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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미신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3.31 01:40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어젯밤에 돼지꿈을 꿨는데요? 그럼 오늘 반드시 뭘 사야 할까요? 다들 돼지꿈은 행운을 상징하는 꿈으로 알고 있는데요. 돼지가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한자로 돼지 ‘돈(豚)’이 우리가 쓰는 ‘돈’과 발음이 같아 재물운을 상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복권을 사는 행동은 꿈 해몽과는 별개로 ‘미신’에 해당하는 행동입니다. 오늘은 미신의 고현학입니다.

1. 미신이 뭘까? 미신의 정의는?

미신이란 검증되지 않은 믿음이나 전통적인 관념에 기반을 둔 신념으로, 특정한 행위나 사건이 좋거나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믿음을 말합니다. 과학적 증거나 논리적 근거보다는 경험, 전승, 신앙 등에 의해 형성되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우연이나 운명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미신이 등장하며, 불확실성을 다루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정감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미신은 사회나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특정한 날짜나 숫자를 행운이나 불운과 연결지어 믿기도 하고, 생활 속에 특정한 행위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기거나 나쁜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합니다.

2. 숫자 4는 불길하다?

이건 숫자 4와 죽을 사(死)의 음이 같이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이 미신의 영향은 너무 강해서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엘리베이터 타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4층을 F라고 표기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죠? 이건 숫자 4를 바로 표기하지 않으려고 영어로 4인 ‘four’의 앞 글자를 딴 겁니다. 심지어 3층 다음을 5층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층을 아예 빼버린 거죠.

3. 밥상 모서리에 앉으면 복 달아난다?

동양철학에서는 힘의 본질을 ‘기(氣라)’고 보는데, 기가 모서리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밥상 모서리에 앉지 말라는 거죠. 그런데 기 철학과는 별개로 밥상의 모서리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 매우 불편합니다. 자세도 불편하지만 뾰족한 모서리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화가 잘 안되거나 그러다 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바른 자세의 식 습관을 가르치려는 의도가 담긴 조상님의 지혜에서 비롯된 미신이라 추측됩니다.

4.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안된다

초등학생들에게 매우 그럴듯한 믿음을 얻고 있는 미신인데요. 방송 들으시는 분들 중에도 어린 시절 왠지 미운 친구 이름을 빨간 크레파스로 써본 적 있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이 미신을 믿지 않더라도 어릴 적부터 하도 자주 들어온 이야기죠? 그러다보니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편지나 문서를 작성할 때도 빨간 펜을 쓰는 걸 꺼리게 되지요. 이 미신은 오랜 옛날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중국에서는 황제만 붉은색으로 서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황제 외에 다른 사람들은 빨간색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나온 것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로는 6.25전쟁 때부터 전사자를 표기할 때 이름에 빨간색 줄을 긋고, 전사자 통보서에 빨간색으로 이름을 쓴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5.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 나온다

지금도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 나온다고 혼내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이 미신은 옛날 땅꾼들이 뱀을 부리려고 휘파람을 불었기 때문에 이러한 믿음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가끔 TV를 보면 코브라를 부릴 때도 휘파람이나 피리를 불고 이 소리에 뱀이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밤에 휘파람을 부는 것이 금기시되었습니다. 또 과거 간첩들이 휘파람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알고 이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뱀은 청각이 발달하지 못해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고 합니다.

6. 이사는 손 없는 날 가야 한다

손(損)은 손님을 뜻합니다. 손 없는 날의 손은 날짜에 따라 4방위로 돌아다니면서 인간에게 해로움을 끼치는 귀신을 뜻하는데요, 왜 귀신을 보고 ‘손’이라고 했을까요? 옛날 매우 궁핍했던 시절에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반가운 마음에 대접하지만, 궁핍한 시절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걱정스러운 마음도 컸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대접하고 감당해야 할 상황도 ‘손’이라고 칭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손 없는 날의 손은 날 수에 따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으로 손 없는 날이란 귀신이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길한 날을 의미합니다. ‘손 없는 날’은 음력을 기준으로 방위마다 해당하는 날짜가 있어 피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끝수가 9나 0에 해당하는 날은 어디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손 없는 날에는 이사가 많은 편이며 그러다 보니 이사 비용도 더 비싸게 듭니다.

7. 연인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도망간다

예전에는 연인 사이에 자주 쓰이는 미신이었습니다. 치킨을 함께 먹을 때도 닭 날개를 주면 바람난다는 말도 비슷한 이야기인데요, 신발을 신었으니 도망간다, 날개가 바람을 일으키니 바람이 난다는 말 장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신발을 신으면 좋은 곳으로 간다’는 정반대 의미를 가진 새로운 미신이 자리 잡으면서 연인에게도 좋은 신발을 선물하는 의미도 생겼다고 하니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8. 시험 보는 날에는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

이 말도 단순히 말장난이나 징크스에 가까운 미신인데요, 미역이 미끄럽기 때문에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미끄러진다는 의미입니다. 시험에 붙으라고 엿을 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요.

시험은 오랫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일이라 에너지 소모가 많지요? 그런 의미에서 미역은 오히려 심신의 안정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식품입니다. 게다가 서울대 합격생들에게 물어본 수능 도시락 메뉴 상위권에 미역국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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