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코로나 일기(24)] 3월 27일(일) 코로나가 하나님이 경고라면서요?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09 13:15 | 최종 수정 2022.06.09 13:28 의견 0


일요일입니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 교회에 갔습니다. 저는 거의 한 달 만에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로나 기간의 교회였습니다. 방역보다 예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부 교회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욕먹고 있는 교회는 이제 대체로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예배가 방역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배를 드리는 장소가 방역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디서든 드릴 수 있는 게 예배입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예수의 설교 장소는 정말 ‘어디서든’이었습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았죠.

아울러 예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선교활동하고 싶었다면, 저는 교회가 코로나 지원금을 조성해서 코로나 시대에 힘겨워하는 불우이웃을 돕고 아프리카에 백신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예배이고, 올바른 신앙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러나 한국 교회는 그렇게 하지 못했죠. 그러니 욕먹는 게 당연합니다. 여전히 교회는 코로나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경고 정도로 생각합니다. 경고라고 생각했다면, 이후 행동을 개선해야 할 텐데 그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교회를 향한 경고가 아니라 교회에 뜻에 따르지 않는 세상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아전인수’도 이런 아전인수가 없습니다.

이런 답답함을 마음에 담고서 교회에 갔습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코로나에 확진된 날 저의 다섯 번 째 책이 출간됐습니다. 『둘째는 아빠가 혼자서 다 키웠어요』는 둘째를 육아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느낀 점을 정리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 시점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부가 육아와 관련해서 고민하고 있고, 특히 아빠의 역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을 즈음이니까요.

출간한 책을 들고 교회에 갔습니다. 교회 내에서도 목사님부터 시작해서 많은 분이 코로나에 걸려서 출석하지 못하고 있었고, 출석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 오미크론 확진 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다 보니까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걸려도 그만이다!”라는 생각인 것이죠.

준비한 책을 모두 나눠드리고, 이런저런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기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한 달 만에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니, 작은 감격이라도 있을 법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장소에 연연하는 신앙인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냥 피곤했습니다.

예배를 잘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꽤 힘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 가서 외부활동을 했으니 피곤한 게 당연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한참 낮잠을 잤습니다. 얼마나 잤는지, 그렇게 잘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 됐습니다.

‘먹고 자고 일어나니 또 먹을 때가 됐구나!’

왠지 인간의 삶이 아닌 듯합니다. 인간은 도대체 뭘까요? 동물과 다른 점이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동물도 인간과 다릅니다. 즉, 차이점이 있을 뿐 차별할 수는 없겠죠. 인간의 관점에서 따지니 동물보다 인간이 우월하다고 생각할 뿐이죠.

갑자기 『이솝 우화』 중 인간과 사자가 걸어가면서 나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인간이 사자를 밟고 있는 인간 동상을 가리키며 자랑하자, 사자가 “만약, 사자가 동상을 만들었다면 사자가 인간을 밟고 있는 동상을 만들었을 것이다.”라고 답합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니, 섣부른 자랑 질은 하지 말라는 것이죠.

오래 전에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떠올랐습니다. 혹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지구의 주인을 찾는다면? 작가는 인간이 아니라 ‘개미’를 찾을 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인간보다 훨씬 객체 수가 많고, 더 오랜 기간 지구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코로나가 정말로 하나님의 경고라면, 그 책임의 99%이상은 인간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중 세상에서 가장 많은 종교인을 가진 기독교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은 소수의견에 그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몸이 힘들어서 더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몽롱한 상태로 저녁을 맞이했습니다. 때가 돼 배 속을 채웠고요.

‘얼른 회복해야할 텐데….’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생각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생각해도 안 되는데,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정말 코로나가 하나님의 경고라고 생각한다면, 교회는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잘 못을 외부 세상으로(세속) 돌리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건물의 화려함 속에 보이지 않는 타락, 경고임을 알면서도 그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철면피. 교회에 다니는 소수로서 참 부끄럽습니다. (계속)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