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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멀어진 포스트시즌, 더 먼 미래를 봐야 할 상황에 놓인 롯데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9.28 14:04 의견 0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프로야구 순위 경쟁이 서서히 정리되는 모습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할 수 있는 선두 KT와 삼성, LG는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KT가 가장 유리한 자리에 있지만, 삼성과 LG 역시 선두 경쟁을 포기하기는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그들을 추격하는 4위와 5위권은 두산과 키움이 앞서가고 있다. 두산은 후반기 7위로 시작했지만, 무서운 상승세로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다. 두산은 연승을 거듭하며 승수를 쌓았다. 선발 마운드가 정비되며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고 불펜진도 힘이 있다. 부진하던 선발투수 이영하가 불펜진에서 큰 역할을 하면서 불펜진 운영이 한결 수월해졌다. 이에 더해 부진을 거듭하며 1군과 2군을 오가던 베테랑 좌완 유희관이 최근 통산 100승에 성공한데 이어 선발 투수로 제 모습을 되찾으면서 선발 마운드의 높이가 더 높아졌다.

팀 타선은 말 그대로 해줘야 할 선수들이 가을이 되면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트레이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양석환은 중심 타선에서 FA 보상 선수 성공 스토리는 쓰고 있는 박계범은 하위 타선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은 두산에 부족한 우타 라인을 강화하며 전력이 핵심으로 자리했다. 한때 타격 부진에 고심하던 두산이었지만, 후반기 두산 타선은 매우 폭발적이다. 이런 투. 타의 조화 속에 두산은 4위는 물론이고 선두 경쟁에도 욕심을 낼 태세다. 잔여 경기 수를 고려하면 3위 LG와의 3.5 경기 차가 크다 할 수 있지만, 가을 두산의 상승세와 전력에 누수가 발생한 2위 삼성과 3위 LG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두산은 수차례 정규 시즌 막바지 큰 차이를 극복한 이력이 다수 있다. 그들에게 미러클 두산이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였다. 두산은 올 시즌에도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두산의 급 부상과 함께 중위권 경쟁은 5위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키움, NC, SSG가 경쟁하는 5위 경쟁에서 키움은 선발 마운드의 붕괴를 극복하며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출처: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하지만 NC와 SSG는 점점 힘이 부치고 있다. NC는 다수의 주전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즌 아웃된 상황이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NC는 긴 연패에 빠지며 점점 순위 경쟁에서 멀어지고 있다. 주전들을 대신한 신예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양의지, 나성범, 알테어의 중심 타선도 최근 힘을 잃었다. SSG는 시즌 초반부터 문제가 된 마운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베테랑들이 분전으로 전반기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었지만, 후반기 점점 힘치 부치는 모습이다.

이런 5위 혼전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었던 롯데는 후반기 높은 승률을 유지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추석 연휴를 전후로 추격의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롯데는 2승 1무 4패의 부진으로 5위 키움과의 승차가 5경기로 더 벌어졌다. 지난주 롯데는 선두 경쟁팀 삼성과의 2연전을 1승 1패로 무난히 넘겼지만, 중위권 팀 SSG와의 3경기에서 1무 2패로 부진했고 이어진 키움과의 2연전에서 1승 1패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롯데는 다시 중위권 경쟁에서 멀어졌다. 승패 마진도 -8로 다시 커졌다.

롯데의 잔여 경기 수는 26경기다. 5위의 중요한 커트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5할 승률에 도달하기 위해 롯데는 17승 9패를 해야 한다. 6할 5푼이 넘는 승률이 필요하다. 후반기를 시작할 시점의 롯데라면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재 롯데의 상황은 긍정적인 전망을 어렵게 한다. 7위에서 어느덧 3위권까지 목표로 하는 두산이 후반기 반전이 있었지만, 롯데는 두산만큼의 투. 타의 안정과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마운드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을 중심으로 최준용, 구승민, 김진욱 등이 강력한 필승 불펜진을 구축하고 신예 김도규, 트레이드로 영입한 좌완 투수 강윤구가 가세하면서 불펜 대결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실제 후반기 롯데 불펜진은 안정감이 있었다. 특히, 필승 불펜진은 철벽이었다. 롯데는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하지만 이들이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선발 마운드의 역할이 필요했다. 롯데는 후반기 여름 휴식기를 통해 전반기 부진했던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지난 시즌 강력한 선발 투수의 면모를 되찾았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프랑코의 더 안정적인 선발 투수가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세웅은 중심으로 이승헌, 서준원, 최영환 등의 젊은 선발 투수들이 선발 마운드에서 역할을 해준다면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빡빡해진 경기 후반기 일정을 대비해 2군에서 이인복 등의 대체 선발 투수 후보군을 준비하기도 했다.

후반기 시작 시점에서 롯데 선발 마운드는 기대 이상이었다. 박세웅은 외국인 원투 펀치를 능가하는 투구로 후반기 에이스 투구로 자리했고 8년 만의 선발승을 기록했다. 최영환이 확실한 선발 투수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불펜에서 선발투수로 전환한 이인복이 성공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는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긍정요소가 여러 부정적 요인들로 희석됐다는 점이었다.

롯데가 기대했던 에이스 스트레일리의 부활은 없었고 프랑코는 최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투수 그 이상의 능력치를 발휘하지 못했다. 외국인 원투 펀치의 계속된 부진에 선발 투수로 안착하지 못한 서준원, 아직 부상 여파로 이승헌은 이닝 소화에 제약이 있고 제구 불안이 여전했다.

선발 마운드의 불안은 고스란히 불펜진의 과부하로 연결됐다. 롯데는 후반기 초반 많은 승수를 쌓긴 했지만, 선발 투수들 대부분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불펜진 가동이 빠른 경기가 많았다. 승리를 하더라도 필승 불펜진이 나서야 하는 경기가 많았다. 나름 관리를 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승수를 쌓아야 하는 롯데로서는 필승 불펜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없었다.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타선이 폭발이 필요했지만, 후반기 롯데 타선은 전반기 폭발적인 공격력과 거리가 있었다. 이기더라도 롯데는 접전의 경기가 많았다. 그만큼 불펜진은 지쳐가고 있었다. 이어 더해 최근 매주 포함되는 더블헤더 경기도 불펜진 운영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됐다. 이렇게 쌓인 피로는 불펜진은 물론이고 선수들 전체에 영향을 줬다. 이는 순위 경쟁의 추격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승에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잘 벼터왔던 롯데였지만, 최근 롯데는 매 경기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마운드는 새로운 선발 투수 이인복이 등장이라는 호재가 있었지만, 에이스 박세웅마저 무너지며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잦은 등판으로 피로한 불펜진도 공략당했다. 철벽같았던 필승 불펜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롯데는 지난주 타선이 폭발하며 많은 득점을 했지만, 마운드가 쉽게 무너지면서 힘들 경기를 거듭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손 앞에 잡힐 듯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도 다시 멀어졌다.

롯데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겠지만, 당장 이번 주 일정이 험난하다. 롯데는 화요일과 수요일 LG와의 원정 2연전 후 사직경기장으로 이동해 KT와 더블헤더가 포함된 3경기를 해야 한다. 이후 롯데는 NC와의 홈 2연전이 있다. LG는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선두 경쟁을 하는 팀이고 올 시즌 롯데가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흐름이다. KT는 정규리그 1위 팀으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롯데가 밀린다. NC는 지난주 긴 연패가 빠지는 등 내림세가 분명하지만, 롯데와는 지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역대 전적에서 롯데가 크게 열세였다. 최근 내림세로 돌아선 롯데가 상대하기 버겁다.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주 7경기에서 최소 5승 2패의 결과가 필요하다. 롯데의 최근 경기력과 부위기를 고려하면 버거운 목표치다. 하지만 이 정도의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유지하기 어렵다. 롯데는 아직 희망이 있고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냉정히 이번 주 그들의 희망이 사실상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롯데는 경기 운영의 지향점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크게 떨어진 확률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 건 의미가 없다. 올 시즌 그들의 꿈이 사라졌다면 내년 시즌을 위한 구상을 시험하거나 기회가 절실한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1군 출전의 기회를 주는 게 더 합리적이다. 롯데가 최근 리빌딩에 대한 기조를 더 강하게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직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는데 포기를 말하기는 이르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일찌감치 백기를 드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야구는 올 해만 하는 게 아니고 시즌은 이어진다. 그다음을 위해 움직이는 걸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올 시즌 중 감독이 교체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었던 롯데로서는 올 시즌보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 팀 곳곳에서 이전과 달리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가 눈에 띄고 라인업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런 변화 속에 전반기 무기력을 극복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린 건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결과는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후반기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고 위안을 가지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조금 더 빨리 시행착오를 고치고 팀을 재편하지 못한 점도 또 다른 아쉬움이 될 수 있다.

롯데는 이번 주가 올 시즌 희망 찾기 여정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가 아주 희미해진 희망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지 팀 운영 기조를 강요받을 상황에 놓일지 현재는 후자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 (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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