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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특별기고(4)] 입양 후 사후 관리가 형식적이라는 언론의 말은 어떤 근거가 있을까요?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2.15 12:09 | 최종 수정 2021.02.15 14:59 의견 0

최근 정인이 사건으로 네티즌 사이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신년을 맞아 진행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도 정인이 문제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입양에 대한 인식과 방법론 모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현실입니다.

때마침 <시사N라이프>는 의미있는 투고를 받았습니다. 입양 경험을 가진 한 아버지로부터 입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정인이 사건을 시청률과 조회수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토로했습니다.

이에 독립언론을 지향하는 <시사N라이프>에 무명으로 투고한다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총 3회에 나누어 연재되는 솔직한 심정과 사연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서 정인이 사건과 입양에 대한 생각의 범위를 넓히시는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입양 후 1년간 네 번의 사후 관리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언론에서는 사후 관리가 형식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시각에 따라서 그렇게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적이라고 말하는 언론은 입양 절차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꼭 그런 모양새입니다.

1년에 네 번이라는 회수는 절대로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내 딸을 잘 키우고 있음을 계속 누군가에게 점검받는 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완전한 딸이 되는데 2%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가정 같은 경우 네 번 중 두 번은 담당자분이 직접 가정으로 방문하셨고, 두 번은 직접 둘째를 데리고 ‘홀트’에 방문했습니다. 방문할 때 유아 건강검진 결과를 지참하고 예방접종과 관련한 내용이 기록된 ‘아기 수첩’을 가져가야 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기본적인 사항이어서 이 모든 걸 제대로 이행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담당자분이 아이의 상태를 보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성껏 잘 보살피고 있다면, 아이의 표정은 밝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돌이 지난 아이는 걷기도 하고 말도 조금 할 수 있어서 담당자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인이 사건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 것이죠.

이런 네 번의 사후 관리는 시각에 따라서 “겨우 네 번!”이라는 형식적인 관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걸 1년에 12번은 해야 할까요? 그렇게 하면, 제2의 정인이를 절대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잘라 말해 자격이 안 되는 가정은 입양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 어느 때라도 남들 앞에서 연기(演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건 신밖에 없습니다.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열두 번을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네 번의 사후 관리를 받은 후의 제 마음은 “후련하다!”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둘째가 정말로 제 친 딸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사후 관리를 받는 동안 첫째의 반응도 민감하게 살펴야 했습니다. 첫째는 아직 둘째의 입양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첫째는 여전히 엄마의 마음에서 둘째가 태어났다고 믿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우리는 입양아를 배가 아파서 낳은 자녀가 아니라 마음이 아파 낳은 자녀라고 말합니다. 둘 중에 누가 더 간절할까요? 저는 둘 다 간절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은 오히려 둘째가 더 간절했습니다.

첫째는 부부가 사랑한 결실로 맞이했기에 신기함이 더 컸습니다. 둘째는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부모가 돼야만 아이한테도 좋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만약 입양되지 않을 경우, 4개월간 위탁 부모로 함께 한 시절이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우리 딸들한테 “아빠는 심장이 두 개야! 하나는 첫째 거고, 하나는 둘째 거야!”라고 말해줍니다. 자녀를 ‘친자’와 ‘양자’로 구별할 수 없습니다. 둘 다 내 자녀입니다. 혹, 구분하는 부부가 있다면, 이런 부부는 절대로 입양해서는 안 됩니다. 정인이 양부모는 구별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입양했으니,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아이 돌보기보다 가슴을 돋보이고 싶었던 양모

정인이 양부모는 네 번의 사후 관리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9개월 동안 3번의 신고를 받았습니다. 정인이를 죽도록 괴롭히고서도 무고죄를 운운했으니, 그들의 뇌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기간으로 볼 때 3번 정도 기관 방문 등이 있었을 듯한데,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을 보면, 이 기간에 3번이나 아동학대 정황으로 신고를 받았다고 하니, 사후 관리할 때마다 이상징후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부모의 말만을 철석같이 믿었다고 하니, 정신병적인 관종 환자인 양모의 연기에 속았거나 이상징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크게 만들기 싫어서 외면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렵게 아이와 양부모를 매칭했으니, 실패되는 상황을 담당자도 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입양 기관과 아동보호 기관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경찰조차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회피했으니,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하나의 사례를 침소봉대 삼아서 사후 관리가 형식적이라고 떠드는 언론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떠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양부모 학대보다 친부모 학대가 더 많은 상황에서 친부모의 양육 관리는 어떤 제도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즉, 그들은 ‘입양’에 대해서 편견이 있는 게 거의 확실합니다.

정인이 양모는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서 가학행위를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고, 왜 입양했을까요? 스스로 모순을 말하고 있습니다. 혹에라도 정인이가 첫 아이였다면 육아의 어려움을 모르는 초보 부모였으니 육아 스트레스가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첫째가 있다는 걸 고려할 때 이런 육아 스트레스는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미 8개월이 지나 가정으로 온 정인이는 첫째와 비교했을 때 돌보기가 훨씬 쉬웠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가학행위를 육아 스트레스로 몰아가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변명입니다.

심지어 정인이 양모는 유방 확대 수술을 해서 그 고통으로 인해 정인이를 떨어뜨렸다고 진술합니다. 이 말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어 던지기도 했을 정도니, 종종 떨어뜨리는 행위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더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일종의 ‘행복추구권’입니다. 물론, 육아 때문에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성형에도 때와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양모는 입양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양모가 적극적으로 자처해서 입양했다는 것입니다.

육아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그럼 그 가운데 가슴 수술은 왜 했을까요? 당연히 수술 이후 아이들을 돌보기가 더 힘들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무논리로 진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육아 스트레스가 심해서 정인이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 와중에 가슴 수술을 했다? 그래서 더 불편해서 아이를 더 학대했다? 입양을 각오했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잠시 미뤄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요? 입양을 선전하고 다니면서 내적인 가슴도 돋보이길 원했던 만큼 육체적인 가슴도 돋보이고 싶었던 욕심이 부른 참사이기도 합니다. 둘 다 모두 욕심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이런 비정상적인 사람을 만류하지 못한 주변 사람들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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