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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29) 4월 1일(금) 몸에 비싼 음식을 넣어주었습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21 22:28 의견 0


코로나에 확진된 날로부터 2주가 지난날입니다. 집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고 조금 자유롭게 지냈습니다. 기침도 줄고, 몸 상태도 조금씩 회복하는 듯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후유증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보양을 위해서 낙지를 사자고 했는데, 오늘 수산시장에 가려고 합니다.

“어머니, 오늘 수산시장 가시죠!!”
“왜? 낙지 사게?”
“네, 보양을 제대로 해야죠!!”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 수산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금요일의 도로는 역시 막힙니다. 중간에 사고차량이 있어서 예상보다 10분 정도 지체됐습니다. 대구의 운전은 무질서하기로 유명한데, 방향지시등 흔히 말하는 깜박이를 정말 깜박깜박 까먹고 켜지 않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또 대구의 운전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난폭 운전, 다른 하나는 거북이 운전입니다. 후자는 전자와 비교하면 그 수가 적은데, 대체로 여성 운전자와 고령 운전자들입니다. 종종 앞에 있는 차가 잘 달리지 못하면 운전자가 누구일지 예측해보는 데, 거의 90% 이상은 맞출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요즘에는 시끄럽게 크랙션 울리는 수가 줄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산시장에 도착해 구석까지 들어갑니다. 구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들어갈수록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시장 초입의 상가들은 접근하기 편리해서 그런지 몰라도, 가격이 조금 더 비쌌습니다. 상품이 거의 같아 보였기에 굳이 비싼 상품을 살 필요가 없었죠. 낙지도 가게마다 가격이 달랐는데, 크기별로 2마리 만 원부터 4마리 만 원까지 있었습니다. 수산시장이었기에 대부분 상태가 좋아 가격이 저렴한 낙지를 골랐고, 모처럼 회도 샀습니다.

이미 코로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치킨, 돼지 갈비, 삼겹살 등 다양한 육류를 먹었고, 이제는 낙지까지 먹게 됐습니다. 그러고보니 먹어보지 못한 건 소고기입니다. 우연히 차를 타고 다니다가 한우 도가니탕이라 간판에 크게 써 붙여놓은 식당을 발견해, 오늘 점심은 도가니탕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어머니께서도 좋은 음식으로 보양을 하셔야 했고요. 차로 30분 정도 달려 점심시간보다 일찍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도가니탕와 별도로 물육회도 시켰습니다.

종종 우리 딸들이
“아빠는 어떤 음식이 제일 좋아요?”
라고 물어보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빠는 새로운 음식을 가장 좋아해!”

그래서 처음 보는 물육회를 시켰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맛을 보니 맛있었습니다. 육회와 얼음이 함께 버무려져 있으니 차가왔고, 도가니탕은 당연히 뜨거웠습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두 음식을 번갈아 가면서 입 안에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에 무리가 가네요. 뜨거운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차가운 음식이 들어가니 치아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맛을 느끼는 부위는 혀니까, 그리고 몸에 좋을 거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먹었습니다. 맛도 있었고요.

어머니께서도 한우 도가니탕을 오랜만에 드신다고 하시면서 한 그릇 다 비우셨습니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니 몸에 열이 나고 땀이 흐릅니다. 셀프바에 있는 케익 몇 조각을 후식으로 먹었는데, 맛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음식의 퀄리티가 있네요.”
라고 말하면서 케익을 어머니께 권했습니다.
“맛있구나.”

어머니께서도 동의 하셨습니다. 이제 집에 가서 저녁으로 회를 먹으면 됩니다. 계속 먹어도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뇌구조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기사를 훑어보니, 좋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하던 대, 그래서 의도적으로 챙겨 먹기도 했지만 정도가 좀 심한 듯합니다. 언제까지 머릿속에는 음식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을지…

좋은 음식을 먹고 집에 왔는데, 몸은 지쳤습니다. 어쩔 수 없이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먹고, 눕고, 또 먹고….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마음은 뭔가를 계속 하고 싶은데, 몸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그래도 잠시 쉬고 동네 카페에 나가서 글을 쓰고 독서도 했습니다.

한 2시간 열심히 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누워 쉬다가, 큰 딸이 돌아 올 시간이 돼 마중하러 나갔습니다. 잠시 도로변에 서서 지나는 차를 바라봅니다. 퇴근 시간이어서 평소보다 많은 차들을 구경합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이어서 속도도 낼 수 없고, 사거리여서 여기저기 살피면서 조심 운전해야 하는 곳입니다. 집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닌 동네인데, 벤츠S클래스는 종종 보입니다. 지나는 차의 1/3은 외제차인 듯합니다.

‘집만큼 비싼 차들을 타고 다니는 구나!’

몇 달 전에 한 유튜브를 보니, 외제차를 판매하는 딜러가 연봉대비 적당한 차를 추천하면서 연봉의 30-40% 수준을 권합니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폼생폼사 아닌가요? 그래서 ‘카푸어’가 그렇게 많습니다. 특히, 이곳 대구는 더 그런 듯합니다. 강남 소나타가 BMW5시리즈 디젤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가격은 소나타의 두 배보다 더 나갑니다. 국내 최고급 승용차를 살 수 있는 수준이죠. 뭐, 강남 산타페로 불리는 포르쉐의 카이엔은 1억 원을 한참 넘습니다. 강남과 대구의 경제 수준이 비슷한 걸까요? 어떨 때는 강남보다 외제 차가 더 많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가 아닌데도 말이죠.

코로나 전이었습니다. 당시는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지 않을 때였습니다. 둘째를 잠시 봐 주시기 위해서 대구에 오셨는데 다시 집에 돌아가시기 전에 좋은 저녁을 대접해 드리려고 랍스터 요리집을 예약했습니다. 들어 갈 때는 눈여겨보지 않아 몰랐는데, 나와서 차를 빼려고 둘러보니 국산 차는 우리 차 2012년 식 소나타 하이브리드 한 대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와우! 전부 외제 차네!’

무엇보다 하차감이 좋다고 하는 외제 차가 주차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렇다고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심하게 차들을 쳐다보면서 힐소를 날렸습니다.

현실적으로 외제 차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그 비싼 외제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제대로 정비 받는 걸 꺼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한 번은 제 실수로 잘 주차돼 있는 외제 차와 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리비가 800만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국산 차였다면, 한 80만 원 했겠죠.

보험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정말 비싸네요!”
라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알게 됐는데, 외제 차주가 수리하지 않고 4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차는 어디서 대충 수리하고 나머지 현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겠죠. 실제로 차주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30대 초반으로 보였습니다. 한참 일해야 할 시간에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보다가 내려왔으니, 집이 부자여서 외제 차를 타거나 아니면, 카푸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룸 촌을 지날 때도 값 비싼 외제 차가 꽤 많이 주차돼 있었던 게 떠오르네요. 월세가 한 달에 20만 원 하는 원룸이었는데, 기름 값만 한 달에 20만 원 넘게 들어 갈 것 같은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습니다. 본인은 어떤 방에서 자도 상관없지만, 차는 다른 사람을 태우고 다녀야 하는 것이니 최고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타적인 배려심(?)인 듯합니다.

물론, 외제 차 딜러들도 도와주고 대체로 독일제 차니까 독일의 경제성장에도 일조(一助)하는 셈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애국·국수주의를 버리고,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라면 원룸도 마다하지 않는 청년 세대 멋집니다.

그러고 보니, 3월 9일 선거 날도 ‘여성가족부폐지’에 열렬히 환호하면서 대한민국 최초 비정치인 대통령에게 몰표를 줬던 남다른 생각을 가진(사실, 여당 후보도 탐탁지 않았겠지만요) 2030 남성들이었으니, 이해가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가족여성부’였다면 2030 남성들의 표심에 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가족부’라고 했다면 2030 남성들의 마음에 거친 설레임이 덜하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저에게 이날은 2021년 식 아반떼를 몰고 15,000원 짜리 비싼 도가니탕을 먹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저녁 운동을 하고 돌아왔는데, 정말 오랜만에 몸이 가벼웠습니다.

‘내일은 더 회복되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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