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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26)] 청소년을 ‘좋은 리더’로 세우려면...

3부: 미래 지방분권 시대의 주민은 청소년 #03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10.21 07:44 의견 0

청소년들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학습 능력입니다. 학과목과 관련한 내용뿐만 아니라 지역, 국가, 세계와 관련해서 꾸준히 관심을 두고 학습해야 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치’는 『창조적 학습 사회』에서 사회의 발전은 그 사회의 학습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학습은 주어진 정규 교육이 아닙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들에 대한 학습입니다.

그러니 지방분권에 관련해서 알고 싶고, 지방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스스로 학습해야 합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국·영·수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듯이 지방정치를 하고 싶다면, 지역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글로컬(Glocal)’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즉, 지역의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현상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둘을 계속 연계해서 생각해야 하고요.

2022년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벌써 6개월이 넘게 흘렀습니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군사 위험은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필자는 20년 넘게 운전하면서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비싼 시기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경유는 휘발유보다 저렴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경유 가격이 더 비싸졌습니다. 주유소에서 노란색 노즐을 들고 휘발유를 넣으면서도 계속 휘발유인지 확인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암호화폐 중 하나 ‘루나(LUNA)’의 폭락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을 침체시켰습니다. ‘루나’의 가치가 메이저 암호화폐에 비할 바 아니었음에도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준 것이죠. 세계는 하나라고 계속 선언하는데, 이런 연결은 단지 물리적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디지털 차원에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청소년들이 주역으로 활약할 시기에는 물리적인 연결 이상으로 디지털 연결이 더 중요한 세상일 것입니다.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시공간을 활용해서 물리적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지역 간, 도시 간, 국가 간 네트워크를 형성할 테니까요. 그러니, 지방정치라고 해서 지역적 마인드로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폭 넓은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 돼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됐을 때, 외적인 부분에서 강하게 보이려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센척’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정서를 생각했을 때, 나이가 ‘깡패’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자칫 잘못하면 ‘버르장머리’를 언급하면서 도덕·윤리적으로 공격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를 고려해서 유연한 태도를 유지하되, 실질적인 업무에 있어서는 소신 있게 본인의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 정당에 속한 대부분 정치인들은 신념을 지키며 소신 있게 정치 행동을 하기보다는 정당의 분위기에 휩쓸립니다. 어떤 기초자치의원은 12년 동안 지방의회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의사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냥 거수기 역할만 한 것이죠. 이는 직무유기이며, 혈세를 낭비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당의 후보라는 이유로 당선되니, 기가 막힌 일이죠. 주민의 권리, 복지, 행복 등을 선전하며 당선됐지만, 실제로 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겉으로는 ‘협치’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게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다음 선거를 고려해야 하니까요.

물론, 지방정치를 잘하면 중앙정치와 관계없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방정치의 성공유무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 당선이 결정돼야 하고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들은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주체가 돼야합니다. 기존 폐습에서 탈피해서 본인들의 소신을 확고히 지킬 수 있는 뚝심을 갖춰야 합니다.

넷째, 기존 폐습을 바꿀 수 있는 세대입니다. 제8대 지방선거는 정권교체에 성공한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광역시도지사와 일부 시군구자치단체장 중에서는 교차 당선된 후보자도 꽤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는 시장과 더불어 25개 자치구 중 7개 자치구를 제외하고 모두 여당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심지어 7개 자치구에서도 여당 서울시장의 득표율이 더 높은 지역이 있었고요. 단순히 생각하면, 이런 지역의 단체장도 여당 후보여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울특별시장과 다른, 구청장만의 역할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과 지지가 있었던 것이죠. 이런 교차투표와 당선이 많아져야 지방정치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중앙당의 영향력이 지방 구석구석 미치고 있어서 중앙당에서 밀어주지 않는 후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낙선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기존 지방정치인들에게는 소신보다 눈치가 더 중요한 것이죠.

제8대 지방선거 기간에 눈에 가장 많이 들어 온 사진이 현재 대통령입니다. 대통령과 잘 알기 때문에 일을 잘 할 거라는 선전이죠. ‘호가호위(狐假虎威)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보다 더 큰 권력을 등지고 위세를 떨친다는 말이죠. 대통령 얼굴을 빌려 자신이 일을 더 잘할 거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청소년들은 이런 악습을 배울 이유가 없습니다. 당선 이후 열심히 정치활동을 하다가 낙선하면 학업을 연장하거나, 시민운동을 할 수도 있으며,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십대에 정치를 시작했다고 해서 이후 계속 더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과거 1990년대부터 386세대로(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시작한 정치인 중 586세대가 된 지금까지 현역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역에 남아 계속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정치 발전과 성숙이라는 차원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고인물이 돼 새로운 부패의 온상이 됐습니다.

아울러 당선 이후에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방분권 시대의 기초의원과 시의원은 봉사한다는 각오가 마음가짐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봉사하는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만약 봉사하는 자세로 일하고자 한다면, 정무수당(기초적인 활동비) 이상의 지원은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상황만 되면 지원비를 올리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받는데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일반 회사 같으면 당장이라도 해고할 수 있지만, 선출직은 최소 4년을 버팁니다. 이런 부정적인 현상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지방정치만큼은 스위스처럼 윤번제 도입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일정한 기준을 갖춘 주민에게 지역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죠. 가장 작은 단위의 자치지역에서는 실제로 윤번제가 실제로 가능합니다.

기원 전 2,500년 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인구는 25~30만 명쯤 됐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시민은 10만 명, 투표자격을 가진 사람은 3만 명 정도였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3만 명은 누구든 시민을 위해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군 단위’ 인구를 볼 때, 3만 명이면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울릉군 인구는 9,000명이 채 되지 못하며, 2만 명이 되지 못한 자치지역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입니다. 현재보다 교통, 이동통신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던 그리스에서도 윤번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최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 그리스처럼 하지 못한다는 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일까요?

현재 청소년들이 선출직에 당선되면, 기존 악습을 철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현재 청소년들은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할 때 직책에 연연할 가능성이 덜하고, 중앙당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오히려 주변의 시선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입니다.

‘꼰대’ 눈치 보느라 친구들과 거리 두기보다는 ‘꼰대’에 대항함으로써 친구들과 더 가깝게 될 거라는 말입니다. 아울러 선거 전략도 기성정치인보다 훨씬 탁월하게 운영할 수 있는 SNS와 메타버스 등을 적극 활용해서 선거 비용도 파격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말은 선거 자금이 없어서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의미기도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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