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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20)] 보령시③ 재정비를 위해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0.10.02 09:00 | 최종 수정 2020.10.02 13:43 의견 0
(멘토리 제공)

“눈물을 머금고 보령을 떠나다.”

1년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희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재편성하고 진짜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멘토리는 법인화를 준비했습니다. 이때 저희에게는 딱 한 가지 조건이자 목표가 있었습니다.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온에 선정된다면 해볼 만하다. 지금과는 달리 초반부 저희의 타깃은 학교, 지자체, CSR기업이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영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학교와 일하기 위해 교육부의 인가를 받고 싶어서 93명의 청년들이 모인 의미를 살려 사회적 협동조합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성장을 위한 지원과 자본을 투자 할 수 있는 곳은 아산나눔재단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력 끝에 파트너십온 4기에 선정됐지만 그 기쁨은 6개월이 채 가지 못했습니다. 재단의 사정으로 파트너십온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멘토리라는 법인만 가지고 세상에 나오게 된 거죠. 너무나 준비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보령시를 설득할만한 탄탄한 구조를 만들지도 못했고 이런 상태로 청소년들과 만난다면 사업도 아니고 자원봉사도 아닌 서로에게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내부 정리를 하고 현장에서 빠르게 실험을 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령보다 가까운 지역으로, 대상도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긴 시간 회의를 거쳐 두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던 강화군으로 거점을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보령에서 그동안 해온 일들은 꽤 많았습니다. 패피소년단을 시작으로 머드축제 기간 중 택시잡기가 힘든 지역주민을 위한 단거리 택시 서비스, 할머니들을 위한 지역 내 병원장들의 병원소개 콘텐츠, 학교에서 반려 닭키우기, 체험 할 수 있는 박물관 큐레이션 등등.. 조금만 더 했으면 우리도 ‘이거다’하고 뭔가를 발견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 경험을 놔두고 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 조금을 더 버틴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시기를 거쳤기에 청소년들과 삶의 방식을 함께 고민한다는 우리의 미션도 세울 수 있었고, 지역여행과 관계를 베이스로 하는 우리의 프로젝트의 기본 방법도 만들 수 있었고, 떠돌이가 아닌 거점을 중심으로 하는 장기적인 비전도 상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청소년들을 지역에서 성장시키기 위한 3단계를 정의했습니다. 지역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이 여행을 통해 지역의 매력과 가치에 빠져드는 ‘다이버’, 지역의 자원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챌린저’, 두 가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손으로 지역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메이커’입니다. 그동안 진행된 프로젝트가 어떤 단계에서 일어났는지 분류도 해보고 이 일들을 커리큘럼으로 만들 수 있는지도 고민했습니다. 이 3단계는 현재의 탐험-실험-경험이라는 ‘험한일’ 프로세스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보령에서 무엇을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공식적으로는 2018년 겨울을 마지막으로 활동은 종료되었습니다만 이때 심어둔 멘토리의 씨앗은 2024년에 활짝 피어 크루로 합류 할 예정입니다. 멋지게 성장한 우리의 보물들과 함께 화려하게 보령으로 돌아갈 그 날을 천천히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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