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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상의 정책소고] 일본의 무역 보복 어떻게 볼 것인가?

칼럼니스트 최은상 승인 2019.07.13 15:56 | 최종 수정 2019.07.14 23:55 의견 0

1.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위자료 소송

2019 년 7월 4일에 발표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는 1차적으로는 강제징용 위자료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위자료소송의 역사는 꽤 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강제징용당한 분들이 일본의 사법부에 개인적으로 배상청구를 제기했으나, 일본 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모두 기각하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서울지방법원에 제소했는데, 1·2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났으나,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 고법에서 개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지 않도록 지연시켰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18년 10월 30일에 ‘서울고법의 판결을 인정하는 대법원확정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와 같이 강제징용 위자료에 대한 판결이 일본법원과 한국법원, 고법과 대법원에서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온 이유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 제2조의 효력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다. 국가 간의 합의에 대하여 사법부가 관여하지 않는 게 좋다는 입장과 국가 간 합의가 있었다 해도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그와는 별도라는 입장이 대립하였다. 

2018년 10월 30일 한국대법원의 확정판결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 제 2조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당한 개별국민의 위자료청구권은 그와는 별도로 유효하다는 입장에서 내려진 판결이다. 따라서 ‘강제징용 위자료 판결’은 어느 특정 정권에 배타적으로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다.

2. 일본의 무역 보복

일본은 한국에 수출하는 3가지 첨단 소재에 대하여 최혜국 대우를 중단하고, 신청부터 허가까지 약 90일이 소요되는 ‘개별적 수출허가대상’으로 변경시켰다. 3가지 첨단 소재란 ▲고순도 불화수소 ▲리지스트 ▲플로오린인데, 이들 소재는 한국의 반도체, TV, 핸드폰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들이고 당장 국산화하거나 다른 나라로 수입 대체하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한국의 첨단 핵심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단 일부 증권분석가들은 일본의 수출제한 품목들의 대체재 확보가 일부 가능하고 일본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기에 무역보복조치의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는 있다. 

일본정부는 무역보복의 직접적인 이유로 배상판결 이후 일본의 협의 요구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반응과 이전 정부에서 합의해서 설립한 위안부를 위한 ‘화해와 치유재단’을 해산시켜 국가 간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수출된 첨단소재가 북한으로 흘러갔다는 둥, 첨단소재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거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베 정부는, 이번 조치를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 적극 활용하려한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던 시절에는 아베정권은 북한을 선거에 이용하다가, 북한이 조용해지니 한국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반한감정을 부추겨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남북한을 싸잡아 안보불안을 조성하여 일본국민을 단결시켜 개헌가능의석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3. 위자료 배상판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한국정부는 일본의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배상해야 하며, 배상하지 않으면 국내 관련일본기업의 재산을 압류 공매하여 배상을 실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배상판결에 대해서 일본의 관련기업들은 개별배상을 하려는 의도를 보였으나, 일본정부는 개별배상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100% 한국정부가 책임지고 배상하라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의거 ‘한국-일본-제3국’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여 그 중재위원회에서 해결하자고 제안해왔다. 

한국정부는 그 제안에 응답하지 않다 일본정부가 한국에 보복을 경고 한 후에 입장을 바꾸어 ‘한일 양국의 기업이 공동 출연한 기금’으로 배상하자는 역제안을 했다.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1차 보복을 실행했고, 2차 시한이 7월 18일까지 3개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2차 보복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일본이 정한 2차 시한 내에 일본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협상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근거하여 3개국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왜 반대하는지는 별도의 설명이 없는 상태이다. 

한국정부는 1965년에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 3억 달러로 강제징용당한 분들에게 일부라도 나눠준 적이 없기 때문에, 2018년 10월 30일의 대법원판결에 대하여 함께 책임지는 차원에서 ‘한국정부와 한국 일본기업이 공동으로 출연한 기금’으로 이번 위자료를 해결하자고 일본에게 수정을 제안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무역보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조치는 완전한 자유무역주의를 천명해온 일본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며, 한국기업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피해가 있으며, 세계주요언론과 일본의 주요 언론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은 이번 조치가 WTO 규정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규정위반 여부를 떠나, 특정 국가를 겨냥한 무역보복에 대해서는 ‘무위반제소’라는 장치를 통해 한국정부는 WTO에 제소할 수 있다. 

일본이 7월 18일을 2차 시한으로 정한 것은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2차 보복을 강행하여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다음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득을 보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무역보복은 7월 21일 참의원 선거일 이후에는 제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된다. 무역보복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의도는 선거일 이후에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일 이후에는 일본정부는 화해조정하려는 미국, 대체수출국이 되려는 러시아, 소재산업을 국산화하려는 한국, 피해를 호소하는 일본기업 등의 입장을 보다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번 사태를 매듭지으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추진하여왔으므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으며, 한일 양국이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이번사태를 해결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본이 수출을 제한한 첨단 소재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해왔기 때문에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연고확대를 경계해온 미국의 화해 조정은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국익을 위해 그리고 일본에 거주하는 250만 재일동포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이번 사태가 극단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반도체, 핸드폰, TV 산업은 한국의 핵심첨단 산업이기에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고를 충분히 조달하려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무역보복의 해결과는 무관하게 첨단소재산업의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극단적인 대일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최은상 / 서초혁신리더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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