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로컬 리제너레이션(4)] 문화지구로 지정된 대학로

문화적 도시재생 1번지-대학로 ④편

김동복 기자 승인 2020.02.28 23:54 | 최종 수정 2020.05.21 20:55 의견 0
이화사거리에서 바라 본 대학로  (출처: 한국관관공사)

‘문화지구’, ‘예술지구’라는 개념은 문화예술자원이 밀집되어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과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문화지구’, ‘예술지구’라는 개념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사용되었다.

초기에는 ‘인사동 열 두 가게 살리기 운동’으로 시작됐다. 개발논리에 의해 역사문화자원이 존폐위기에 처하자, 이를 보존하기 위해 ‘문화지구’ 지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보존 대상 역시 역사문화자원 및 문화시설로 한정되었으나,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의 소비 형태가 달라지고 문화예술자원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문화지구’ 개념은 유·무형의 다양한 문화예술자원이 집적된 일종의 문화특화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2년 인사동, 2004년 대학로, 2009년 헤이리, 2010년 인천개항장이 ‘문화지구’로 선정되었다. 2002년에 가장 먼저 문화지구로 선정된 인사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초반 평가를 받았다. 전통 문화, 화랑, 공연시설 발전보다는 유흥가로 변해 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학로 야경  (출처:위키백과)

◆ 대학로 문화지구 선정 배경

정부의 문화지구 제도 추진을 반기던 문화예술인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극장 밀집으로 공연예술 성격이 강한 대학로가 문화지구 추진과 관련해 인사동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사동 문화지구의 상업화 흐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문화관광부는 대학로와 홍익대 문화지구화를 위해 2004년 2월 17일에 가칭 ‘문화지구 활성화 대책팀’이라는 TF를 구성했다.

당시 대학로와 홍익대학교 일대의 문화예술 공간은 대형건물의 입지계획, 임대료 상승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었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지구 활성화 대책팀은 문화지구 지정과 관련된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과 실질적인 지원책 등을 마련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다양한 논의 끝에 “대학로는 공연장 및 관련 시설이 밀집한 공연문화공간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나라 연극예술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배경이 강조되었고, 홍익대학교와는 달리 문화지구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이로써 2004년 5월 8일 주간선도로인 대학로를 중심으로 동숭동과 혜화동, 이화동, 명륜2가와 4가동, 연건동 등 6개 동 지역 446,569㎡(135,087평)이 문화지구로 지정되었다.

문화지구로 지정됨으로써 문화공간의 기반이 되는 공연장 및 문화시설을 보호·육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연활동에 위해가 되는 지역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공연문화공간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문화활동을 촉진하고 우리나라 공연 예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로 야경  (출처: 위키백과)

◆ 문화지구 선정 이후 대학로 변화

공연장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공연장 및 관련 문화예술시설, 기타 문화지구의 보존과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설을 권장시설로 지정했고, 불허용도는 오락, 유흥, 이질, 위험, 혐오시설 등으로 정했다.

2004년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 이후 공연장수는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2008년 소규모 극단의 공연장 폐관이 나타났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복합 문화공간 등 대형 공연장이 늘어났다. 한편 대학로의 지가상승으로 인하여 혜화동 북쪽 문화지구 경계 밖으로 극단형 소규모 공연장(100석 이하)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노래방, 음식점 등 불허용도 시설들도 업종승계를 가능하게 한 관련법 때문에 불허 및 금지용도 시설의 근본적 근절이 어려웠고, 지역 환경과 공연 생태계를 위해시키는 일이 늘어났다. 당시 조세 감면은 문화지구 내 권장시설 용도를 유지하는 건물 소유주만 혜택을 주는 제도로, 권장시설을 임차해 운영하는 실제 영업자에게는 혜택이 없었다.

시설 안내 및 공연 홍보시스템 부족해 불법포스터 홍보도 나타나게 되었다. 불법포스터의 유형을 보면, 연극 및 뮤지컬의 홍보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공연포스터는 대학로 공연 뿐 아니라 대학로에 위치하지 않은 <서울교육문화회관>, <올림픽 홀>, <LG아트센터>,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 <충무아트홀> 등의 공연물 홍보포스터도 있어 공연 안내 기반시설의 양적 확충의 필요성이 문화예술인들로부터 표출되기도 하였다.

또, 2005년 문화지구 관리계획 수립 당시에는 소규모의 생계형 노점이 있었으나, 2011년 이후 지나치게 많은 노점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노점상이 주간선도로를 따라 발달하며 보행자 이동을 방해하고 동숭동 안쪽으로의 방문객 진입을 어렵게 했다. 여기에 호객행위까지 겹치며 저해요소가 증가했다. 하지만 법률의 위임근거 없이 조례 내용만으로는 주민의 권리 행위 규제가 어려워 관리 실효성 부족의 결과가 나타났다. (계속)

▲위 기사는 로컬트렌드 미디어 <비로컬>과 인터넷신문 <시사N라이프>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