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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우리는 무엇에 몰입하고 있을까? - 연극 '물고기 인간'

김혜령 기자 승인 2019.11.14 02:27 의견 0
연극 <물고기 인간> (서울시극단 제공)

궈스싱은 북경민보 기자출신으로 1989년 연극 ‘물고기 인간’을 통해 데뷔했다. 그의 데뷔작이 30년 뒤 세종문화회관에서 피어났다. 김광보 연출 손에서 새롭게 탄생한 연극 ‘물고기 인간’은 얼핏 보면 전설의 물고기를 다룬 이야기 같지만, 결말을 통해 우리가 지녀야할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

작품은 북방 호수에서 열리는 낚시대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호수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대청어를 호수의 수호신이라 생각하며 지키는 ‘위씨 영감’과 대청어를 낚기 위해 30년을 기다린 ‘낚시의 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얼핏 보면 중국 전통 설화나 우화에서 이야기를 따온 것 같지만 연극에 담긴 메시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연극 <물고기 인간>  (서울시극단 제공)

낚시대회를 열고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들과 이를 저지하는 위씨 영감의 모습에서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기르기 시작한 위씨 영감은 우리가 반려견을 기르는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에게 물고기는 자신의 전부이자 가족이나 다름없다. 요즘 반려견을 가족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역시 위씨 영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위씨영감과 낚시의 신 둘 사이의 대립에서는 신념과 신념의 충돌을 볼 수 있다. 대청어를 잡기 위해 30년을 기다려온 낚시의 신과 대청어를 지키기 위해 30년을 기다려온 위씨영감 사이의 묘한 긴장감 역시 연극을 보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또한 ‘낚시의 신’의 아들인 ‘셋째’와 ‘위씨 영감’의 수양딸인 ‘류샤오옌’의 모습은 현실의 벽에 막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연극 <물고기 인간>  (서울시극단 제공)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극인만큼 배경음악과 연출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무대 연출은 단촐했지만,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과 어둡고 무겁게 사용되는 조명이 더해져 중국 명산에 들어와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극이다 보니 푸른색 조명을 사용해 투명한 물이 비치는 느낌을 자아냈다.

연극 ‘물고기 인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물고기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짓에서는 생동감이 넘쳤다. 손으로 표현하는 물고기의 유연한 지느러미, 아가미를 뻐끔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입모양까지 물고기 한 마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었다. 특히 절정으로 치달으며 두 노인이 맞대결을 벌이는 대청어 낚시 장면은 인간과 자연이 대결하는 모습을 멋지게 표현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연극 <물고기 인간>  (서울시극단 제공)

물론 결말에 다다르며 생명을 낚기 위한 몸부림과 생명을 지키기위한 몸부림이 충돌해 둘은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한 인간의 집념과 신념이 가진 에너지가 어느정도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동안 유행했던 ‘몰입’ 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몰입’이란 무언가에 빠져 있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한다. 낚시의 신은 낚시를 하는데 몰입했고, 위씨 노인은 대청어를 보호하는데 몰입했다. 

그러나 대청어가 진짜로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말로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연극은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이렇게 연극은 우리에게 거대한 돌덩이를 던진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몰입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있는지 말이다.

연극 <물고기 인간>  (서울시극단 제공)