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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보아라, 파국이다!’ 파국을 기다리던 아베정권

‘蚊帳の外(’모기장 밖‘이란 뜻으로 왕따 당한다는 의미)’의 상황을 우려한 아베정부의 선택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03.27 15:01 | 최종 수정 2020.04.09 15:34 의견 0

몇 년 전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 <도깨비> 중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라는 대사가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도깨비의 대사가 연상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G7 정상회담에서 아베총리는 참가국 정상들에게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를 얻었다며 완벽한 개최를 목표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상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유럽, 미국 등으로 확산되는 팬데믹 상황이었고, 캐나다·호주 올림픽위원회 등 각국 체육계의 불참 선언과 함께 세계 언론도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등 일본은 도쿄올림픽 관련 왕따 분위기였다. 결국 올림픽 취소 혹은 혹은 무관객 개최가 예상되는 등 세계적 고립을 자초한 아베정부는 올림픽이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연장카드를 뽑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는 7월 24일 올림픽을 개최하고 이러한 기세를 몰아 가을에 ‘헌법개정’을 놓고 국민들로부터의 신임을 묻는 중의원 해산을 통해 역사에 남는 총리가 되고자 했지만 올림픽 연기라는 새로운 장벽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시기에 아베 스캔들의 또 다른 불이 지펴졌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된 바 있는 아베총리의 사학재단 비리건이다. 자살한 '긴키’(지방) 재무국 직원의 '수기'와 ‘유서’가 공개되면서 ‘4개 야당 재검증팀’에 의해 관련자들에 대한 집요한 추궁이 계속되었다. 코로나19로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관련 공무원에 대한 검증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한편 장기간의 자숙기간을 보내던 일반 국민들도 지난 주말 3일간의 연휴와 벚꽃놀이 기간이 겹치면서 정부의 요청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밖으로 나왔다. K-1 격투기 대회 등 각종 대규모 행사들도 열었다. 이런 상황은 아베정권 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계속 주의를 강조해 온 사항이며, 코로나19 관련 정부 전문가들도 경고했었다.

자민당이 추진하려는 헌법개정 개요  (번역: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파국을 기다린 아베정권

외형적으로는 위험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적극적 대책을 취하지 않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던 아베정권은 관료 및 여당 정치인들이 와이드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법적 한계로 인해 강제성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

이는 이제까지 아베정부가 해오던 법적 해석과는 상반된 것이다. 예를 들면 헌법과는 상반된 ‘안보법 제·개정’, ‘아베측근 도쿄 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정년연장’, ‘해상자위대 중동 파견’ 등 관례를 무시한 법 해석, 즉 정권이 원하는 대로 법을 해석해 왔던 것들을 감안하면 지금 형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검사를 제한한 결과가 일본 내에서의 코로나19 ‘만연 위험성이 높다’는 후생노동성 보고서로 연결되었고, 아베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정부대책본부’ 설치를 지시했다. ‘긴급사태선언’을 염두한 제도적 장치다.

결국 아베정권은 국민들에게 이런 상황을 경고했고, 이를 지키지 못한 국민들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긴급사태선언’을 하게 된 결과, 도도부현(都道府縣)이 지침에 따라 각종 대책을 시행하게 되었다는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도도부현 지사는 외출 자제와 휴교 등을 요구하거나 지시할 수도 있고, 시설 이용제한, 임시 의료시설로 강제 사용, 긴급물자 수송 요청 및 지시가 가능해 진다. 즉,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가권력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사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수십년 동안 지금의 자민당 정권이 희망해왔던 헌법 개정안의 긴급사태조항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부언하면 대재해나 무력공격 등으로 인해 국가질서 등이 위협받은 상황에 처했을 때 정부 등 일부기관에 대폭적인 권한을 부여하거나 인권보장을 정지하는 비상조치를 취한다는 것이고, 결국 일본은 이 조항이 헌법에 필요하다는 정당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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