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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들의 시공간(공유경제)

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127)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0.02.11 16:05 의견 0

물리적인 상품은 눈에 보이기에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시공간은 간과되기 쉬운데, 이 점을 잘 분석해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플랫폼이 등장했고, 여행 사업으로까지 확장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에어비앤비’는 활성화됐지만, 법적으로 허가한 사업이 아니다. 현실은 허가나 제재할 규정이 없다고 할 수 있다(그만큼 한국이 맞이하는 4차 산업혁명은 답답하다).

에어비앤비는 수익 대부분을 창립자들이 가져간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는 공유경제는 상품을 공유하자는 수준이 아니라, 그 수익도 공유하자는데 차이점이 있다. 최근에 나오는 책에서는 전자를 “공유경제 1.0”이라고 하면서 사이비 공유경제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 수익도 공유하는 – 공유경제를 “공유경제 2.0”이라고 하면서 진짜 공유경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천민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제에서 수익의 공유가 쉬울까?

교회조차도 헌금 사용처를 보면,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교회는 신약 시대부터 공유경제를 실천했으며, 기본적으로 그 정신은 현대 교회도 계승하려 한다. 즉, 교회는 재정 분배의 원리가 초대 교회로부터 내려온 것이어서 심정적인 동의가 이미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회기관과는 그 정신적 토대의 역사와 그 깊이가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공유경제의 시공간이 될 수 있을까?

성도들의 시공간은 그들이 거주하는 자택, 주차장, 그리고 잉여시간이 될 것이다. 자택에 남는 공간은 에어비앤비와 같이 공유할 수 있고, 주차장도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유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주차장의 입구에는 “외부인의 차량은 견인 조치합니다.”라는 경고문구가 적혀있다. 그러나 실제로 몰래 주차해도 견인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즉, 관리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럴 바에는 그 공간을 적극적으로 대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영국에서는 주차장 대여 플랫폼(저스트 파크)이 활성화되었다. 물론, 몰래 주차해서 무료로 주차장을 이용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는 있지만, 적은 비용으로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면, 마음 편하게 주차하고 업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차장 사용료의 일부는 교회 플랫폼의 수익이 되고, 나머지는 성도 수익이 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물론, 초기에는 무료로 개방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 수요를 파악할 수 있고, 합리적 수준의 주차료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 자신의 시공간을 대여하는 성도들도 많을 것이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교회가 수용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 수익은 덜 해도 의미 있는 사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성도들은 과감하게 교회의 플랫폼으로 이동하려 할 것이다. 혹, 두 가지 플랫폼을 사용해서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기선교 등으로 해외에 나가는 팀들의 숙소는 대부분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이 아니라, 선교사들의 사택이나 현지 교회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다면, 성도들의 자택 등을 고려한 숙박 플랫폼은 접근이 쉽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다른 지방을 여행하려는 가족들은 숙박 장소를 찾는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교회와 연관된 기관을 찾아 예약하기도 한다. 이미 존재하는 사업을 확장하고, 공유경제화 시키는 것이어서 그 이해와 적응에 있어서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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