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블록체인 거버넌스(2)]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제안하는 이유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19.08.08 13:10 | 최종 수정 2019.08.08 13:13 의견 0

블록체인은 ‘집단지성’의 도구로 활용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에 참여하기로 한 이상 참여자들은 목적을 갖고 참여하기 때문이다. SNS를 활용하는 방식에도 목적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좋아요’나 ‘공유’ 등을 통한 선동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의결방식은 단순하지만, SNS보다 신중한 사고과정이 동반된다.

SNS는 짧은 글, 사진 등을 보고 ‘좋아요’, ‘싫어요’를 누를 수 있다. 어떤 그림을 눌러도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SNS와 비교할 때 똑같이 버튼을 누르더라도 책임이 따른다. 블록체인은 ‘트랜잭션’이 기본이다. 신용을 담보해주는 중개인이 없는 거래지만, 성격은 기존 거래와 같다. 트랜잭션은 쌍방의 책임과 의무가 기본적으로 존재한다. SNS 수준에서 전개하는 텍스트와 댓글의 수준보다 쌍방이 져야 하는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즉, 블록체인이 갖는 시스템 구조가 SNS와 비교할 때 중량감이 있다는 것이다. 참여를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면, 그에 따른 적정한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간 다양한 시위와 집회는 이후에 ‘책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당장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만, 이후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수정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 세력이 등장할 수 없었고, 기존 세력 중에서 그다음 순위에 권력이 이양됐다. 이러한 돌려먹기 식 권력 차지는 투명성을 보장하지도 못했고, 발전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데도 여전히 실패하고 있다. 

이해가 안 된다면 지난 선거들을 살펴보라! 제대로 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여권은 안정을, 야권은 정권심판만을 외칠 뿐이었다.

◇ 블록체인을 활용한 집단지성이라면 어떨까?

SNS에서 선택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좋아요’, ‘싫어요’, 혹은 무관심이다. 광장에 참여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거나’, ‘무관심하거나’ 이다. 

촛불시위와 관련한 특성 중 하나가 ‘축제’ 성격이 있는 시위였다. 이러한 특징은 많은 국민을 광화문에 집결시킬 수 있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딱! 여기까지였다. 축제는 참여 열정과 즐거움을 북돋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축제 이후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축제로 가장 많은 걸 수확하는 조직은 기성 조직이다. 정치영역으로만 따지면, 제1야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축제가 대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고, 그 조직이 기존 제1야당과 같은 조직이 아니기 위해서는 조직 방법 자체가 달라야 한다. 소수의 무리가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서열을 정해놓고 위계질서로 운용되는 시스템은 이미 시대착오적임을 여러 번 경험했다. (헌법개정 등을 통한 민주주의 발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권이 교체됐고 386세대가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있었나?) 

 

◇ 소수에서 다수로

소수 엘리트가 지배했던 근현대를 지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소수가 엄청난 부를 차지하고,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상 소수 엘리트 대신 민중이 세계를 다스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스 민주주의도 소수 시민이 주인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개념은 계속 진보해서 1인 독재에서 인민주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성적으로 따질 때는 소수 엘리트 지배는 이미 소멸했다고 할 수 있는데, 시스템은 그대로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리적으로 다수가 지배하는 국가 형성이 불가능했다. 영토가 넓어지고, 국민이 많아지니 모두 모여서 직접민주주의를 한다는 건 어려웠다. 물론, 인구 칠백만이 넘는 스위스는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치·경제·사회적 분위기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국가는 흔치 않다. 

그러나 이제 물리적인 오프라인 시공간의 제약을 디지털 온라인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 집단과 집단지성의 실험도 결국에는 디지털 온라인 시스템 활용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집단지성을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 폐쇄(불투명성)에서 개방(투명성)으로

블록체인은 ‘뭐니 뭐니해도’ 투명성이 강점이다. 투명한 정부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만 해도 국정원이 존재한다. 그 힘을 줄인다고 해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소수 엘리트 집단에서 많은 비리를 발견할 수 있는 이유도 투명하지 못한 시스템에 있다. 서열이 올라갈수록 더 고급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해서 축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어리석다고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이러한 폐쇄성이 없다. 물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핵심 암호화폐는 지배구조가 정해졌다고 하지만, 정치, 사회적인 맥락에서 공적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면, 경제영역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의결 과정이 공개되고, 임의로 이 과정을 수정할 수 없다. 투명해지면, 자신의 언행에 책임질 수밖에 없다. 

 

◇파이프라인에서 네트워크로

기존 조직은 파이프라인과 같다. 파이프라인은 제조업에서 단계적으로 순서에 맡게 진행되는 절차를 의미한다. 기존 시스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고 할지라도 맨 꼭대기에서 ‘No’를 외치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러한 독선적인 결정이 계속되면 조직은 구태의연해진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거버넌스 시스템은 다르다. 다양한 구성원, 그리고 조직의 개방성 속에 고압적인 꼭대기 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버넌스 자체가 ‘통섭’, ‘협력’, ‘네트워크’를 추구하기에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머물러 있을 자리가 없다. 획일적인 방법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한 방법들이 모이고, 그 방법들을 조합해서 최선을 도출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이 기존 방법과 비교할 때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상층부에서 거부한 제안을 다시 수정해서 올리는 방식과 비교한다면, 훨씬 능동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