운동삼아 밤마실을 갔다가 장군암 할매가 새로 생긴 장어구이집 앞 파라솔에서 혼자 술 마시고 있는 걸 봤다. 서로 지금까지 마주쳐도 한번도 아는 체를 안 했었는데 그날따라 내게 말을 건다.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기백아빠 한잔 마시고 갈래요”

 

아니! 이 할매가 나를 알고 있었던 거다. 앞으로는 마주치면 인사를 제대로 해야겠다.봉변당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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