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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쓰면 숨겨두었던 그림자가 튀어나온다 – 영화 "마스크"

[무의식과 트렌드] 페르소나가 상품이 되는 시대⑦ 이야기로 살펴보는 페르소나와 그림자(下)

김혜령 기자 승인 2019.12.09 00:10 의견 0
영화 <마스크> 스틸컷 中

영화 <마스크>는 짐 캐리의 뛰어난 연기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25년 전 영화지만 극적인 요소와 화려한 볼거리로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우연히 가면을 주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좌충우돌 코믹영화입니다.

주인공 스탠리는 평화로운 '에지' 시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은행원 입니다. 그는 나이트클럽 가수인 티나를 좋아하며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나이트클럽에서 쫓겨나게 되며 망신당하는 모습을 자신이 좋아하는 티나에게 보이고 맙니다. 설상가상 수리를 맡긴 차 대신 받아온 고물 자동차는 다리 위에서 멈춰버리죠. 차에게 분풀이하던 스탠리는 떠내려가는 사람인듯한 물체를 발견하고 구조를 위해 뛰어들었다가 마스크를 손에 넣게 됩니다. 

알고보니 이 마스크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불사신이 될 수 있는 힘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스탠리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자 주변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발생합니다. 한편, 스탠리는 나이트클럽 가수인 티나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악당 조직 보스의 연인입니다. 티나가 보스를 사랑하지 않고 있으며, 조직에서 빠져나올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곤 그녀를 도우려 나서게 됩니다.

마스크 때문에 발생한 소동으로 경찰은 스탠리를 추적하고, 게다가 조직이 털려고 했던 은행을 마스크를 쓴 스탠리가 먼저 털게 되자 악당 조직까지 스탠리를 쫓으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 집니다. 결국 조직의 사주를 받은 여기자에 의해 정체가 탄로난 스탠리는 조직에게 마스크를 빼앗기게 됩니다. 마스크를 빼앗은 조직 보스는 도시를 장악하려 하고 스탠리는 이들의 음모에 맞서며 티나와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영화 <마스크> 스틸컷 中

¶ 스탠리의 페르소나와 그림자 - 일상생활 vs 마스크

앞서 소개한 두 편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여기서는 가면을 써야 내면에 숨겨진 그림자가 등장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나자 평범한 은행원으로만 살아왔던 스탠리가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탐욕이 드러납니다. 그는 살아오며 자신의 그림자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나서야 탐욕, 색욕 등 인간으로서 내재하고 있던 욕망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 사람들이 윤리, 도덕, 규제 등으로 억압한 욕망들은 그림자의 형태로 잠재되고 있습니다.

한편, 영화 속에서는 마스크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로키'의 가면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신화 속 신인 '로키'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언변술을 지녔으나. 나쁜 지혜에 능통하고 장난을 좋아해 신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신들 중에서 가장 말썽꾸러기로 묘사되며 사람을 매료시키는 마력이 강력하지만 욕망이 무엇인지 알고 욕망으로 신과 사람들을 흔드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장난을 좋아하고 온갖 못된 장난 치기를 선호하는 로키의 가면이라니, 인간의 가장 취약점인 욕망을 흔들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로는 제격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 속에서는 순박한 스탠리도 마스크를 쓰면 자신의 폭력적인 내면, 술과 마약, 섹스 등 잠재되어 있는 욕망들을 제어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감춰두었던 그림자가 정면으로 드러나면서 그는 비뚤어진 영웅으로 등장함과 동시에 망가져가는 한 인간의 전형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영화 <마스크> 스틸컷 中

¶ 마스크없이 나서는 스탠리 - 진정한 화해로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끝내 그는 마스크 없이 조직보스와 맞서며 마스크에 의존하지 않아도 당당한 자신을 마주합니다. 은행원으로 살아오며 자신이 만들어온 페르소나와 마스크를 통해 드러난 자신의 그림자가 하나가 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결론적으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맺어지지 않을까요.

가면을 쓰면 누구나 강한 힘을 얻습니다. 내재된 자신의 욕망과 충동들도 튀어나오죠. 그런 의미에서 영화 <마스크>에 등장하는 가면은 그림자를 현실세계로 끌어내는 충동의 매개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탠리가 영화 말미에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장면입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이다 보니 욕망에 휘둘리며 사는 것 보다는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래 살던 방향성으로 나아간다는 측면이 의미 있었겠지요. 인간이 지닌 욕구와 욕망을 부정적 가치로 볼 것인가, 긍정적 가치로 볼 것인가는 우리가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전통적 관점에서는 욕망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선함과 도덕이 강조되다보니 그와 대립되는 개념인 욕망은 아무래도 지양해야할 덕목으로 꼽아 왔지요. 하지만 욕망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직장을 다니는 이유로 ‘내가 긁어논 할부 때문에’라는 우스갯 소리를 하듯, 욕망은 사람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마스크>는 페르소나-그림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마스크> 스틸컷 中

¶ 총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영화 3편을 통해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보다 쉽게 이해해 보았습니다.

전래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자신이 지닌 콤플렉스인 귀를 가리기 위해 커다란 왕관을 착용하는 임금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귀'라는 그림자를 가리고 임금이라는 지위를 강조하기 위해 거대한 왕관을 가면으로 쓰려하죠. 하지만 꿈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하고 자신이 지닌 본래의 모습, 커다란 귀를 당당히 커밍아웃하고 한바탕 웃으며 행복한 마무리를 맺게 됩니다.

영화 <복면달호>는 락커가 되고싶었던 달호가 트로트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힙니다. 달호는 락이 아닌 트로트로 데뷔하게 된 창피함을 감추기 위해 복면(가면)을 착용하지만, 여자친구인 서현이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며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복면을 집어던지고 진정한 가수로 거듭나며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한다는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스크는 가면을 쓰면 숨겨왔던 욕망에 사로잡히는 비뚤어진 영웅으로 돌변하는 스탠리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현실은 쭈구리에 불과했지만 가면을 쓰고 나면 안티히어로로 돌변하는데, 내재되어있던 그림자가 가면으로 본래의 얼굴을 가리며 나타납니다. 가면으로 인해 돌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가면을 버리는 순간,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하게 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일상으로 돌아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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