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일상의 고현학] 딸기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4.11 21:46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옛날 어느 마을의 효자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어머니의 병은 깊어져 갔고, 죽기 전에 딸기가 먹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에 딸기를 구하러 나선 아들이 뒷산 딸기밭에서 칠일 기도를 올리다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효성에 감복한 산신령이 딸기를 주었고, 딸기를 먹은 어머니는 씻은 듯이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옛날에는 한겨울 딸기는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하우스 딸기가 흔해져서 엄동설한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딸기의 고현학입니다.

1. 딸기의 제철은 언제일까?

어르신들 중 많은 분이 딸기의 제철을 봄으로 알고 있을 텐데요, 80년도 이전에는 딸기를 봄에만 먹었기 때문입니다. 선선한 기후를 좋아하는 딸기는 늦봄이 되어야 제대로 익었고 더운 여름이 되면 끝물이 된 딸기로 딸기잼을 만들었던 기억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딸기의 제철은 겨울이 맞다고 합니다. 딸기는 추울 때 더 맛있다고 합니다. 겨울의 높은 일조량 또한 딸기의 당도를 더욱 높이고 병충해가 없어 관리하기 수월하다고 해요. 현재는 딸기의 노지 재배는 거의 사라졌고 대부분 시설 재배를 통해 생산되어 사계절 내내 재배될 수 있는 품종이 개발되었고, 하우스를 이용하는 딸기 농사의 기술이 발달해 거의 모든 계절에 맛있는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딸기의 제철은 옛날에는 봄이었지만 지금은 겨울로 바뀌었고, 세대별로 딸기의 제철을 다르게 알게 된 겁니다. 앞으로 딸기의 제철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어질 거라고 합니다.

2. 오늘날의 딸기는 스파이 활동으로 탄생했다

딸기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석기시대부터 먹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딸기를 밭에서 재배한 것은 중세 유럽인데, 1368년경 프랑스에서 야생 딸기를 옮겨와 재배한 것이 첫 재배의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딸기 재배종인 프라가리아 아나나사(Fragaria ananassa)가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건 18세기 말입니다. 즉 원래의 딸기, 진짜 딸기는 산딸기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 개량종이 나오게 된 데는 재밌는 사연이 있습니다. 현대 딸기의 시초는 18세기 초 1712년 프랑스의 ‘아메데 프랑수아 프레지에(Amédée-François Frézier)’라는 사람의 칠레의 야생 딸기 조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프레지에라는 사람은 사실 학자가 아니라 프랑스 육군 정보국 소속 첩보원이었던 건데, 당시 남미의 칠레를 식민지로 삼고 있던 스페인의 군사 정보가 담긴 지도를 만들기 위한 위장으로 칠레의 해안가를 뒤지며 야생 딸기 종자를 채집하고 기록하는 학자인 척했던 겁니다.

그런데 조사가 너무 잘 되어서 나중에는 칠레 딸기에 대한 책을 냈고, 칠레에서 가져온 딸기 종자도 심었는데, 이때 이후로 유럽 여기저기에서 재배용 딸기 개량이 시작되었습니다.

3. 딸기는 과일이 아니다?

딸기는 과일이 아닌 채소로 분류됩니다. 먼저 과일과 채소의 차이를 알아보자면, 과일은 ‘여러해살이’를 하는 ‘나무’를 가꾸어 나온 식용 가능한 열매이고, 채소는 ‘한해살이’를 하는 ‘초본식물’에서 나온 열매를 의미합니다. 딸기는 나무에서 자란 목본식물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열매도 아니기 때문에 과일이 아닌 열매채소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홈페이지를 보면 딸기를 채소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딸기와 같은 채소이지만 과일로 많은 오해를 받는 작물에는 토마토, 수박, 참외 등이 있습니다.

4. 딸기의 씨는 왜 겉면에 있을까?

조금 전에 딸기는 열매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열매로 여기며 먹어왔던 빨간 부분은 열매가 아닙니다. 딸기 표면에 콕콕 박혀있는 것을 딸기의 씨앗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것은 딸기의 씨앗이 아닌 딸기의 진짜 “열매”입니다. 보통 우리가 딸기라고 부르는 세모난 빨간 덩어리는 꽃받침 부분이 과육으로 자라난 ‘헛열매’인 것인데, 헛열매는 식물의 씨방 부분이 아닌 다른 부위가 발달하여 과육 역할을 하는 열매를 의미합니다. 딸기 말고도 사과, 배가 있습니다.

5. 딸기와 찰떡궁합은?

딸기는 우유와 찰떡궁합입니다. 딸기 속 구연산이 우유 속 칼슘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돕습니다. 유제품인 크림이나 치즈와도 궁합이 잘 맞아요.

이를 잘 응용한 히트상품이 딸기 생크림케익인데요. 겨울의 하얀 풍경을 떠올리게 되는 생크림과 빨간 딸기가 잘 어우러져서 겨울 감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기업의 마케팅을 통해 어느 틈엔가 우리나라 전통음식 못지않게 대중화되었습니다. 요즘은 스초생이라고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도 나오고 있는데, 단맛을 극대화한 디저트로 인기가 있죠.

근데 초콜릿이 건강에 안좋다고 피하려는 분도 있는데요. 단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건강에 좋은 건 꿀입니다. 꿀 역시 딸기의 비타민C가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딸기에 꿀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6. 딸기우유에 벌레로 만든 색소가 들어간다고?

딸기우유는 우유에 딸기 맛, 향, 색깔을 내는 식품첨가물을 넣어 가공한 우유입니다. 따라서 정확히는 딸기우유가 아닌 ‘딸기 향 우유’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우유에 분홍색의 색을 내도록 코치닐 추출색소를 첨가하는데, 코치닐 추출색소는 우유 뿐 아니라 립스틱 같은 붉은 색을 내는 것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천연 색소입니다. 천연 색소다보니 자연에서 추출하는데, 그게 바로 선인장에 기생하는 암컷 연지벌레라고 해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레를 싫어하는 분들을 위해 색소를 넣지 않은 하얀 딸기우유도 출시되었고, 홍국색소나 토마토색소, 석류 추출색소같은 다른 색소를 사용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이 포도당에서 붉은 색소 원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7. 벌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유튜브에서 딸기 벌레 영상을 봤는데요?

딸기를 먹을 때 벌레를 조심해야 한다며 ‘소금물에 딸기를 씻어야 하는 이유’ 같은 영상이 떠돌아다니고 있는데요. 소금물에 담근 딸기에서 벗초파리가 나오는 영상입니다. 그런데 안심하셔도 됩니다. 우리나라 딸기에는 벗초파리가 없습니다. 그 영상들 대부분이 과거의 해외영상을 활용한 것들입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딸기 수확기와 벗초파리의 활동 시기는 겹치지 않습니다. 딸기는 보통 11월~ 5월 초까지 수확하는데, 벗초파리는 5월 지나 가을까지 주로 활동합니다. 2020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벗초파리 생태 연구 결과, 12월부터 2월까지 우리나라 딸기 온실에는 벗초파리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건 수출을 통해 검증된 결과이기도 하니까요.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8. 딸기 꼭지는 언제 제거해야 하나?

딸기는 같은 무게로 따졌을 때 비타민C가 귤보다 1.5배, 사과보다는 무려 10배 더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비타민C의 대표 과일로 꼽히는 레몬보다도 2배다 더 함유되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데요. 하루 필요한 비타민C는 딸기 6알만 먹으면 충족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비타민C는 30초 이상 물에 담가두면 흘러나오기 때문에 재빨리 헹궈내야 향과 맛뿐 아니라 비타민C의 손실도 막을 수 있습니다. 꼭지를 먼저 떼면 그 부분을 통해 비타민C가 손실될 수 있어 사 온 그대로 흐르는 물에 서너번 헹군 뒤 꼭지를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험한 ‘세척에 의한 농약의 제거 효과’에서 보면 수돗물이나 식초물, 소금물로 세척한 결과 크게 차이가 없으며 식초나 소금물이 오히려 영양소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9. 하얀 딸기도 있다?

하얀색을 띠는 이유는 빨간 딸기에 풍부한 붉은색을 띠는 안토시아닌의 일종인 펠리고니딘이 하얀 딸기에서는 합성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 딸기는 꼭지 심지 부분을 제외하고는 과육 대부분이 붉은색을 보이지만 하얀 딸기는 과육의 중심부까지 모두 하얀색을 띠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파인애플의 향이 나고, 파인애플과 딸기의 중간 맛이 난다고 하여 파인애플과 스트로베리의 합성어인 파인베리로도 불립니다.

‘덜 익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덜 익은 딸기는 초록색입니다. 하얀 딸기는 익지 않아도 하얗고, 완전히 다 익어도 연한 핑크색이 날 뿐 붉은색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익었는지 확인하냐구요? 과육 표면의 우리가 보통 씨앗이라고 부르는 것의 색깔을 보고 판단합니다. 하얀 딸기는 익으면 이곳만 색이 붉어집니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하얀 딸기는 만년설이라는 품종으로 출원하여 출하되고 있는데 붉은색 품종 중 가장 높은 당도를 가진 킹스베리와 동일한 14~17브릭스를 보이고 영양성분의 함량은 더욱 높습니다.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항암물질로 유명한 카테킨이 100g당 2300mg으로 녹차보다 7배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또한 항산화 기능을 하며 주로 모세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퀘세틴은 일반 딸기보다 3배나 높은 함량을 보입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