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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대‘한심(寒心)’국] 45편: 대한민국 군대(5) 한 의원의 아들

조인 작가 승인 2021.03.06 14:40 의견 0

대한민국 군대 중 가장 편하다고 알려진 카투사(KATUSA)는 영어가 조금이라도 된다면 한 번 정도는 지원하는 코스이다. 물론, 일정 수준 영어 능력이 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과거처럼 밀어주기 식은 어느 순간부터 종적을 감췄다. 그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이 과거와 다르다고 느껴질만 하다.

그러나 과거에 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현재의 군대를 경험해야 하는 세대와 동일할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정말 힘들었던 시절을 겪었던 장년층이 “세상 좋아졌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모습은 현재 세대들에게 고리타분하고 바뀔 건 머리카락 색밖에 없는 ‘꼰대’로 여겨질 게 뻔하다.

이제 선발의 공평성은 당연히 여겨지고, 입대 후 공평함이 따져지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이런 공평에 대한 기대는 입대 후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모든 장병에게는 정기 휴가와 외박이 공평하게 정해져 있다. 그러나 포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휴가가 개인차를 만들기 마련이다.

물론, 정말 발군의 실력과 성실함으로 다른 장병보다 많은 포상 휴가를 거머쥘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군대에서 몇 명이나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으로 포상을 얻으려 노력할까? 당연히 포상은 보이지 않는 편파적인 특혜의 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어머니, 저 몸이 안 좋아요. 이번에 휴가를 나가야 해요.”
“응, 뭐 문제 있어?”
“늘 휴가는 짧죠. 해야 할 건 많고.”
“음. 일단, 나와서 상의하자. 그럼 다음 주에 나오는 거야?”
“네.”

최 일병은 카투사로 들어갔기 때문에 외박도 다른 병과와 비교했을 때 잦은 편이었고, 군 생활도 어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군대는 건강한 모든 청년 남성들에게는 일시적 묘지와도 같지 않던가?

아무리 카투사라고 하더라도 그의 마음은 전방에 있는 다른 장병과 다를 바 없었다. 군대에 있는 거 자체가 싫었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군 복무를 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치료를 목적으로 한 휴가였다. 물론, 이런 휴가도 일반 가정의 장병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역시 금수저들에게만 주어진 특혜일 수밖에 없었다.

금수저는 참 좋은 게 한 다리만 건너면, 누구나 군 요직의 인물을 알 수 있었다. 서로 관계를 맺고 친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작은 청탁이 오가는 게 당연했고,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오히려 부담 없는 청탁은 새로운 기회이기도 했다. 법적으로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청탁은 상대에게는 빚이고 들어 준 사람한테는 하나의 채권이 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부모, 군에 보낸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는 자녀 휴가를 한 번이라도 더 챙겨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사회의 것과 비교할 때 몇 갑절은 더 할 것이다.

“박 장군님 안녕하세요?”
“네. 의원님. 어쩐 일로?”
“그간 편안하셨죠? 종종 연락드린다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별말씀을요.”
“참, 제 아이가 올해 카투사로 입대했어요.”
“아, 그러셨어요. 진작 말씀 주셨으면, 제가 조금이나마 신경 썼을 텐데요.”
“아닙니다. 그런 부탁을 드릴 순 없지요. 그런데, 이번에 아이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휴가가 좀 필요한 거 같습니다.”
“네. 그러면 휴가를 신청하고, 연장하시는 방향으로 하시죠.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병원에서 진단서만 잘 처리하시면 문제 없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역시 박 장군님께 여쭤보길 잘했습니다.”
“별말씀을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제가 오히려 기분 좋습니다.”

대한민국은 규제 공화국이다.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특혜 공화국이다. 이 또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디서나 예외 없이 특혜가 있고, 이런 특혜가 있음을 당연하게 여긴다. 가장 공정해야 할 법정에서도, 군대에서도, 학교에서도 특혜가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특혜의 편재는 마치 전능한 신의 위치를 넘보는 듯하다. 그리고 특혜 위에 존재하는 ‘금수저’가 있다. 이런 특혜는 과거와 현재가 같고, 현재와 미래에도 여전할 것이다.

586이 지배하는 세상, 그들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머리에 지식을 넣기보다는 마음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세상은 바뀌었고, 그들이 세상의 머리가 됐다. 그러나 머리에 넣은 것이 없는 그들이 우두머리가 됐을 때, 정작 필요한 것은 마음의 불이 아니라 머리였다. 공정한 세상, 평등한 세상을 외쳤지만, 그들이 다른 사람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시절이 오자, 공정과 평등은 모두 그들의 특혜를 위해서 존재할 뿐이었다. 과거에는 몰랐던 특혜에 굶주렸던 욕망이 그 누구보다 타오른 것이다.

과거 독재 시대는 독재자 외에는 평등한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독재는 아니지만, 이제 다수의 파리 떼가 파이를 나눠 먹어대니 더 많은 똥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깨끗함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정권이 교체돼도 달라지지 않았고, 독신을 고집하는 여성이 대통령으로 선출됐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부로 스스로 칭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밀려 망명과 같은 길을 떠났고, 숨을 거둔 후에야 고국의 땅에 묻힐 수 있었다. 이후 새로운 정권은 반짝 존재했다가 군부의 총칼에 무릎을 꿇었다. 독재자와 대결하며 정치적 생명을 유지했던 윤보선 대통령이 후에 신군부의 화해 제스처에 호응했다는 것은 그의 정치 이력에 큰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장수 대통령으로 재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그의 실력만큼이나 실력을 행사해서 국가를 다스렸고, 그의 실력이 바닥을 치자 결국, 어이없게도 부하의 유탄에 저세상 사람이 됐다. 그를 이어서 잠시 대통령이 됐던 최규하는 입을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영원히 입을 닫았다. 그의 짧은 재임 기간 만큼이나 그를 기억하는 국민도 별로 없다. 정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등장한 전두환 대통령은 재임 시절 성과와 관계없이 본인의 친구 노태우 대통령과 함께 최초로 옥살이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고, 여전히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꿋꿋한 모습으로 많은 국민의 욕을 먹고 있다. 이어서 등장한 국민 직선제 대통령 노태우는 물태우라는 별명을 수여 받으며, 5년을 보내다가 무기력한 모습으로 감옥에 잠시 다녀온 후 과오를 뉘우치고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독재 시대와 군정부를 종식하고 시작한 문민정부, 90%가 넘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시작했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IMF 위기를 자초해서 정권 교체를 가능하게 해줘서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김영삼 대통령 본인은 법정에 서거나 감옥에 수감 되지는 않았으나, 아들이 대신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노벨상 수상자이자, 최초로 정권 교체를 달성한 김대중 대통령. IMF를 극복한 대통령이었지만, 무분별한 카드를 발행해 전 국민을 빚쟁이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상금보다 훨씬 많은 돈이 북한으로 송금됐음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북한의 핵실험은 막을 수 없었다.

당연히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거로 예상했던 시절,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 본인이 무기력했고, 최초 탄핵에 상정될 정도로 입법, 사업부에서 동네북이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퇴임 후에는 글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고, 결국 여러 정황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때, 장례식에 참석한 전두환 대통령은 “왜 죽었어.”라고 하면서 슬퍼했다고 한다. 역시 살아있는 자는 말이 많다.

새롭게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7%의 경제 성장’이라는 쌔끈한 거짓말을 공약으로 삼아 당선됐다. 알다시피, 이명박 정권의 경제 성장률은 전 정권과 비교해도 빈약했다. 그의 획기적인 4대강 사업은 온갖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추측과 함께, 아직 풀리지 않는 석연치 않은 불가사리로 남아 있다. 그 역시 퇴임 후 법정에 설 수밖에 없었고, 현재 옥살이를 경험 중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전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 특히 보수당에서 여성 대통령이 먼저 나왔다는 점에서 진보라고 자처하는 정당에서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독재자의 딸이 인권 변호사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를 하기도 했는데,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다가 독재자 딸 대통령이라는 2관왕은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뭐가 아쉬웠는지, 하나의 기록을 더 세웠는데 최초로 탄핵 된 대통령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은 모두 탄핵에 손을 들어줘서 논란의 여지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후 몇 년 째 이어진 탄핵 무효와 석방이라는 제목 아래 이어지는 천만 명 서명은 석방 후에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되려는 마음을 접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수는 차고 넘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은 다를 거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뭐가 다를까? 다르다면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세상은 진보했다. 그리고 이런 진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스르려 한다면?

대한심국은 바뀌지 않는다. 코로나 19 접종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 문제를 두고 정치권은 옥신각신한다. 뭘까? 정치적 가치로 백신을 판단하려는 저의의 근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작년에는 최초로 인구증감의 ‘데드크로스’를 이뤘다고 한다. 대단한 기록이다. 결혼도, 출산도 포기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 국가. 대한심국은 진행형이다. (연재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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