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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식탁 위에선 누구나 평등하다” -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김혜령 기자 승인 2020.01.13 14:41 | 최종 수정 2020.01.13 14:48 의견 0
4년만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재공연되는 가족극 <템페스트>  (사진: 김혜령 기자)

4년 전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장식했던 가족극 <템페스트>가 다시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템페스트’는 모함을 받아 억울하게 국가에서 쫓겨난 밀라노의 공작 프로스페로의 복수와 화해를 담은 극이다. 

극은 원작을 각색해 요리사 스테파노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 요리사 스테파노와 그의 조수 트린굴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는 요리 철학이 있다. 식탁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 그들이 이런 철학을 세우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식탁 위에선 누구나 다 평등하다"  (사진: 김혜령 기자)

 

음식으로 친구가 되어버린 요리사 스테파노, 오랑우탄, 트린굴로  (사진: 김혜령 기자)

밀라노 공작 프로스페로는 한 동양 상인에게 받은 마법책을 보고 마법에 빠지게 된다. 이후 지나치게 마법에 빠진 그는 동생과 나폴리 여왕에게 쫓겨나 무인도로 도망친다. 무인도에서 생활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을 내쫓았던 동생 안토니오와 나폴리 여왕 알론소 일행이 탄 배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동안 갈고닦은 마법으로 바람의 정령에게 명령을 내려 배가 난파되도록 유도한다.

난파된 배의 일행들이 섬에 도착하자 온갖 방법을 써서 그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프로스페로는 마법을 써서 알론소와 아들 페르디난드를 만나지 못하게 할 뿐더러 페르디난드에게 마법을 걸어 온갖 궂은일을 하도록 만든다. 그 과정에서 페르디난드와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정령+마법+무인도+로맨스. 즐거운 소재로 가득하다.  (사진: 김혜령 기자)

 

셰익스피어가 완성한 600년 전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사진: 김혜령 기자)

극을 주요하게 이끌어가는 테마는 ‘음식’이다. 페르디난드와 미란다는 식탁을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상대로 인지한다. 결혼하고 싶다는 의미를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동생 안토니오와 형 페르디난드가 화해를 하는 계기 역시 스테파노가 만든 음식을 함께 먹는데서 비롯된다. 음식의 코드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식탁은 단순히 성별과 앙숙을 벗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인종을 초월한다. 실제로 섬에서 사는 오랑우탄 역시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존재로 등장한다. 누구나 배고픔을 느끼기 때문에 누구나 식탁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극은 용서와 화해, 동시에 평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법을 연구하다 쫒겨난 페르디난도와 그의 딸 미란다  (사진: 김혜령 기자)

 

용서와 화해, 평등의 메시지를 담은 즐거운 음악극.  (사진: 김혜령 기자)

어린이들을 위해 쉽게 극을 각색하면서도 셰익스피어 희극이 지닌 매력은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쓴 부분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먼저 집중력이 약한 어린이 관객들을 위해 연극 초반에 관객 얼굴이 스크린에 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다. 스크린에 등장한 자신과 성인배우의 얼굴을 보며 어린이들의 호응과 집중력을 높였다. 

극 중간에 관객들에게 의견을 묻는 시간들도 준비해 단순히 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극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배우들의 멋진 노래와 춤, 무대 한 쪽에서 연주되는 라이브 음악 덕에 극은 경쾌한 리듬으로 펼쳐진다. 조명과 출연진 의상에도 다채로운 색감을 도입해 극의 경쾌함을 배가시켜준다. 

페르디난드와 미란다가 결혼을 하며 복수는 마무리 되고 프로스페로는 안토니오와 화해하고 정령을 풀어주는 장면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교훈도 함께 안겨준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음악극 <템페스트>는 2월 2일까지 세종 M씨어터에서 가족 관객들을 기다린다. 추운 날씨에도 어린이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쉽고 경쾌한 셰익스피어 극을 기다렸다면 주저말고 세종문화회관으로 달려가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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