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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복권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4.27 23:32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얼마 전 순천의 어느 편의점에서 로또 1등 당첨이 5장이나 나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로또 1등의 행운을 얻기란 쉽지 않은데, 1등이 5장이나 나왔다니요!!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지만, 너무너무너무 부럽네요. 오늘은 복권의 고현학입니다.

1. 세계 최초의 복권은?

복권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집트 유적에서 제비를 뽑아 맞추면 상금을 주는 게임을 했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합니다. 역사적 기록으로는 볼 때 중국 한나라의 키노라는 복권이 국가가 시행한 최초의 복권사업입니다.

서양에서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복권이 일반화되었는데, 복권의 모범을 보인 건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트스라고 합니다.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이 음식값을 지불하고 받은 영수증을 모은 후, 영수증을 복권으로 삼아 추첨해 당첨된 손님들에게 상품을 나눠주는 행사를 시행했다고 합니다.

2. 옛날에도 로또같은 게 있었을까?

방금 설명드린 중국 한나라의 키노 복권 방식이 오늘날 로또와도 비슷한데요. 천자문에서 선정한 120개의 글자 중에서 10개를 맞추면 됩니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추면 되는 지금의 방식에 비하면 당첨확률이 너무너무너무 낮은 복권이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낮은 승률의 복권 사업을 했던 거는 국방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키노가 등장한 시기로는 지금으로부터 2200~2300년 전인데요. 당시 중국은 몇 백년 동안 전란에 시달렸습니다. 오랜 춘추전국시대를 마치고 통일 왕국인 진나라가 등장했지만, 진시황의 폭정으로 인해 국가가 재분열되었고, 지금은 초한지로 기록되어 있는 엄청난 내란 끝에 한나라가 세워졌습니다. 오랜 전쟁으로 인구도 엄청나게 줄어들고 국가재정이 피폐해지고 있었습니다.

내란은 없어졌지만 마침 강성해진 흉노의 칩입으로 국방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복권으로 마련된 기금은 국방비에 사용되었으며, 특히 진시황 때 시작한 만리장성을 건립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는데, 여기에도 복권 기금이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3. 우리나라 복권의 기원

우리나라 복권의 시초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계’로 추정합니다. 보통 계라고 하면 적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복권과 비슷한 개념의 계도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산통계와 작백계로, “산통 깬다!”는 말이 이 산통계와 관련있는 속담입니다.

산통계는 상자 안에 계원들의 이름이 적힌 알을 넣고 상자를 돌려 나오는 알을 당첨자로 선정했고, 작백계는 번호를 붙인 표를 100명, 1,000명, 10,000명 단위로 만들어 팔고, 표를 추첨해 판매금액의 80%를 당첨자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4. 산통깬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산통깬다는 말은 “어떤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를 지닌 말인데요. 이게 2가지 기원을 가진 말입니다. 옛날에 점을 칠 때 산가지를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이 산가지를 담은 통이 산통입니다. 산통이 깨지면 점을 치지 못하는 거죠. 두 번째로 산통계가 관련이 있습니다.

‘산통계’는 원칙적으로 계원 전원이 한 번씩 곗돈을 타야 끝나는데 그러지 못하고 중간에서 깨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산통계’가 깨지면 계의 최종 목적인 곗돈을 타는 일이 무산되기 때문에 일을 망쳤다는 표현으로 ‘산통 깨다’라는 말이 나왔다는 설입니다.

5. 현대적인 복권의 역사는?

최초의 현대적인 복권은 1956년 애국복권입니다. 이 복권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엉망이 된 나라의 복구를 위해 자금을 모았던 일종의 전쟁복구비를 위한 복권이었습니다. ‘복권’이라는 이름이 붙은 최초의 복권으로 1등 당첨금은 쌀 70 가마를 살 수 있는 정도인 100만 환이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1947년에 런던 올림픽 대회의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한 것입니다. 이 복권으로 마련된 경비로 7개 종목 선수 50명과 임원 17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런던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6. 여기서 ‘주택 복권’ 기억나시면 아재 인증!

1969년 주택 복권이 발행되면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복권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경제성장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이때부터 내 집 마련의 꿈도 함께 시작된 거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주택복권은 처음에는 월 1회로 시작해 인기가 늘어남에 따라 월 1회 추첨이 주 1회 추첨으로 바뀌었습니다. 1회차는 서울에서만 발행되었지만 2회차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된 복권사업이었습니다.

주택복권 추첨행사는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인기가수들이 등장해 노래도 부르고 돌아가는 원형 과녁에 화살을 쏴 맞춘 번호가 당첨번호가 되는 등 국민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가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주택복권은 2002년 로또가 등장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요인은 당첨금 이월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시작 초기에 연달아 당첨금이 이월되었는데 19회차 로또의 1등 당첨금이 407억 2200만 원까지 올라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높은 당첨금 때문에 사행성 논란이 일면서 이월 당첨금이 2번으로 제한되고, 1게임 구매액도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낮춰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7. 로또 확률과 벼락 맞을 확률 어떤 것이 높을까?

매주 1만원씩 로또를 사는데 5000원짜리도 당첨이 안된다며 속상해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로또복권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매우 희박합니다. 체감이 잘 안될 수 있는데 백분율로 따지면 0.0000122773804%입니다.

흔히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할 때 벼락 맞을 확률이라고 하는데요. 그럼 벼락 맞을 확률은 얼마냐? 미항공우주국 NASA 산하 NSSTC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60만 분의 1이라고 합니다.

또는 지금껏 한번도 당첨이 안되었으니 이제 슬슬 당첨될 때가 있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참고로 아무것도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97.64%나 되는 것입니다.

8. 수동이 자동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는 거 맞나?

로또는 어떤 번호를 선택하더라도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동일합니다. 매주 로또를 사시는 분도, 어쩌다 한번 사시는 분도, 지난주에 당첨되셨던 분도 매번 확률은 같은 것입니다.

9. 로또 명당은 따로 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명당이라고 불리는 복권판매점 앞에 줄서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판매점에서 당첨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는 이유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그 판매점에서 복권을 구입하기 때문에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판매점에서 1000장이 팔리고, B판매점에서 10장이 팔렸을 때 당연히 A판매점에서 1등 당첨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죠. 하지만 소문난 로또 명당이든 집 주변 가까운 복권판매점이든 내가 산 로또복권의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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